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아이슬란드, 코끝 시린 나의 두 번째 고향

작성자 최민지
아이슬란드 WF58 · ART/FEST 2013. 09 - 2013. 10 Reykyavik

RIFF Reykjavik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저는 올해 초에 학교 지원을 받아 인도 국제워크캠프에 다녀왔습니다. 그 곳에서 내 최고의 캠프리더 Vinoth와 Deepak 그리고 한국인들로 똘똘 뭉친 캠퍼을 통해 좋은 추억을 얻고, 이미 인도에서 다짐했었던 일이었습니다. 한국에 가면 올 해 유럽여행갈 때 워크캠프를 한 번 더 포함해서 가야겠다.. 그렇게 저에게 인도와 아이슬란드는 정말 특별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다들 경험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단순히 며칠 여행만 다녀온 다른 여행자에게 느껴지는 그 나라보다 워크캠프를 하며 2주간 지냈던 그 나라는 마치 나의 제 2의 고향처럼 너무 특별하게 느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슬란드를 생각하면, 생각만해도 그 곳의 추위 때문인건가 코끝이 애려오는 것 같아요.
왜 아이슬란드였냐 하면.. 처음엔 그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스칸디나비아에서 아이슬란드는 너무나 생소했습니다. 항상 노르웨이에 가고싶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워크캠프에 아이슬란드가 상당히 많길래 어떤 곳인지 알고싶어 검색하다 사진 몇 장만 보고 '아 여기로 가야겠다.'하고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또 Festival쪽의 활동을 하고싶었고 서비스, 영화산업에 관심이 있었던 저에게 'RIFF; Reykyavik International Film Festival'은 꼭 저를 위해 준비된 활동같다 느껴졌어요. 주제도 흥미롭고 해서 혹시 떨어지진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열심히 지원서를 써내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영국에서 5일간 여행을 마치고 아이슬란드로 가는 비행기에서 얼마나 설레였는지 모릅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보는데 푸른 바다와 갈색과 초록색이 섞인 땅덩어리 정말 딱 두 가지만 보였습니다. 수도인 레이캬비크 시내로 이동하는데도 이끼가 가득낀 주변과 도로뿐이었고, 개발된 도시들만 보다가 정말 아무것도 손대지 않은 자연을 보니 소름도 끼치고 마음이 순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며칠 간 아이슬란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고 2일 뒤 캠프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 후기에서만 듣던 화이트 하우스에서 만나게 되었고, 어색어색한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한국인은 저를 포함한 세 명이었고, 아시안은 일본인 두 명을 포함한 총 다섯명. 멕시칸 두 명을 제외하고 모두 유로피언이었습니다. 다양한 국가 조합이 형성되어 서로의 나라를 알아가는데 정말 큰 재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슬란드 워크캠프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화이트&옐로우하우스 근처에 수영장이 있습니다. 무료로 2주동안 사용할 수 있어요. 저희는 첫만남의 어색함이 가시기도 전에 모두 수영복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 수영장으로 갔습니다. 실내수영장과 밖에는 조그만한 온천이 있는데 저는 눈 뜨자마자 습관처럼 하루도 빠짐없이 간 것 같아요. 사실 또 저는 여기 아이슬란드에서 수영이 하고싶어서 3월부터 6개월간 수영을 배워갔거든요.. 풀이 엄청 큰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깊고, 그냥 여기서 수영한다는 자체가 너무 행복했습니다.
첫 날은 골든서클 투어를 갔다가, 본부에 들려 이번 RIFF에 대해 스케줄을 대충 조정받고 어떤 것인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 지를 들었습니다. 다소 짠 아이슬란드의 도미노피자와 함께 총괄 책임자, 관계자들 그리고 워크캠프를 통해 들어오지 않고 따로 신청해서 온 친구들과도 인사를 나누었어요. 그리고 스케줄을 받았는데 크게 ticket, screen, information으로 나뉘어서 일을 진행했습니다. 저는 스크린과 인포메이션만 했는데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재밌는 경험만 있었던건 아니고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정말 하루에 내가 맡은 관에서만 한 번 이상은 영사사고가 났는데 매니저께 사고를 설명하고, 관객들에게 또 이 상황을 전달하는게 저에겐 결코 쉬운일은 아니었어요. 유로피언 특유의 과도한 액션과 함께 나를 보고 'No Sound!'를 외치는 처음 그 때를 잊을 수가 없어요. 한국에서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오래해서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피부색이 다른 관객들이.. 머리가 온통 하얘져서 'Sorry, I'll check it now!'만 외치고 도망갔던 기억이 납니다. 뿐만 아니라 영화가 중간에 꺼져서 30분동안 안나온 적도 있었어요. 그중에서도 제일 당황스러웠던건 디렉터가 영화 시작부분이 젤 중요하니 영화 시작 3분 뒤 더이상 입장객을 받지말라 나에게 부탁했을 때! 고객이 팝콘과 나쵸를 한가득 들고 저에게 웃는 얼굴로 티켓을 내밀었을 때 제가 그들에게 취해야만 했던 나의 행동과 말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사실 저는 그 때 디렉터가 안보이면 몰래 들여보내주고 그랬어요..
그런데 정말 흥미로웠 점이 있었습니다. 정말 어딜가든 느끼는 거지만 우리나라만큼 손님에 쩔쩔매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이나, 마치 왕코스프레하는듯 행동하는 소비자가 없다는 겁니다. 디렉터가 들여보내지 말라해서 환불이 가능한데 이래저래 해서 입장이 불가능하다 말했을 때, 우리나라 같았으면 "뭐 이런게 다있어 관장 나오라 그래!" 하는 사람 분명 있을텐데 다들 처음엔 당황스러워해도 자신들이 늦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또 30분동안 영화가 안나와 내가 쩔쩔매며 미안하다 사과하면 '당신 잘못이 아니잖아요. 기계가 잘못된 뿐인걸요. 언제쯤 다시 시작될 예정인지 알 수 있을까요?' 심지어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또 관객들의 행동 뿐만 아니라 팝콘 패키지가 부시럭 거리는 얇은 종이로 된 것만 해도 알 수 있었는데요.(우리는 빳빳한 제질의 팝콘통) 우리나라 같으면 영화볼 때 계속 팝콘종이를 부시럭거리면 '거참! 조용히 좀 합시다!' 나올 법한데 영화볼 때 부시럭 부시럭, 문도 쿵쿵, 스크린 앞을 지날때도 당당하게 목과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지나가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뭐가 더 좋다구 말할 수 없지만 문화차이가 정말 재밌었어요.
일 외에도 특별한 활동이 있는데 바로 식사시간 입니다. 캠프리더가 시네마 스케줄에 맞춰 비는 날 클리닝과 쿠킹 스케쥴을 짜주는데, 한식 마케팅에 관심이 있던 저는 이 쿠킹데이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비빔밥, 호박전, 맛탕, 호떡, 떡갈비 그리고 감자전을 해줬는데.. 비빔밥은 고추장때문에 호불호가 좀 갈리고 호박전, 호떡, 떡갈비가 특히 인기가 좋았던 것 같아요.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음식 뭐 해줘야 하는지 분명 고민하는 분들이 있을텐데.. 호떡 믹스 여러개 꼭 챙기시고, 김밥, 잡채 좋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가 아닌지라 채식을 하는 친구들이 은근 많아서, 베지테리언을 고려해야한다는 점도 팁입니다.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수영복 챙겨서 뜨끈뜨끈한 물에 몸담구러 갔던 거, 밤마다 못마시는 맥주 한 잔씩 하고 잤던 것도, 계속 손이 가서 손 계속 주다가 3키로는 찌운 파랑 패키지 코코넛초코칩쿠키도, 초코우유 손바닥만한 한 팩에 2500원 가량 했던 엄청난 물가도, 수영장에서 샤워하고 있으면 서양 할머니고 애기들이고 다 내 몸을 구경하던 것도, 오리도 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준 밤에도 이쁘고 낮에도 이쁜 레이캬빅 중심 호수도, 알록달록 어딜가든 ...세트장 같던 형형색색 귀여운 집들도, 첫날엔 짜다고 못먹겠다 해놓고 마지막날 싹싹 다 비워먹은 누들스테이션도, 모든 거리가 가로수길 같던 감각적인 샵들도, 다소 충격적이었던 아이슬란드 트레디셔널 푸드 - 스모크드살몬(담배맛..) 그리고 양머릿고기젤리, 아티스트들만 사는 동네인가 할 정도로 엄청난 패션센스를 가졌던 동네 주민들, 다운타운 호스텔 근처 내가 첫끼니로 그리고 마지막끼니로 들렸던 초록간판 케밥집도, 티 마시러 갔던 어색했지만 좋았던 나의 아기자기한 아지트도, 올여름 워터파크를 꾹참고 돈 모아서 다녀온 정말 또 다른 신비의 세계같았던 블루라군도, 그렇게 보고싶다고 노래노래를 불러놓고 정작 너무 추워서 버스안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감상한 오로라도, 아침마다 토마토 햄 치즈에 머시룸버터 초코쨈 가득 발라 우걱우걱 먹었던 샌드위치도, 워크캠프 마지막날 수영장 가려고 짐챙기고 아침 6시 40분 문을 딱 열었을 때 마치 선물같이 펑펑 내리던 눈에 나가지도 못하고 벙쪄있던 것도, 마지막날 한 명 한 명 친구들을 떠나보내며 흘렸던 뜨거운 눈물도 다 너무너무 그립네요...
한국에와서도 몇 번 같은 꿈을 꿨는데, 아이슬란드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를 자꾸 놓치는 꿈이었어요. 그만큼 아이슬란드가 저에게 너무 소중한 추억을 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여행중에 크게 느낀 점이 있는데. 이 말을 마지막으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하세요. 하고싶으면! 시도하지도 않으면서 지금 할 수 없는거라 불평하지 마세요. 정말 간절하게 하고싶지 않은거니까 하지 않은걸 거에요. 정말 그것이 제일 하고싶으면 다른 것을 포기하고라서도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