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독일에서 찾은 함께의 가치

작성자 신정아
독일 PRO-19 · ENVI/LANG 2013. 10 Marburg

MR-Marbach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Zusammen zu sein ist besser als allein zu sein!
참가보고서 제목 그대로를 독일어로 번역했을때 입니다.
저 문장은 제가 워크캠프 활동 당시에 말했던 말인데요. 제가 이 말을 하고나서 친구들이 모두 함께 공감하면서, 캠프리더는 제 말을 따로 메모해두고 두고두고 기억해둬야겠다고 말했었답니다.

저는 현재 독일 뷔르츠부르크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고있는 학생입니다. 물론 독어학을 전공하고 있답니다. 여름학기가 지난 후에 2달이나 주어진 긴 여름방학을 여행으로 보내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워크캠프를 신청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배울 수 없는 독일 문화와 언어를 몸소 체험하기 위해 독일로 왔지만, 이왕 온김에 캠프도 체험해보면 더 좋을거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더군다나 독일어로 진행되는 캠프다보니 언어를 전공하는 저로써는 더할나위없는 좋은 기회였지요.

카페에 또 다른 한국분이 가시진 않을까 글을 올려봤었지만 아무래도 10월이다보니 한국에서 독일로 오는 사람 수도 적고, 대부분 학기가 시작하는 기간이다보니 한국분이 없었습니다. 최종 합격 후에 받은 통보 메일로는 한국, 우크라이나, 영국,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오는 멤버들로 구성되어있다고 했습니다. 음식을 함께 준비한다는 정보를 듣고서 무엇을 해갈까 고민을하다가, 궁중떡볶이와 고추장 돼지불고기를 준비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제가 여기서 생활하면서 알게 된 외국인 친구들에게 여러 한국음식을 소개해준 결과, 그 두 음식이 제일 인기가 많았었기 때문에 쉽게 결정내릴수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한국에서 미리 들고왔던 한복, 태극기, '반크'에서 받은 한국 음식과 문화, 문화재를 소개하는 사진과 지도를 들고갔었습니다.

캠프 첫 소집날, 늦게 가는 것보단 일찍가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서 1시에 마부르크에 도착했습니다. 두리번 두리번, 캠프리더가 언제쯤 올까 하고 기다리다가 만난 스페인에서 온 Ariane. 이 첫만남을 시작으로 캠프가 끝날때까지 우리는 정말 가까운 사이가 되었습니다. 캠프 도중에도 멤버들 사이에선 저와 Ariane는 große Koalition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답니다. 캠프리더는 이탈리아에서 온 사람이였는데, 독일에서 살게 된지 7년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본인이 직접 말했듯, 꾸준히 어학코스 과정을 밟지 않아 다소 서툰 독일어를 썼지만 의사소통에는 그 어떤 외국인보다 자신있는 타입이었습니다. 서로에 대해 잘 모르고, 서로의 나라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지만 아무런 거리낌없이 마치 원래 서로를 알고있던 사람마냥 첫만남부터 잘지냈었습니다. 모두 합해서 6명의 여자들로 구성 된 이번 10월 워크캠프. 캠프리더의 말에 따르면 10월엔 원래 지원자가 드물다며, 이렇게 여자만 모인것도 드물다고 했었습니다.

같은 지붕아래 동거동락을 함께 했던 우리. 가끔은 독일어가 떠오르지 않아 서로 손짓발짓 그림도 그려가고 사전도 찾아가며 함께 웃고, 영어를 쓰지 않으려 애써 노력하고.. 처음엔 낯설고 무섭다고 말했던 프랑스에서 온 16살 Lucile은, 2주가 지난 후엔 너무 많이 떠들어서 다른 멤버들이 말을 꺼내지도 못할 정도였습니다. 첫날은 서먹했지만 둘째날부터는 자매 마냥 사이좋게 지냈습니다. 제가 유일한 아시아인이라 유독 친구들이 저에게 질문을 자주 하곤했습니다. 진짜 개고기를 먹는지,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국의 정치제도는 어떤지,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언어를 쓰는지.. 등등 한국에 대해 흔히들 갖고있는 전형적인 고정관념들에 대한 질문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들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은 나를 조롱하거나 Streotype로 판단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한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이있고 나를 더 알고싶어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찬찬히 설명해주었습니다. 제가 너무도 긍정적이고 오픈마인드로 받아들이고 행동해서인지 나중에 친구들은 너는 매사에 수줍음도 안타는데다 의견도 적극적으로 내는게 멘탈이 아시아인이 아니라 거의 유럽인수준이야 라고 놀라워했었습니다. 칭찬일까요?

2주간의 생활은 아침에 같이 식사 준비를 하고, 낮에는 일을 한 다음 독일어 수업을 받고, 저녁에는 시내에 나가서 구경을 하거나 혹은 집에서 게임을 하는 식으로 흘러갔습니다. 일은 10월이다보니 낙엽이 많이 떨어져 집 주변의 수로에 수북히 쌓여있는 낙엽을 치우거나, 더 이상 쓸 일이 없는 천막을 다시 분해해서 청소해서 다시 창고에 집에넣는 것이었습니다. 집안에서는 더러워진 벽을 새로 다시 칠하고, 창고에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을 분류해서 버리고 정돈하는 것이었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일을하지 못해서 Marburg 근교로 같이 놀러가거나, 집에서 다같이 둥글게 앉아 토론을 하곤했습니다. 제가 지냈던 마부르크는 대학도시로, 젊은이들이 많이 살고있는 소도시입니다. 특히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을 위한 학과가 있는 대학으로 유명한 도시라서 거리에서 자주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장님을 위한 특별한 Kneipe, 술집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곳에서 서빙을 하는 분도 장님이라고 합니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문화, 언어, 역사를 접하면서 우물안의 개구리에서 좀 더 시야를 넓히고있는 지금이 저는 너무 행복합니다. 더군다나 워크캠프라는 기회로 인해 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혼자서 공부하고 배우고 느끼는것보다, 함께 공부하고 배우고 느끼면서 나누게 된다면 그 보람과 기쁨이 더 커진다는 것을, 이번에는 6명과 함께했으니 6배로 더 커진 기분입니다. 서로 의견이 충돌하거나 대화가 되지 않아도 조금만 물러서서 배려하다보면 다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고, 누군가 먼저 결정해주겠지 기다리기보단 내가 먼저 제안하고 또 의견을 조정하고... 마지막날, 모두 끌어안고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습니다.

친구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움과 한글의 우수성을 알려주기도했고, 다양한 먹거리와 문화도 소개해주었습니다. 소망이있다면, 친구들이 저로 인해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지고 나중에 한국을 찾아와준다면 좋겠습니다.

함께해서 즐거웠던 워크캠프, 잊지못할 추억으로 자리잡을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