생생후기

페루, 낯선 첫인상과 따뜻한 미운 정

작성자 김지윤
페루 BVBP05 · ENVI/GARDENING 2013. 08 페루 Pucallpa

CAMPO VERDE – JUNGL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멕시코 워크캠프의 여운이 끝나지 않은 7월 28일,
멕시코시티 공항에서 출발한지 약 5시간 후 새로운 나라 페루 리마에 도착했다.

사실 페루 리마에 대한 첫 느낌은 좋지 않았다.
페루 워크캠프에서 조언한대로, 나는 비행기 픽업 예약을 한달 전부터 해놓았는데
전날 컨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리마 공항에는 아무도 마중나오지 않았다.
하필이면 오늘은 페루 독립기념일. 원래 비싸던 택시비마저 더 비싸지는 이 시점.
1시간동안 호텔 기사아저씨만 기다리다가 결국 공항 택시를 타고 예약해놓은
호텔 에스파냐에 도착했다.

호텔 에스파냐는 정말 이름답지 않았다. 말이 호텔이지 실상은 호스텔보다 못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나는 23년만에 처음으로 혼숙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하루에 20솔, 그러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약 만원 정도 하는 싼 금액에 안전한 곳에서 잘 수 있다는 생각에 잠을 청해야만 했다. 나중에가서 이야기지만 이곳에서 5박을 한 마지막날에는 미운정마저 들었다.

5일동안 리마 구경을 했다. 멕시코와 비교했을 때 페루가 더 위험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페루 사람들의 표정이랄까. 눈이 마주치면 생긋 웃어주던 멕시코 사람들과는 달리 페루 사람들은 자기 갈 길 바쁜 서울 사람들 같았다. 막상 말을 걸고 이야기를 나눠보면 한없이 따뜻한데 말이다.

멕시코보다 비싼 물가를 뒤로 하고 이제는 Pucallpa, 그러니까 진짜 워크캠프를 하러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페루의 수도 Lima에서 워크캠프지 Pucallpa까지는 버스로만 18시간이 걸린다. 이 때는 돈을 아끼지말고 무조건 최고로 좋은 등급의 버스를 타야만 한다. 현지 워크캠프매니저의 추천대로 나는 Cama(침대)급으로 180솔을 내고 탑승했다. 비싼 돈을 내서 그런지 에어컨도 빵빵하고 침대는 180도로 눕혀졌다. 게다가 버스 한 대당 한 명의 승무원이 있어 물 등을 요구할 수도 있고 매 끼니마다 도시락이 나온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물이건 음식이건 양껏 먹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은 그야말로 산길이다. 굽이굽이 꺾이는게 다가 아니라 엄청 높은 고산지대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반복하다보니 이건 멀미에 고산증까지 겹친다.

그렇게 고생고생하여 도착한 Pucallpa 정류장. 마중 나와있기로 한 워크캠프 리더가 보이질 않는다. 이제는 호텔 이름조차 모르는데... 다시 돌아가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을 하는데 1시간 30분만에 워크캠프 리더가 나타난다. 미안하다고는 했지만 그때 놀란 생각을 하면 한 대 때리고 싶었다.

이번 페루 워크캠프는 한국인 남자 2명, 독일인 여자 1명 그리고 나 이렇게 알찬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누군가 더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면 이렇게 적은 인원끼리 알콩달콩하게 생활하다보니 더 깊은 이야기도 나누고 좋았던 것 같다.

페루 워크캠프에서의 최종 목표는 길가 가꾸기 이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가꿔야 하는 곳은 Pucallpa가 아니라 Campo Verde라는 곳인데 Pucallpa보다 더욱 소규모 지방이었다. 첫날에는 모두 모여서 현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계획을 같이 짰다. 그런데 이 계획이라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소용이 없게 되었다.

우선 이번 워크캠프 자체가 처음 시행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정부기관과 미리 이야기된 사항이 없었다. 정부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고 승인을 받는 것부터가 워크캠프 참가자들의 일이었다. 남미 특유의 일처리 속도로 인해 기다리는 것이 그날 할 일의 70%를 차지했다. 그래도 힘들게 얻은 결과라 그런지 나중에 승인을 받았을 때는 감동이 밀려와 눈물마저 날 지경이었다.

Campo Verde에서 중앙선 사이에 위치한 자그마한 공간에 나무들을 심은 것이 우리가 한 일의 대부분이었지만 정말 힘들었다. 몇 미터 간격으로 심을 것인지, 어떤 색깔의 나무를 심을 것인지부터 고민을 해야했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뻘뻘나는 더위와도 싸워야 했다. 이렇게 주중에는 일을 하고 주말에는 캠프 리더 가족들, 현지인 친구들과 함께 주변 유원지나 관광지에 놀러갔다. 캠프 리더가 지역에서 꽤 힘이 있는 분이라 자유시간에 드는 비용이 거의 없었다. 관광지 대부분이 무료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캠프 리더의 집에서 독일인 언니와 함께 생활하고 한국인 오빠 2명은 캠프 리더의 어머니 집에서 함께 생활했는데 서로 연락하기가 힘들어 애로사항이 많았다. 다행히 두 집 모두 와이파이가 가능해서 인터넷으로나마 연락이 되니 그날 힘들었던 점이나 개선사항 등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었다.

처음 일주일 동안은, 멕시코와는 너무 비교되는 이곳 생활에 화가 많이 났다.
멕시코에서는 우리가 스케쥴만 정하면 이대로 진행하는데 무리가 없었는데 페루에서는 계획을 정해봤자 걸림돌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힘겹게 진행을 한 만큼 얻어진 결과는 더욱 값졌던 것 같다. 특히 이곳에서 만난 독일인 언니와 한국인 오빠들은 앞으로도 계속 만나고 싶을 정도로 정이 매우 많이 들었다. 결과적으로는 나무 100개 심기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나무를 심었기에 뿌듯하고 보람찬 워크캠프였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