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터키, 낯선 곳에서 찾은 연결

작성자 정일영
터키 GSM10 · ENVI/CONS 2013. 08 Kutahya

DU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한국에서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26살 여대생인 나는 더 이상 늦으면 나이가 걸림돌이 될 것 같은 생각에 늦기 전에 일상과 180도 다른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다. 워낙 여행을 좋아해서 이리저리 다녀봤지만 터키 대륙 쪽은 가보지 못 했기에 워캠 지역으로 터키를 선정했고 어쩌다 보니 개강을 코앞에 두고 끝나는 일정의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과연 외국인들이랑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거기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지내게 될까, 이리 저리 생각과 걱정이 많은 상태로 8월14일 비행기에 올랐다. 8월15일 캠프 반장들의 도움으로 하루 먼저 캠프지에서 묵을 수 있었다. 18명 정원에 나를 포함하여 일본의 사토미, 이탈리아의 마리아라는 아이가 먼저 와있었다. 너무 착하고 좋은 아이들이었다. 하루 하루 지날 수록 캠프 참가자들이 도착했고 올 때 마다 인사를 했는데 너무 너무 예쁘고 선한 인상에 친해 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대학교 내에 있는 식물원에서 일을 도왔다 첫날은 동그랗게 앉아서 작은 봉투에 흙을 담아 냈는데, 일을 하면서 대화를 할 때 유럽권 애들이 영어를 너무 잘 해서 대화를 주도 하고 아시아권 아이들은 그저 듣고 웃는게 다였다. 물론 얘기들은 거의 들리긴 했지만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낄정도로 말을 빨리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말할 시도도 못해봤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어쩔 수 없이 대화에 못 낀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화에 동참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것 같아 후회가 든다. 평일에는 식물원에서 주로 청소를 하거나 흙을 나르고 담아 내는 일을 했고 주말에는 도심으로 관광을 나갔다. 1-2시간 버스를 타고 나가는데 그럴 때마다 버스는 2인석이어서 버스 짝꿍을 만나는 게 중요한 일이었다. 한번은 마르타 라는 스페인 여자아이와 같이 앉았었는데 여러 얘기를 하던 중 요즘 한국 학생들이 어떻게 자라고 생활하고 있는지에 대해 얘기 해줬다. 교육열이 너무 치열하여 고등학교 때가지는 학원, 학교 생활이 전부며 다른 여가 활동을 즐길 시간이 없이 공부밖에 모르고 자란다고 말이다. 바로 내 얘기였다. 그래서 대학생이 된 나는 그 동안 못 해봤던 다른 활동에 관심이 많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서 여기에 왔다고 말을 했는데 마르타는 눈물을 흘리며 우린 겉모습은 무척 다르지만 생각하고 느끼는 건 똑같다고 그래서 내가 지금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깜짝 놀라는 한편 공부도 잘 하고 놀기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며 모든 것을 편견없이 받아 들일 줄 아는 마르타라는 아이가 부럽기도 했다. 일주일이 지나고 평일이 왔는데 캠프 주최자와 캠퍼들간에 약간의 의견 충돌이 있었다. 캠프 리더들이 중재를 너무 잘 해서 순탄하게 프로그램이 진행되긴 했지만 일 보단 관광에 치중되었던 프로그램에 약간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도시 시장과 대학 총장등과의 만남 등은 내가 평소에 하지 못할 경험이기에 나름 만족 했다. 세계 어딜가나 그런 자리에 있는 분들은 똑같은 것 같다. 조용히 앉아 있다가 웃으면서 사진 찍고 마무리 짓곤 했다. 일과가 끝나고 저녁에는 스포츠 활동을 했다. 클라임빙을 난생 처음으로 하게 됐는데 캠프친구들이 응원해주고 소리질러 주고 하는 게 너무 즐거웠고 보기보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때기가 몸이 무거워 너무 힘들었다. 한번 올랐는데 떨어질 때 팔에 힘이 모두 사라져 다시 도전할 힘도 안났다. 하지만 내가 먼저 손들고 자발적으로 지원해서 도전한 기회이고 캠프 친구들의 응원을 듬뿍 받은 경험은 나에게 짜릿함을 주었다. 캠프 후반 즈음 날을 정해서 각자 나라의 음식을 해주기로 했다. 나와 한국친구들은 일본아이들과 함께 아시안의 날에 한국은 불고기를 일본은 덴뿌라를 만들어 주었다. 준비 할 때는 캠프 리더들이 양파 갈아주느라 눈물 흘리면서 고생하고 재료가 늦게 도착해 시간 늦을까봐 걱정하고 이리저리 긴장을 하고 걱정을 했는데 요리가 거의 완성될 쯤 맛을 본 순간 환호의 소리를 질렀다. 한국 친구들과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우리 모두 불고기 양념을 직접 만든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너무 너무 즐거웠고 아이들이 식당에 하나 둘 도착해 세팅 된 음식을 보고 신기해하고 사진을 찍고 먹어보고 너무 너무 맛있다고 와서 감탄하며 칭찬해주고 지금 생각 해도 그 순간은 너무 뿌듯하고 행복했던 시간이다. 캠프 마지막 날 슬프지 않았다. 우린 친구들과 이스탄불에서 만나서 같이 여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즐겁게 “내일 만나” 하며 인사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행운인건 캠프리더 중 한명이 이스탄불에 사는데 아시아 아이들을 초대해서 나와 나머지 아시아 친구들은 그 친구집에 머물렀다. 부모님께서 너무 너무 잘 해주셔서 무척 감동을 받았다. 다른 친구들과 이스탄불에서 만나 이리 저리 돌아다니고 음식도 같이 먹고 저녁엔 칵테일도 같이 마시면서 웃고 떠들었는데 캠프가 끝나서 그런지 같이 있기 편한 한국인 친구들과만 같이 있었다. 그 때 좀 더 다른 친구들과 친해 지려고 노력할 걸 하는 후회가 약간 든다. 내 선에서는 마음을 열고 무게를 내려 놓으려고 많이 노력했던 캠프 였다. 하지만 동시에 후회도 있고 그래서 과제도 얻었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생기면 좀 더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해야겠다는 것이다. 마음은 열려있었고 모든 걸 받아들일 준비는 충분히 되있었지만 내가 먼저 다가가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부족했었다. 이런 후회를 새기며 한국에 도착했는데 친구들이 다들 한결 같이 말했다. "언니, 일영아~ 얼굴이 폈어!" 2주간 항상 즐길 준비가 돼있었고 마음을 열고 있었던 결과 일까... 작은 일에도 웃을 줄 알고 재미를 알고 즐기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