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인도, 나를 돌아보는 여행의 시작

작성자 우선식
인도 FSL-SPL-195 · ENVI/CULT 2013. 03 Mcleod Ganj, Himachal Pradesh, India

Dharamshala – McLeodganj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감사하게도 첫 번째 워크캠프를 다녀온 후 참가경험담 발표자로 선정되어 많은 봉사자들과 작지만 행복했던 경험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세 번의 워크캠프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이렇게 참가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네요. 이번 보고서는 그 중 두 번째 인도 워크캠프 이야기입니다. 두서없이 시작하고 있지만, 부디 소감을 잘 담아낸 보고서이길 기대합니다.


#.1 대한민국, 인천 -> 뉴질랜드, 오클랜드 -> 싱가포르, 싱가포르 -> 뉴델리, 인도


사실 저의 신분은 뉴질랜드의 가난한 워홀러였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열심히 일하던 Seasonal Worker 였죠. 열심히 돈을 벌어서 최저가 항공권 두 장을 끊어 무작정 인도로 돌아갑니다. 두 번째 인도 방문이자 아무 계획없이 떠난 즉흥여행이었습니다.
처음 한 달은 열심히 인도를 누비며 다녔습니다. 거의 반 년 동안 일만 열심히 했기 때문에 여행에 대한 갈증이 심했기 때문이죠. 계획된 여정은 총 3개월, 무려 90일을 여행만 하기에는 저에게 불편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워크캠프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우연인지 인연인지 평소에 관심 있었던 티벳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워크캠프가 있었습니다. 통장 잔고를 탈탈 털어서 워크캠프 참가비를 내고 합류할 날짜만을 기다렸습니다.


#.2 다시 찾은 맥그로드 간즈, 변한건 나 뿐이더라


한 달 간의 가난한 배낭여행을 대충 마무리하고 워크캠프 활동지역인 맥그로드 간즈로 이동했습니다. 다른 참가자들과는 달리 한 달간의 개인 여행으로 인해 상당히 지쳐있었고 새로운 경험과 도전에 대한 흥분보다는 잠시 요양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른 참가자들과의 만남 또한 so-so 했습니다. 두 번째 워크캠프여서 마음에 여유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조금은 헐렁한 마음으로 그들과 만났습니다.
사실 맥그로드 간즈는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2년 전 인도 워크캠프 합류 직전에 머물렀던 곳이 바로 그 곳이었고 다른 도시보다 훨씬 강한 애착을 가진 도시이기도 했습니다. 이미 도시 전역(이라고 해봤자 아주 작지만)을 누볐던 저에게는 마치 제 2의 고향인양 편안했습니다. 기대했던 대로 마음만큼은 편안하게 쉴 수 있었습니다.
2년이나 흘렀지만 맥그로드 간즈는 여전했습니다. 티벳 사람들의 친절하고 소박한 마음씨도 그대로였고 발자국을 남겼던 좁디 좁은 골목마저 그대로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니더군요. 지칠대로 지쳐서 마음 속 쉼을 원하던 제 모습은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아이들과 티벳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는 커녕 힐링을 받아야 할 것 같은 처참한 제 모습이 아직도 마음에 걸립니다. 그렇게 부끄러운 마음가짐으로 워크캠프에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3 사랑스런 아이들, 멋진 자연과 풍경 그러나...


일정은 총 3주였습니다. 보통 2주로 구성된 워크캠프와는 조금 달랐기에 워크캠프 번호 앞에도 SPL이 붙었습니다. 2주간의 활동 뒤에 기다리고 있던 트래킹이 특별했다면 특별할까요.
누군가 저에게 워크캠프에서 가장 중요했던 부분이 무엇이었냐고 묻는다면 저는 '티벳'이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다소 실망스럽게도 2주간의 워크캠프 일정 중 티벳을 테마로 한 활동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TYC 담당자와의 대화 말고는 개인적으로 방문해서 둘러볼 수 있을만큼의 '관광' 수준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지역 초등학교 어린이들과의 시간이나 트래킹에는 큰 기대가 없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티벳을 알고 싶었고 직접 피부로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은 사랑스러웠고 자연 풍경은 환상적이었지만 그것만을 위해 워크캠프에 참여한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4 Unexpected Situations, 머리가 아닌 가슴을 움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워크캠프 일정이 아닌 자유 일정이 배정된 부분에서 티벳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TYC에서 긴 대화를 마무리짓던 타이밍에 알게 된 Tibetan National Uprising Day 소식.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도 마음이 같았는지 휴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진 대열에 참여하기로 결정했고, 티벳 국기를 흔들며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독립과 자유를 향한 그들의 진심어린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주말에 계획된 행사였지만 워크캠프 일정에 포함시켰더라면 훨씬 의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또 하나의 기회는 워크캠프가 마무리되던 시점이었습니다. 분신자살을 통해 자신들의 자유를 향한 의지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티벳 사람들의 소식을 들으며 머리로나마 이해하던 시기였습니다.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시내에 나가있는 동안 또 한 명의 티벳인이 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추모하기 위한 촛불행렬을 발견했습니다. 언어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슬픔을 함께 공유하고 서로 위로하는 모습을 보며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그 계기를 통해 티벳을 향한 관심과 사랑을 더욱 키울 수 있었습니다.


#.5 마무리, 그리고 이별


기대감보다는 지친 상태로 맞이한 워크캠프는 저에게 더 큰 아쉬움을 안겨주었습니다.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고 각자의 일정에 따라 길을 나서는 참가자들을 배웅해주는 시간은 저에게 너무 잔인한 일이었습니다. 그들과의 이별이 그렇게 슬플 줄 몰랐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꿈만같은 일입니다. 과연 무엇이 3주간의 시간을 특별하게 만들었을까 여전히 궁금합니다.
공식적인 보고서이기 때문에 워크캠프에서 있었던 모든 이야기들을 담을 수 없었습니다. 정해진 일정들을 통해 티벳을 알았고 가슴 깊이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 모든 과정을 함께 했던 친구들과의 추억이 없었다면 그 모든 것들은 무의미한 기억으로 지워졌을지도 모릅니다. 반 년이나 시간이 흘렀지만, 저는 여전히 그립습니다. 티벳, 그리고 함께 추억을 공유한 참가자들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