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스마랑,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작성자 허다빈
인도네시아 DJ-57 · RENO/KIDS 2012. 01 - 2012. 02 스마랑

GUNUNGPATI PROJECT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내 욕심으로 시작한 모든 것이 나의 모든 것이 되었다

대학입학 후 1년 가까이 되어갈 무렵의 나는 고등학교 시절 꿈꿔왔던 대학생활 낭만의 거짓으로, 숱한 술자리의 허무함으로 혹은 가볍고 일회적인 인간관계 속 외로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보냈다’라는 표현보다는 ‘버텼다’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대학입학을 앞두고 마음에 새겼던 나의 포부와 가치들은 잊은 지 오래였지만 문득 현실의 내 모습을 바라볼 때면 한없이 한심스럽기 마련이었다. 그런 시간들이 지속될수록 나의 능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무엇을 하던지 용기와 자신이 부족하곤 하였다. 그 때의 나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었다.
대학생이 되어 맞이하는 두 번째 방학은 절대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는 다짐을 안고 여기저기 찾아보던 중에 발견한 것이 바로. 워크캠프였다.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몇 번 다녀본 경험이 있긴 했었지만 홀로 해외에 나가 모르는 이들과, 특히 문화도 가치도 언어도 다른 누군가와 2주를 보낸다는 것은 난생 처음이었기에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때의 나에게는 지루한 생활 안에서의 신선한 도전에 대한 갈망뿐만 아니라 나태하고 의미없는 일상생활에서의 도피, 탈피하고픈 욕심에 별다른 두려움을 몰랐던 것 같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인도네시아에서의 삶은 지금의 나를 만드는 그 ‘무언가’가 되었다.

베품이 아니라 나눔, 나눔은 곧 소통

도시 외곽에 위치한 그곳의 학생들은 외국인을 볼 기회가 없었음에도 낯선 우리에게 먼저 다가와 미소로 맞이하여 주었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모인 우리는 학생들의 영어수업에 참여하여 새로운 방식과 자료들로 자극을 주려 노력하였고 낡은 기숙사의 페인트 도색작업을 학생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에게 작은 성취감을 선물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우리의 세끼를 직접 만들어주며 우리가 맛있게 먹는 모습 하나에 매우 행복해하기도 하였다.
일방적으로 베품을 실천하러 갔던 그곳에서 사실은 배우고 얻어오는 것들이 많았던 것이다. 진부하다고 생각해왔던 이런 말들을 실제 피부로 느끼면서 나는 그 말들의 의미를 하나하나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주기만 혹은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것을 서로 나누려고 하는 자연스러운 소통의 과정들이 2주라는 짧은 봉사기간을 한없이 순수하게 해주었고, 이는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발전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 '나눔'이 일회성 봉사로 끝나지 않도록 현재 세계 각지로 흩어진 워크캠프단원들과 서로 연락을 하면서 학생들을 위한 웹사이트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물론 학기가 시작되고 다들 바쁘게 생활할 뿐만 아니라 시차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진행이 더디기는 하지만, 같은 경험을 공유했던 사람들과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나에게는 가치이자 목표인 것이다.

나눔의 연장선, 전진하기 위한 선택

나에게 강력한 한방이었던 작년 인도네시아에서의 경험과 몇 차례의 여행은 단순히 소중한 경험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난 3학년 1학기를 시작으로 나는 재료를 전공하는 공대생일 뿐 아니라 세상과의 나눔을 준비하는 사회복지학과의 학생으로서 훗날 세상과의 나눔을 위해 조금씩 나아가려고 한다.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전공을 동시에 감당하기가 가끔은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스스로에게 진실된 질문을 던져가며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으로, 가슴 깊은 곳에 새겨둔 미래의 자화상에 이미 설레곤 한다. 진정한 나의, 나만의 색깔로, 나만의 울림으로 결정하고 채워나갈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