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Be Serbian, 세르비아에서 배운 삶

작성자 홍영화
세르비아 VSS 09 · CULT/FEST 2013. 07 - 2013. 08 세르비아

YOUTH DAY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처음에 나는 세르비아가 유럽인 줄도 몰랐다. 지도에서 가까스레 세르비아를 찾았을 때 그것이 '유럽여행' 하면 사람들이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동유럽이라는 것을 알았고, 세르비아에 대해 검색하다보니 3개의 종교, 5개의 언어, 2개의 문자로 이루어진 복잡한 나라라는 것과 불과 10년 전까지 내전이 발발했다는 나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부모님은 세르비아라는 말만 듣고 '거기 위험한 나라 아니냐'고 걱정하셨다.
하지만 내가 본 세르비아는 그렇지 않았다. 9개국 14명 친구들이 세르비아에서 지내는 15일 동안 우리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Be Serbian!"이었다. 낙천적이고, 하고 싶은 일은 당장 하고, 걱정은 집어치우고, 즐겁기만 하다면 눈을 반짝이고, 그야말로 '하쿠나 마타타'가 모토인 사람들이었다. 세르비아 리더 중 한 명은 어렸을 적 폭탄이 터지고 집이 무너지던 소리까지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오늘의 소중함'을 알고 있었다.
세르비아 워크캠프는 이전에 참여한 독일 워크캠프와는 대조적으로 규칙도 기상 시간도 술에 대한 제제도 없었다. 새벽 세 시에 자면 일찍 자는거고 열두시쯤 설렁설렁 일어났다. 밥은 하고 싶은 사람이 했다. 청소년의 날에 공원에서 축제를 여는 프로젝트였고 각자 나라를 소개하는 부스를 만드는 것이 과제였지만 각자 자유시간에 알아서 포스터를 만들면 끝이었다.
처음에는 모두들 이런 여유로운 생활에 만족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불만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조금 더 성과를 보일 수 있는 체계적인 스케쥴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리더는 '우리는 놀러온 거야'라며 '이 순간을 즐겨라'라고만 말했다. 우리 캠프 참가자들은 정말 생각이 깊고 놀라운 친구들이 많았는데 이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변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먼저 변하고, 상황을 바꾸어나갔다. 자발적으로 설거지와 냉장고 청소, 화장실 청소를 하고 시키지 않는데도 포스터와 전단지 등 필요한 물품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축제날은 미미한 홍보 때문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열심히 자발적으로 축제를 준비했던 친구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막상 축제날이 되고 사람들이 없었음에도 '우리는 할 만큼 했다'는 마음으로 우리끼리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축제를 즐겼다. 멋진 날들이었다.
세르비아 워크캠프를 통해 나는 어떤 상황이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나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렇게 최선을 다하면 따라오는 결과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세르비아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던 나는, 유럽에서 가장 좋아하는 나라를 꼽으라면 단번에 세르비아를 꼽는다. 꿈꾸는 것 같은 날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