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이탈리아, 나를 찾아 떠난 2주

작성자 송다영
이탈리아 IBOIT 31 · MANU 2013. 08 CUNEO ,ITALY

San Benedetto Belbo CT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 참가동기

처음 워크캠프를 접한 곳은 인터넷 커뮤니티였다
웹서핑을 하던 도중 워크캠프 관련 글을 보게 되었고 홀린듯이 지원했다.
평소 수동적인 자세로 살아왔던 나였는데,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린 것인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지원서를 쓰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원래 내가 알던 내 모습이 아니었다. 이게 모든 것의 첫 시작이었다.

넓은 세상을 보고 싶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해보고 싶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의 근본이 되는 '나 자신'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나'로 22년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평생 살아갈텐데 나는 나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잘 하는지도 몰랐고 오롯이 나에 대한 생각만을 해본적도 없었던 것 같다.

평소 도전, 모험, 경험을 중시하지만 정작 수동적인 자세로 무언가를 해본 적 없던 내게 워크캠프라는 기회가 나타났고 나는 그 기회를 잡았다.
워크캠프 라는 것이 내가 갈망하는 무언가를 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것을 통해 나는 인생에 있어 하나의 큰 점을 찍게 되었다.


- 활동이야기

내가 한 일은 이탈리아 북서지방 시골마을에서 수도원 뒤 돌담을 쌓는 일이었다.
처음 지원을 했을때는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감이 안잡혀서 일의 강도를 예상하지 못했다. 준비물이 침낭,작업복,워커,목장갑,마스크 등등 이어서 조금 걱정하긴 했었는데 어마어마하게 힘든 일은 아니었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빵과 차로 식사를 하고 8시부터 작업을 했다.
8-12시까지 오전 작업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한 후에 쉬는 시간을 갖고, 3-7시에 오후 작업을 하는 식이었다.
작업은 돌담을 쌓는 것이기 때문에, 2주 동안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돌을 분류하고 골라내고, 돌을 옮기고 조각내고, 맞춰서 쌓고...
크게 힘든 일은 없었지만, 더운 날씨에 큰 돌들을 옮기고 골라내는 부분이 고된 작업이었다. 거의 10일 정도 차근차근 일한 덕분에 마지막엔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예쁘고 튼튼한 돌담을 완성할 수 있었다. 힘들었지만 뿌듯했다.


- 에피소드

한국에서 준비해간 호떡믹스로 다같이 야식타임을 가졌다.
이웃주민분들과 같이 식사를 했던 때라 모두 함께 나눠 먹었는데 코리안케이크라고 크게 호평을 받았다. 모두들 더 없느냐고 모두 아쉬워했다.

또, 공기를 가지고 갔었는데 내가 쉽게 하는 것을 보고 모두 놀람을 금치 못했다.
한국에서는 어린 아이들도 다 이렇게 한다고 하니까 한국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해서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베스트 플레이어라는 영예와 함께 다른 친구들의 공기 선생님이 되어 쉬는 시간마다 가르쳐 주었다. 계속 반복하다보니 조금씩 실력이 늘었고 성공할 때마다 다 같이 박수와 함께 칭찬을 했다. 잘 못하는 친구에게는 계속 격려를 해주었더니 미미하지만 조금씩 실력이 늘었다. 헤어질 때 공기에 특히 관심있어하는 친구 둘에게 공깃돌을 선물로 주었다. 지금도 그 친구들과 메신저를 할 때면 다음에 같이 공기게임을 하자는 얘기를 한다.

시골 마을이라 공기가 무척 좋고, 밤하늘에 별도 많이 보였다.
밤에 모닥불 앞에 서서 하늘의 달을 보고 각 나라 언어로 달을 뭐라고 하는지 얘기했다. 룬, 루나, 문... 달이라는 한국어를 신기해 하더라.
워크캠프를 마치고 헤어질때 한국에서 준비해간 책갈피와 편지를 줬는데 한국어로 이름을 써서줬었다. 한국어를 신기해하고 귀엽게 생겼다고 좋아해서 내가 더 신기했다!

주말엔 근처 마을들을 가볍게 하이킹했는데, 사람이 많지 않은 작은 마을이어서 조용하고 고즈넉하고... 동화 속에서 볼법한 풍경이었다.
마을과 산 아래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갔을 때 천둥 번개, 비가 갑자기 내리는 바람에 비를 맞으면서 프랑스 친구들과 각 국의 닭소리를 흉내내고, 프랑스 샹송을 부르며 나풀나풀 거닐은 것도 기억에 남는다.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정말 많았다.
매일 밤 친구들과 이태리,프랑스 카드게임을 하고, 각자 자기 와인을 꺼내서 마시고 여러 언어로 나눈 대화들...


- 참가 후 변화

사실 처음 3일까지는 정말 외롭고 힘들었다. 나 혼자 동양인이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유럽인이라는 것에서 느껴지는 소외감과, 언어적.문화적 장벽, 낯선 환경 등...
'3일만 버텨보고 진짜 힘들면 그 때 어떻게 할지 다시 생각하자.'
이 생각으로 처음 3일을 버텼고 그 이후에 놀라울 정도로 이 곳에 적응하게 됐다.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말 다른 결과를 불러오는 것 같다. 계속 그렇게 불안하고 소외감을 느끼고 가만히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겠지.
워캠을 떠나기 전 지난 참가자 분들 얘기가 정말 맞았다. 열린 마음으로 두려움없이 다가간다면 그들도 나에게 똑같이 다가올거라고. 용기를 내서 다가가고 마음을 편히 먹고 대하니, 지금 그들은 소중한 추억을 함께 나눈 친구들이 되었다.

겉으로 볼 때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워크캠프가 나의 내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나는 전보다 열린 마음, 넓게 보는 눈을 갖게 되었고, 생각의 규모도 이전보다 커졌다.

무엇보다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꿋꿋하게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었다.
힘든 일이 생겨도 그 때 처음 내 모습을 떠올리면서
'난 할 수 있어. 그 때 나는 그랬었지만 결국 다 이겨내고 잘 해냈잖아!' 라고 한다.
그 시간이 지금 나에게 버팀목이 된 셈이다.
항상 '난 안될거야, 난 못해' 이런 생각이 박혀있던 나를 구원했다고 생각한다.

또, 그 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과 꾸준한 연락을 하고 있다.
영어로만 대화를 하다가 친구들 덕분에 프랑스어, 이태리어에도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지금은 프랑스어 공부를 하고 있다. 친구가 생기니 그 나라에도 관심이 가고 나아가서 언어, 문화 등 다양한 곳에 흥미를 갖게 된 것 같다.
그 친구와도 워크캠프가 아니었음 만나지 못했을 것이고, 혹 만났다해도 2주 동안 같이 생활하면서 이렇게 좋은 친구가 될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워크캠프는 나에게 너무나도 감사하고 또 소중한 경험이다.
여기에 다 쓰지 못한 수많은 기억들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이 따뜻하다.

가능하다면 다음에는 동생을 데리고 함께 떠나고싶다. 내가 느낀 이런 것들을 동생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