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아이슬란드, 전역 후 특별한 시작
Hveragerði - Health and Environment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2013년 9월 25일, 나는 대한민국 육군 병장에서 민간인으로 전역하였다. 그 다음 해에는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내 삶의 두 번째 장을 열어나갈 참이었다. 24년이라는, 그리 길지는 않은 시간 동안 살아왔지만 분명 지금 이 순간은 내가 이때껏 살아온 그 어느 때보다도 내게 중요한 전환점이 될 터였다. 그 전환점을, 한 막의 끝과 그 다음 막의 시작을 나는 특별한 경험으로 장식하고 싶었다.
본래는 그저 아이슬란드에 여행을 가고 싶은 것뿐이었다. 군대 안에서도 열심히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인터넷으로 구할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었다. 아이슬란드에 대한 제대로 된 여행 가이드북은 론리 플래닛에서 출판한 것밖엔 없었고, 그마저도 외국 서적이라 구하기가 어려웠다. 외국 서적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이태원의 한 서점에 재고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한달음에 그곳으로 향했다. 책을 집어들고 계산대로 향하자, 내게서 그것을 건네받은 계산원이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아이슬란드에 갈 계획이세요?"하고 물었다. 내가 그렇다고 답하자, 그녀는 반가운 표정으로 자신도 이전에 한 번 다녀왔는데, 정말 아름답기가 그지없는 곳이라며 칭찬을 아낌없이 늘어놓았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워크캠프로 갔다온 거였는데,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이었어요." 워크캠프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것은 그 때였다.
워크캠프에 대한 정보를 여기저기서 찾아본 결과, 그 프로그램이 꽤나 매력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나라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어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캠프를 골라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본래 생명과학을 전공하기도 하였고, 건강과 환경에 대한 내용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나는 "Health and Environment"라는 이름의 본 프로그램에 지원하였고, 참가자로 선정되었다.
워크캠프는 크베라게르디(Hveragerði)라는 작은 마을에 위치한 일종의 요양원에서 진행되었다. 봉사자들이 할 일은 해당 요양원에서 온실을 관리하고 농작물을 수확하는 등 여러 가지 잡일을 수행하는 것이었다. 지원할 당시에는 몰랐지만, 내가 지원한 워크캠프가 가장 삶의 질이 좋은 워크캠프 중 하나였다는 점은 정말 운이 좋은 점이었다고 생각한다. 해당 워크캠프에서는 자원봉사자를 위한 1인1실 숙소가 별도로 제공되었으며, 샤워 시설, 화장실 등도 매우 좋은 편이었다. 식사 또한 해당 기관에서 요양하는 분들을 위한 식당에서 함께 먹을 수 있어 별도로 취사를 할 필요도 없었다. 요양원인 만큼 수영장, 헬스장 등도 함께 구비되어 있었는데 이 역시 이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었다.
캠프 리더는 두 명이 있었는데, 프랑스 출신의 제랄딘과 폴란드 출신의 파벨이였다. 파벨은 리더라기에는 다소 책임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가끔 보였지만 쾌활하고 밝은 성격이었으며, 제랄딘은 리더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여 나머지 참가자들에게 늘 모범이 되었다. 다른 참가자들과는 대체로 원만하게 지내었으며, 제랄딘의 제안으로 우리는 매일 밤마다 모여 자신이 살던 나라의 문화를 서로에게 소개해주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나는 준비해간 것이 많지 않았지만 반크를 통해 받았던 자료를 활용하여 우리 나라를 소개하고, 근처 마트에서 산 쌀과 계란, 식당에서 얻은 야채, 그리고 내가 가져갔던 고추장 등을 이용하여 비빔밥을 만들어주기도 하였다. 내가 요리를 더 잘 했더라면 미리 다양한 식재료를 준비해가서 우리 나라의 맛있는 요리들을 많이 소개해줄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본 프로그램에는 많은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먼저 일정 중 첫 날에는 봉사활동을 바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골든 서클(Golden Circle)이라 불리는 아이슬란드의 가장 유명한 세 곳의 관광 명소를 투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물론 추가로 투어 비용을 내야 했지만 그 가격이 저렴하였기에 어차피 워크캠프 일정이 끝난 뒤 개인적으로 여행을 할 예정이었던 나는 기꺼이 그 투어에 참여하였다.
워크캠프 일정 중에도 주말에는 일을 하지 않고 자유로이 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는데, 우리는 이 시간을 이용하여 여행을 다녔다. 첫째 주말에는 우리끼리 돈을 모아 승용차를 렌트하고 숙소를 예약하여 남부 해안을 여행하였다. 둘째 주말에는 크베라게르디의 관광 명소인 레이캬달루르(Reykjadalur)라는 이름의, 따뜻한 물이 흐르는 강까지 하이킹을 다녀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면 단연 오로라를 보았던 일일 것이다. 핀란드에서 온 커플인 유까와 따루가 자신의 나라를 소개해준 뒤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던 중, 오로라 이야기가 나와 오로라 예보 사이트를 확인해보니 기상이 맑고 오로라 활동이 활발하다고 나와있어 바깥을 확인해보았더니 녹색의 오로라가 밤하늘 전체를 메운 채로 일렁이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날 우리를 본 기관의 직원들이 하나같이 "어제 오로라를 보았느냐"며 호들갑을 떤 것을 보면 그들이 보기에도 꽤나 굉장한 오로라였던 모양이었다. 다같이 정신없이 뛰어나가서 거의 한 시간 가량을 추위도 잊고서 다 함께 오손도손 모여 오로라를 보았던 일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가장 인상깊게 남아있다.
아이슬란드에서 워크캠프를 하며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알게 되고, 그 다양한 나라들에 대해서 보다 잘 알게 되며 (예를 들어, 워크캠프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핀란드 역시 우리 나라처럼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나 역시 우리 나라를 그들에게 알릴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즐거웠을 뿐 아니라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사실 이 때의 경험이 지금의 나의 사고방식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워크캠프는 내게 즐거웠던 경험으로 기억에 남아있고, 내 친구들에게도 아무런 주저 없이 워크캠프에 참여할 것을 추천할 것이다.
본래는 그저 아이슬란드에 여행을 가고 싶은 것뿐이었다. 군대 안에서도 열심히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인터넷으로 구할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었다. 아이슬란드에 대한 제대로 된 여행 가이드북은 론리 플래닛에서 출판한 것밖엔 없었고, 그마저도 외국 서적이라 구하기가 어려웠다. 외국 서적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이태원의 한 서점에 재고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한달음에 그곳으로 향했다. 책을 집어들고 계산대로 향하자, 내게서 그것을 건네받은 계산원이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아이슬란드에 갈 계획이세요?"하고 물었다. 내가 그렇다고 답하자, 그녀는 반가운 표정으로 자신도 이전에 한 번 다녀왔는데, 정말 아름답기가 그지없는 곳이라며 칭찬을 아낌없이 늘어놓았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워크캠프로 갔다온 거였는데,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이었어요." 워크캠프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것은 그 때였다.
워크캠프에 대한 정보를 여기저기서 찾아본 결과, 그 프로그램이 꽤나 매력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나라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어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캠프를 골라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본래 생명과학을 전공하기도 하였고, 건강과 환경에 대한 내용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나는 "Health and Environment"라는 이름의 본 프로그램에 지원하였고, 참가자로 선정되었다.
워크캠프는 크베라게르디(Hveragerði)라는 작은 마을에 위치한 일종의 요양원에서 진행되었다. 봉사자들이 할 일은 해당 요양원에서 온실을 관리하고 농작물을 수확하는 등 여러 가지 잡일을 수행하는 것이었다. 지원할 당시에는 몰랐지만, 내가 지원한 워크캠프가 가장 삶의 질이 좋은 워크캠프 중 하나였다는 점은 정말 운이 좋은 점이었다고 생각한다. 해당 워크캠프에서는 자원봉사자를 위한 1인1실 숙소가 별도로 제공되었으며, 샤워 시설, 화장실 등도 매우 좋은 편이었다. 식사 또한 해당 기관에서 요양하는 분들을 위한 식당에서 함께 먹을 수 있어 별도로 취사를 할 필요도 없었다. 요양원인 만큼 수영장, 헬스장 등도 함께 구비되어 있었는데 이 역시 이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었다.
캠프 리더는 두 명이 있었는데, 프랑스 출신의 제랄딘과 폴란드 출신의 파벨이였다. 파벨은 리더라기에는 다소 책임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가끔 보였지만 쾌활하고 밝은 성격이었으며, 제랄딘은 리더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여 나머지 참가자들에게 늘 모범이 되었다. 다른 참가자들과는 대체로 원만하게 지내었으며, 제랄딘의 제안으로 우리는 매일 밤마다 모여 자신이 살던 나라의 문화를 서로에게 소개해주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나는 준비해간 것이 많지 않았지만 반크를 통해 받았던 자료를 활용하여 우리 나라를 소개하고, 근처 마트에서 산 쌀과 계란, 식당에서 얻은 야채, 그리고 내가 가져갔던 고추장 등을 이용하여 비빔밥을 만들어주기도 하였다. 내가 요리를 더 잘 했더라면 미리 다양한 식재료를 준비해가서 우리 나라의 맛있는 요리들을 많이 소개해줄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본 프로그램에는 많은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먼저 일정 중 첫 날에는 봉사활동을 바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골든 서클(Golden Circle)이라 불리는 아이슬란드의 가장 유명한 세 곳의 관광 명소를 투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물론 추가로 투어 비용을 내야 했지만 그 가격이 저렴하였기에 어차피 워크캠프 일정이 끝난 뒤 개인적으로 여행을 할 예정이었던 나는 기꺼이 그 투어에 참여하였다.
워크캠프 일정 중에도 주말에는 일을 하지 않고 자유로이 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는데, 우리는 이 시간을 이용하여 여행을 다녔다. 첫째 주말에는 우리끼리 돈을 모아 승용차를 렌트하고 숙소를 예약하여 남부 해안을 여행하였다. 둘째 주말에는 크베라게르디의 관광 명소인 레이캬달루르(Reykjadalur)라는 이름의, 따뜻한 물이 흐르는 강까지 하이킹을 다녀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면 단연 오로라를 보았던 일일 것이다. 핀란드에서 온 커플인 유까와 따루가 자신의 나라를 소개해준 뒤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던 중, 오로라 이야기가 나와 오로라 예보 사이트를 확인해보니 기상이 맑고 오로라 활동이 활발하다고 나와있어 바깥을 확인해보았더니 녹색의 오로라가 밤하늘 전체를 메운 채로 일렁이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날 우리를 본 기관의 직원들이 하나같이 "어제 오로라를 보았느냐"며 호들갑을 떤 것을 보면 그들이 보기에도 꽤나 굉장한 오로라였던 모양이었다. 다같이 정신없이 뛰어나가서 거의 한 시간 가량을 추위도 잊고서 다 함께 오손도손 모여 오로라를 보았던 일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가장 인상깊게 남아있다.
아이슬란드에서 워크캠프를 하며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알게 되고, 그 다양한 나라들에 대해서 보다 잘 알게 되며 (예를 들어, 워크캠프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핀란드 역시 우리 나라처럼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나 역시 우리 나라를 그들에게 알릴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즐거웠을 뿐 아니라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사실 이 때의 경험이 지금의 나의 사고방식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워크캠프는 내게 즐거웠던 경험으로 기억에 남아있고, 내 친구들에게도 아무런 주저 없이 워크캠프에 참여할 것을 추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