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유로스타, 브레시아행 엇갈린 티켓

작성자 김인국
이탈리아 CPI 06 · FEST 2011. 08 Brescia

BRESCIA- RADIO ONDA 1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2011년 8월 어느 더운 날, 여름에 덥기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어느 작은 도시 브레시아라는 곳에 도착했다. 사실 나는 한국에서부터 이번 워크캠프를 위해서 이탈리아로 온 것은 아니다. 현재는 배낭 여행 중... 영국을 거쳐 터키, 불가리아를 거쳐 이탈리아 남부에서부터 올라오는 중이다. 아직 한국에 돌아가기까지는 7개월 이상이 남았다. 배낭여행을 출발하기 전에 여행 중간에 꼭 한번 워크캠프를 통해 여러 국가에서 온 젊은 청년들과 함께 동고동락을 하며 좋은 일을 해보고 싶었다. 워크캠프 기간이 되기 전에 잠시 밀라노에 들려 잠시 지냈다가 기차를 타고 브레시아로 향했다. 헌데 하필이면 기차를 잘못 탈게 뭐람.. 비싸디 비싼 유로스타를 타고는 '싼 기차인데 안이 꽤 좋구나'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타고 가는데 티켓 검사를 하는 직원 분이 오셔선 기차를 잘못 탔단다. 티켓을 다시 끊어야겠다며 기다리란 말을 하고는 사라졌는데, 그 사이에 브레시아에 도착 해버린 것이다. 일단 내려서 서 있으니 착한 직원 분이 그냥 가란다. 왠 횡재라며 얼른 기차역을 떴다. 그리하여 오게 된 브레시아! 브레시아의 첫 인상은 '덥다'라는 말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다. 지도상에는 기차역과 숙소가 그다지 떨어져있지 않아 보여 일단 걸었는데 걸어도 걸어도 숙소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저 앞에 캐리어를 끌고 가는 외국인 두 명! 혹시나 해서 물었다. 워크캠프 때문에 왔냐고. 반갑게도 자기네들도 워크캠프 때문에 온 게 맞는단다. 그렇게 무더운 날 배낭을 맨 한국인 한 명과 캐리어를 끄는 알마니아인 두 명은 그 뒤로도 30분을 더 헤매고 난 후에 우리의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숙소를 처음 보는 순간 살짝 놀라기도 했지만 앞으로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샘솟게 하는 숙소였다. 우리를 반겨주는 워크캠프 리더들, 모두 인상이 정말 좋았던 한편 얼굴에 장난기도 득실득실 했다. 시간이 지나니 한 명, 두 명 속속 도착하여 다 모이게 되었다. 첫 날은 워크캠프 리더인 스테파노, 엘레나, 데이비드가 앞으로 해야 될 일들을 대략적으로 말해주었고 일단 서로 친해지기 위해 이런저런 게임을 하면서 놀고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같이 워크캠프를 하게 된 친구들을 소개하자면, 우선 워크캠프 리더로써 우리와 같이 하게 된 스테파노, 엘레나, 데이비드가 있다. 스테파노는 정말 유쾌한 친구였다. 워크캠프 내내 항상 웃는 모습만 본 것 같다. 문제가 생겨도 짜증을 내기보다는 웃으면서 해결 하려는, 본받고 싶은 친구였다. 엘레나 또한 항상 우리에게, 사람들에게 친절한 친구였다. 가끔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얼굴이 빨개지기도 했다. 데이비드는 정말 활동적이고 장난기 많은 친구였다. 이 친구는 워크캠프 리더를 여러 번 해보았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어떤 문제에 직면하면 항상 침착하게 문제를 잘 해결해 주기도 했다. 나머지 워크캠프에 참가한 한국에서 온 친구들, 프랑스에서 온 친구들, 스페인에서 온 친구들, 러시아에서 온 친구들, 알마니아에서 온 친구들, 타이완에서 온 친구 등 해서 정말 세계 각지에서 모였었다. 다들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나라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이번 워크캠프를 통해서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 것이 정말 신기했다. 스페인에서 온 친구 두 명은 형제였는데 나와 많이 친하게 지냈다. 영국에서 지낼 때도 그렇고 나는 스페인 사람들과 잘 맞는 코드를 가지고 있나 보다. 워크캠프가 끝나고 다시 배낭여행을 하며 스페인에 들렀을 때 이 친구들 집에서 묵었던 것은 후의 이야기다. 이번 워크캠프의 숙소에 침대는 모두 2층 침대로 되어 있었고 밥은 우리가 다 해먹어야 해서 조를 나누어 돌아가면서 식사 당번과 청소 당번을 하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무슨 숙소가 이러냐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 동안 노숙과 모르는 사람 집에서 쪽 잠을 자오던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숙소였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브레시아 지역의 자치 라디오 단체에서 여는 축제를 도와 성공적으로 축제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도착했었던 주에는 아직 우리가 도와줄 일이 없다고 하여 사람들과 근처를 구경하러 가거나 플랜카드 같은 물품들을 정리 해주는 것 정도의 일을 했다. 축제를 개최하는 라디오 방송국에도 갔다. 라디오 방송국에 가서 방송국 직원 분들이 내부 구경도 시켜주고 마침 라디오 방송을 하는 시간이라 라디오 방송에 직접 출연도 하게 해주었다. 워크캠프 하러 온 친구들 모두가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하였는데 한마디일 뿐이지만 내 순서 일 때는 너무 떨려서 혼났다. 방송국에 온 김에 포스터 정리하는 일도 도와드리고 이것 저것 잡일도 맡아서 했다. 지방에 있는 조그마한 라디오 방송국이라 아주 작았지만 가족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주말이 지나고 드디어 축제가 시작 되어서 우리는 매일 맡은 파트를 돌아가면서 일에 참여했다. 대부분이 축제 행사장 내의 레스토랑에서 서빙 하는 일을 돕거나 설거지, 음식 만드는 일을 도와드리는 일이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이탈리아 피자도 만들어보고 정말 질리도록 먹어봤다. 우리나라 피자와는 달리 많이 느끼하지 않고 얇아서 주는 족족 먹어 치웠다. 여행 하면서 굶었던 날들을 한 번에 다 채우는 느낌이었다. 축제 스태프들도 다들 자원봉사로 오신 분들이었다. 스태프 분들 모두 너무 유쾌하시고 너그러우셔서 우리가 일하다 실수를 하면 ‘허허허 그럴 수도 있지~’ 라며 넘어가셨다. 조그마한 도시에서 하는 축제라고 사람이 와봤자 얼마나 오겠어 라고 했던 생각은 무참히 버려졌다. 이 축제가 꽤 이름 있는 축제였고 주위 동네에서부터 이탈리아 남부까지 온 이탈리아 사람들이 다 모인 것 같았다. 덕분에 우리는 엄청나게 바빴지만 유쾌한 스태프 분들과 워크캠프 친구들이 있어서 바쁜 만큼 정말 축제를 온 몸으로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일 하는 시간이 끝나면 얼마든지 축제를 즐기고 갈 수 있게 해주셨다. 맛있는 음식들, 유쾌한 사람들, 친구들 등등.. 축제 기간 동안 매일매일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가수들이 와서 공연도 했는데 일이 일찍 끝난 친구들은 공연장에 가서 처음 보는 가수지만 분위기에, 흥에, 사람들에 취해서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들도 만들었다. 비록 처음엔 워크캠프 친구들이 일하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고 해서 힘들었지만 점차 익숙해지면서 다들 즐기는 듯 했다. 무엇보다도 다들 정말 유쾌한 친구들이어서 항상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우리 워크캠프의 역할은 축제를 진행하는 것을 보조하는 역할 까지었고 마무리는 다음 워크캠프 참가자들의 역할이었다. 우리는 축제의 처음부터 끝까지 많은 일들, 많은 추억들, 많은 사람들 등을 얻을 수 있어서 다들 정말 만족해 하였다. 워크캠프 기간이 약 2주 정도로 긴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워크캠프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워크캠프 참가자들, 축제 스태프 분들, 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 그들로부터 많은 이야기, 많은 생각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며 그것을 통해 더욱 성장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짧은 2주 간에 일어났던 일들, 추억들이 항상 잊혀지지 않고 생생할 수는 없겠지만 같이 참가한 친구들이 어렴풋이나마 기억했으면 좋겠고, 정말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모두들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