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아이슬란드, 꿈을 현실로 만든 여름

작성자 김지나
아이슬란드 SEEDS 056 · ENVI 2013. 06 - 2013. 07 하프나르피외르뒤르, 아이슬란드

Revegetation in the south of Iceland (2:2)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아이슬란드는 내 드림랜드>
사실 워크캠프를 처음부터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예전부터 아이슬란드를 너무너무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때마침 워크캠프가 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아이슬란드 여행도 하고, 일도 하고 친구들도 사귈 수 있다니 꿈만 같은 기회였다. 아이슬란드는 인구가 워낙 적어서 혼자 여행하기엔 너무 지루하고 자칫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좀 재밌고 쉬운 프로그램을 신청하려다가, 이왕 가는 거 힘든 일을 하고 오는 것도 뜻깊은 추억이 될 것 같아서 "Revegetation in Iceland"를 신청했다.


아이슬란드는 인구가 30여만 명밖에 되지 않는 조그만 나라다. 우리나라와 엇비슷한 면적에 인구가 30만 이라니? 듣기만 해도 큰 나라를 관리할 인력이 부족해 보인다. 실제로 아이슬란드는 자연환경을 파괴할 사람도, 관리할 사람도 없어서 자연이 정말 '자연 그대로' 펼쳐져 있다. 아이슬란드는 그 자체가 화산 섬으로 화산 활동이 활발하며, 지열의 작용도 거대한 규모로 이뤄진다. 1인당 지열 발전 이용률이 세계 1위이며 지열발전소는 규모나 시설, 처리 기술 면에서도 세계 으뜸이다. 내가 아이슬란드에 있는 동안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지열발전소를 들르시기도 했다.


또한 북극권 바로 아래에 국토가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수목의 생장에 제한을 받으며 빙하의 흐름도 활발하다. 이런 지질학적 특징은, 아이슬란드의 풍경을 다채롭게 만들었다. 황무지와 고원지대가 끝도 없이 계속 되며, 화산활동으로 높이 솟은 산들 사이로 형성된 거대한 빙하퇴가 바다를 향해 저지대로 흘러내린다. 빙하작용 뿐만 아니라 화산활동으로 인한 토양의 침식작용이 수목의 생장이 힘든 또 다른 이유인데, 내가 참가한 프로그램이 아이슬란드의 '재식생'이어서 더욱 의미있었다!


<Revegetation in Iceland>
이름은 거창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나라의 농촌활동체험(농활)이나 다름없었다. 풀이나 나무따위를 고상하게 만지는 활동을 생각했던 건 큰 오산이었다. 나무심기나 이미 심어진 식생관리를 하기도 했지만 나무보다는 토양을 중점적으로 관리했는데, 침식된 토양에 거름과 흙을 채우고, 땅을 고르게 하며 식생에 방해되는 풀을 뽑는 게 주된 작업이었다. 내 평생 할 삽질은 거기서 다 하고 온 것 같다. 가장 힘든 날은 첫째날이었는데, 처음으로 삽질을 하고 힘든데다 비가 세차게 쏟아졌다. 우리는 'Rain is a good thing' 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비와 흙과 거름과 삽에 물아일체되는 기분을 느꼈다. 청결함이나 옷가지와 신발, 몸의 안락함은 이미 버린지 오래였다. 신기한 것은 그런 악조건에서도 짜증 하나 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마도 너무나도 재밌는 팀원들과 아이슬란드의 넓은 하늘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노세 노세 아이슬란드에서 노세>
우리 팀이 했던 작업이 비록 육체적 노동이 따르긴 했어도, 그것을 다 보상할 만한 좋은 것들이 많았다. 우선 우리가 머무는 곳이 수도 레이캬빅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여서 놀러 나가는 데도 쉬웠고, 학교건물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정말 편하고, 쾌적하고, 넓었다는 것이다. 씻고 자고 요리해먹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고, 컴퓨터 여러 대에 와이파이까지 빵빵했다!


또한 주말마다 나가는 피크닉이 정말 좋았는데, 평일에도 가끔 쉬긴 했지만 주로 주말에 우리 팀을 담당하신 현지 농부 2분께서 우리들을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셨다. 나는 아직도 그 때 보고 느꼈던 것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떨리고 금방이라도 또 가고 싶어진다. 마치 어젯밤 일처럼 생생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사진을 보면 얼마나 아이슬란드가 아름다운 곳인지 알게 된다.


삽질로 인해 손목이나 허리에 무리가 오기도 했지만 동네에 있는 수영장에서 몸을 녹이고 올 때면 피로가 싹 없어지는 것 같았다. 여름임에도 13도의 기온으로 우리를 춥게 만들었던 아이슬란드는, 사실 멕시코 만류에 의해 위도에 비해 따뜻한 기온이다. 위치는 북극권인데, 13도 정도면 따뜻했다. 게다가 그 온도에 야외수영장에서 수영하는 기분은 춥다가도 따뜻해지는, 짜릿한 기분을 선사했다.


같이 지내던 친구들도 다들 너무 좋았던 친구들이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한국, 독일, 프랑스, 홍콩, 벨기에, 네덜란드, 우크라이나, 미국, 호주에서 온 11명의 팀이 다들 육체적 노동을 함께 해서 그런지 사이가 참 돈독했다. 마지막 날에는 컴퓨터로 각국의 유명한 노래를 검색해서 다같이 부르면서 춤도 추고, 생일인 친구가 있어서 깜짝 생일파티를 하기도 했다. 인터내셔널 데이에는 각국의 요리를 선보였는데, 한국의 요리는 재료를 구하거나 시간이 오래걸리는 등 어려움이 있어서 같이 온 한국친구와 함께 해물파전을 해주었다. 맛은 조금 덜했지만 다들 맛있다고 레시피도 물어봐주어서 참 착한 친구들이구나 생각했다. 그 외에도 시간날 때마다 우리는 게임을 하는 등 너무 즐겁고 행복한 날들을 보냈다. 마지막 이틀간 함께 떠났던 여행 중 아무도 없는 초원에서 바베큐를 먹으며 햇빛쬐던 그 기분은 평생 생각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