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밀라스, 12개국 청춘들의 여름 이야기

작성자 염유진
터키 GSM17 · FEST/CULT 2013. 09 MILAS

Milas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터키 이즈미르와 보드룸에서 조금 떨어진 밀라스는 인터넷 검색으로도 찾기 어렵고 이스탄불 현지인들에게도 별로 알려지지 않은 작은 마을 입니다. 그러나 마을 사람 모두 여유롭고 깨끗하고 잘 정돈된 환경과 따뜻한 날씨에 꼭 필요한 바다를 겸비한 매우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우리는 밀라스 국제 페스티벌 워크캠프에 참여하였습니다. 터키, 한국, 프랑스, 스페인, 러시아, 홍콩, 일본, 모로코, 아제르바이잔, 세르비아, 독일, 체코 이렇게 매우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서 15박 16일을 함께했습니다. 외국인에게 친절하고 호기심 많은 특유의 터키 사람들답게, 우리가 마을 산책을 하거나 축제에 참여하면 마을사람들이 먼저 다가와 주었습니다. 시골이라서 더 때묻지 않았고,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한 번 스쳐지나가기 보다 캠프 내내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바닷가 공연장에서 만난 조개 공예품 상인들을 숙소 앞 공원의 장터에서 만나고, 어젯밤 공연에서 같이 춤췄던 아이들을 오늘도 만나곤 했어요. 마치 '아주머니 우리 동네까진 웬일로 오셨어요?' '너 어제 그렇게 늦게까지 놀고 오늘은 잘 일어났니'라는 대화가 가능해 보였죠. 그러기에 우리가 마치 밀라스 마을 주민이 된 것 같았습니다. 우린 주로 공연장, 전시회장 등을 청소하고, 공연에 쓰일 의자를 닦고 정렬하는 일을 했습니다. 일이 끝나면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내고 밤에 공연을 구경했습니다. 자유 분방한 워크 캠프 멤버들과 함께 있다보면 타인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고 바다에서 놀고,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출 수 있었지요. 공연장에서 우리끼리 신나게 놀다보면 어느새 현지인들이 다가와 같이 어울려 놀곤 했습니다.
축제에 전시할 예술 작품을 만드는 공방에 가서 청소한 적이 있는데 매우 무더운 날씨에 땡볕에서 엄청난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었습니다. 잠시 쉬는 시간에 공방 안에 들어갔는데, 몇 사람들이 눈이 휘둥그레질 예술품들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전시회에 쓰일 밀라스의 고대 유물 복제품이었지요. 특별히 우리에게 재료를 가지고 만들 기회를 주셨고 우리는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가서 '만들기'를 할 수 있었어요. 각자의 작품은 건조 후 구워져서 축제 마지막날 돌려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만들기'하는 동안 친해진 장인들께서 청소는 충분히 됐다며 더 이상 일을 못하게 하시기도 했답니다.
우리 캠프는 워낙 국적이 다양했는데, 아제르바이잔이란 나라는 이 전에는 알지 못한 나라였습니다. 국제 축제에 공연단으로도 참여한 나라였는데, 가장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지요. 한 번은 한국 음식으로 라면과 인스턴트 해물 파전을 해 준적이 있었는데, 모두 맛있게 먹었습니다. 특히 라면은 처음에 맵지 않게 끓였는데 모두 그 맛에 반하여 저와 다른 한국인 친구가 먹으려고 끓인 매운 라면까지 다 먹어버렸어요. 우리가 먹을 면이 없는 사실은 슬펐으나 다양한 국적의 입맛에 맞는 라면의 위상에 깜짝 놀라고 뿌듯했습니다.
캠프 내내 우리의 식사를 책임져 주신 아저씨와 아주머니 - 우리는 마마, 파파 라고 불렀습니다.-, 활동 내내 우리를 쫓아다니며 말썽을 부렸지만 누구보다 순수하게 우리를 받아들여 주었던 동네 꼬마 마이문(원숭이라는 뜻) 데니즈, 터키 아이스크림 돈두르마를 사러 갔다가 같이 사진찍고 공짜로 주었던 아저씨들, 서로 보고 이유없이 환호성 지르며 반가워했던 축구하던 중학생들과 우리를 따라 다니던 수없이 많은 동네 아이들. 여행은 같은 여행자끼리의 추억도 소중하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의 만남도 매우 소중한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해준 워크 캠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