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인도에서 만난 거북이, 몽골에서의 추억

작성자 김진우
인도 FSL-WC-538 · ENVI 2012. 12 인도

Kundapur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지난 여름 몽골 워크캠프의 기억이 너무 좋게 남아 있어서 또 다른 워크캠프에 참가하고 싶어 찾아보다 인도를 선택하게 되었다. 여러 인도 워캠 중에서도 쿤다푸르에서 하는 거북이 알을 지키는 프로젝트가 재미있어 보여 선택했다. 출발하기 전 사무국에 알아본 바로는 한국인 참가자가 3명이었는데 도착하니 딱 한명의 한국인 참가자가 있었다. 외국인 참가자는 한명도 없었다. 여러 국적의 사람들과 어울리기 바랐던 나는 조금 아쉬웠지만 쿤다푸르에서 6개월 이상 활동하는 롱텀(long term) 독일 자원봉사자들이 많아 그들과 봉사를 하며 많이 가까워 질 수 있었다.

우리가 하는 일은 '거북이알 지키기'. 쿤다푸르는 인도의 서쪽 해안가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해안가에 원래는 거북이들이 많이 있었는데 환경이 많이 망가지고, 어부들이 거북이 알을 채취하는 탓에 거북이들이 이제는 거의 없는 실정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직접 거북이 알을 지키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거북이 알을 지키는 캠페인 활동을 했다. 거북이알 보호 현수막을 걸어둔 오두막을 지어 주민들에게 홍보하고, 학교에서 인형극도 하고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기도 했다. 해안에 사는 가정에 방문해 거북이 알을 보면 연락을 달라는 홍보물도 집집마다 돌렸다.
나는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가장 즐거웠다. 아이들에게 내 이름을 알려주니 계속 이름을 불러주고 따라 다녔다. 내 손을 잡고 교실로 데려가 춤을 보여주기도 했고 꽃을 꺾어 내 머리에 꽂아 주기도 했다. 손 키스를 날려주고 외국에서 온 나를 정말 따뜻하게 맞아줘서 고마웠다.

아침부터 사람을 쳐지게 하는 더위에 힘들었지만 쉬는 시간에 바로 옆 아무도 없는 해안으로 그냥 옷을 입은 채 해수욕도 하고 워터파크보다 더 큰 파도 풀에서 놀다가 그대로 백사장에서 옷을 말리고. 한국에서 할 수 없는 굉장한 경험이었다. 밤에 워캠 맴버들이랑 바닷가에서 캠프파이어를 하기도 했는데 바다를 발로 차면 플라크톤이 반짝반짝 거리고 하늘에는 수도 없이 별똥별들이 떨어졌다. 나중에 한국에 와서 라이프오브파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인도에서 봤던 풍경과 흡사했다. 그 정도로 아름다웠다. 내 눈앞에 펼쳐진 까만 아라비안 해와 수많은 별들. 쿤다푸르는 특별한 관광지도 많이 발전된 도시도 아니었지만 그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이 아직까지도 가슴에 남아있다.

워캠 하면서 먹었던 음식들도 내가 지금 쿤다푸르를 진하게 그리워하는 이유 중 하나다. 아침은 동네에 식당에 가서 먹었다. 번즈와 카레 그리고 항상 마지막은 달콤한 짜이한잔으로 아침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아직도 이 아침식사가 정말 그립다. 봉사활동을 하는 중에 식당에서 사먹거나 그곳에서 제공하는 음식을 먹었고, 저녁은 캠프리더가 사오는 음식으로 집에서 나눠 먹었다. 예전 몽골 워캠에서는 각 나라 사람들이 돌아가며 만들어 저녁을 먹었던 재미가 쏠쏠해서 이번에도 그런 경험을 기대했다. 하지만 리더가 사오는 인도 음식들이 정말 맛있어서 불만은커녕 항상 저녁시간이 즐거웠다.
날이 더워 자주 간식으로 시원한 음료를 사마셨는데 구멍가게에서 파는 진지리 주스와 망고라씨, 아이스크림 바에서 파는 파르페 같은 아이스크림은 정말 잊지 못할 것이다. 더위에 지친 몸에 힘이 나게 하는 디저트였다.

캠프리더와 어씨선트 리더는 우리에게 정말 잘해줬다. 신청한 많은 사람들이 취소하고 결국 한국인 참가자 2명밖에 없어서 곤란했을 수도 있는데 도리어 우리끼리 많이 친해지고 사이가 돈독해졌다. 마지막 주에는 리더의 집에 초대받아 전통의상인 사리도 입어보고 저녁도 함께 만들어 먹었다. 가족들이 우리를 정말 환영해주셨다. 저녁 후에는 팔에 멋진 헤나까지 그려주셨다. 독일인 롱텀 봉사자들도 우리에게 매우 잘 해주었다. 쿤다푸르 지리를 잘 모르는 우리를 데리고 시내에 나가 함께 쇼핑도 하고 디저트를 먹으러가고, 또 롱텀 봉사자들의 모임에도 데려가 주었다.

쿤다푸르는 여행 책에도 나와있지 않고, 심지어 인도사람들 조차 생소한 작은 바닷가 마을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에겐 또 다른 고향 같은 느낌이다. 오랫만에 사진을 다시 보니 가슴이 미어지도록 그리웠다. 워크캠프는 이제 나에게 연례행사가 되어간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추억들은 가슴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어쩌면 올해에도 워크캠프를 또 떠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