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이탈리아, 나를 비우고 채우다 쿠트로에서 만난 쉼표 하

작성자 이세화
이탈리아 IBOIT 43 · MANU 2013. 11 이탈리아, 쿠트로

Picking up olives 3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대학에 온 후 만들었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워크캠프.

서점에서 재밌어보여 샀던 책에서 처음 접했던 워크캠프를 직접 다녀오게 될 줄이야!

빠르고 힘겹게 달려왔던 대학생활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나니 왠지 휴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만의 휴학 계획을 짜고 부모님께 허락을 받으니 이제는 신청과 합

격만이 남았을 것!

친한 동기중에 한명이 여름방학을 이용해 아이슬란드로 갔던 워크캠프 경험담을 늘어놓는

것을 들으니 더욱 참을 수가 없었다. 휴학을 하자마자 워크캠프 신청을 해놓고 합격을 기다

리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워크캠프 전, 후를 이용해 중국어 시험도 보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여행계획도 짜고 틈틈히 워크캠프 준비도 했다.

그리고 합격 통지를 받자마자 ( 2지망에 붙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좋음!) 비행기표를 예약

하고 여행테마를 짜서 동행할 친구까지 만들어 부푼 마음으로 출발했다.

2주간의 여행이 끝나고 드디어 베이스캠프로 가는 날! 나폴리에서 여섯시간을 달려 쿠트로

에 도착했다. 쿠트로 역에 도착하고 나니 내 눈앞에는 허허벌판만이.....펼쳐져 있었다.

로마에서 만난 이탈리아 친구가 '쿠트로?거기까지 가서 대체 뭘 할려고?로마엔 삼일있으면

서 쿠트로에서 일주일을 있겠다고!?'라며 경악했던 이유를 살짝..아주 살짝 알 수 있었으나

나폴리에서 미리 만나 함께한 한국인 참가자 유나와 같은 기차를 타고 왔던 일본인 참가자

아키요와 함께 긍정적인 마음으로 캠프리더의 픽업을 기다렸고, 곧 베이스캠프로 들어올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많이 실망했던 것이 사실이다. 기본 2주인 다른 워캠에 비해

1주일이라는 짧은 시간도 많이 아쉬웠었는데, 24명 캠프에 참가자가 5명이라니..

게다가 다섯명 중에 한국인 둘, 일본인 둘, 멕시코 아주머니 한분이라는 엄청난 국가비율

에 처음엔 실망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첫날부터 이탈리아 전통 방식으로 '뇨끼'라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으며 어색함을 털어내고 차분하게 친해지기 시작했다. 숙소는 이전 캠프에

서 남자아이들이 쓰던 방을 배정받았기 때문에 정말 눈물이 나게 더러웠으나 한국인 여자

두명의 풀파워를 가동해 슥슥삭삭 숙소를 정리해놓고 꿀잠을 청했다.

워크캠프가 시작되는날, 날씨가 맑지 못해 일을 하러 갈 수가 없다는 리더의 말에 우리는

다음 워크캠프를 위해 숙소 대청소를 하기로 했고 오전 시간을 투자해 각 방과 침대, 화장

실, 거실, 부엌 등을 구석구석 청소했다. 점심을 만들어 먹은 후에 멕시코 아주머니가 가져

오신 멕시코 간식도 먹고, 한국과자도 먹고, 참가국의 인삿말도 배우며 각 문화를 공유하

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고, 오후시간을 이용해 지역 박물관도 다녀왔다. 결과적으로 말하자

면 우리는 일주일동안 일을 하지 못했는데, 이유는 지난 캠프 참가자들이 올리브 농장의 올

리브를 모두 수확했으며, 올리브의 수확기 마지막즈음이었고, 날씨가 좋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인터넷도 되지 않고, 과중한 업무도 없으며, 자율적으로 우리가 할 일을 만

들어야하는 곳에서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나라 사람의 생각들을

공유하기도 했고, 우리가 만들어내는 웃음들로 빈 공간을 다시 채웠다.

남는 시간들을 이용하여 근처 바닷가도 산책하고, 음악도 마음껏 듣고, 차도 끓여먹으며

차분해질 수 있는 시간,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다녀왔던 워캠의 장점으로 첫째,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 내

인생의 계획을 점검하고 지금까지 왔던 내 흔적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는 점을 꼽는다. 둘째

로 캠프 리더가 마피아에 관련된 영화를 한번 틀어준 적이 있었는데, 정치를 전공하는 나에

게 마피아의 정치경제력 독점이라는 과거 역사를 알게 된 것은 참 흥미로운 일이었다. 그리

고 셋째로, 비록 참가국의 수와 참가자의 수는 적었지만 훌륭한 일본인 언니 두명을 얻었으

며, 정말 마음이 잘맞는 한국인 친구 유나와도 만날 수 있었고, 엄마와도 같이 우리를 보살

펴 준 로지 아줌마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한편 내가 다녀왔던 워크캠프의 단점으로는 첫째, 캠프 리더 중 한명이 캠프 도중 본인의

나라로 귀국을 했고, 시간약속 또한 한번도 지킨적이 없었으며, 심지어 약속을 깨고 숙소

로 오지 않기도 했다는 것을 꼽을 수 있고 둘째로는 워크캠프에 와서 '워크'를 한번도 하

지 못했다는 점이 있다. 또한 셋째로 베이스 캠프가 워낙 한적한 시골마을에 위치하는 것

과 인터넷이 안된다는 점은 괜찮으나, 우리가 원하는 식료품과 재료를 사러 나갈 수 없었음

에도 불구하고 사와달라고 부탁할 수 없었고, 함께 나가지도 못했으며 사다주는 재료로만요

리를 해야해서 사갔던 불고기 소스를 그대로 버려야했다는 점과 나가는 기차편, 항공편을

예약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이 안되어 인터넷이 되는 곳으로 데려준다고 했으나, 그

약속시간에 리더가 오지않았음은 물론 그 날 하루 종일 아무에게도 연락이 없이 일방적으

로 약속이 깨어졌다는 점, 리더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주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 등

을 단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내 추억의 한편에 강렬하게 자리하게 될 이번 워크캠프

덕분에 다음 워크캠프를 또 한번 준비하려고 한다. 일본에 놀러가면 제일 먼저 찾게 될

아키요 언니, 에미 언니. 그리고 나에게 많은 것들을 일깨워준 유나가 무지무지 보고싶다.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워크캠프! 달기도 하고 쓰기도 하고 그녀석 참 신통방통하다.

다음에 또 보자 워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