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스물일곱, 방황을 멈추고 힐데스하임으로

작성자 서정아
독일 IJGD 03203 · ENVI 2013. 10 힐데스하임

INTERNATIONAL GARDENING HILDESHEIM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스물일곱. 청춘처럼 방황하기에도, 사회적인 안정을 누리기에도 애매한 나이에 나는 워크캠프를 결심했다. 사회적으로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가야 할 나이였음에도 마음 한가득 여느 새파란 청춘과 다름없는 방황이 일고 있을 무렵이었다. 워크캠프 합격소식을 접하자마자 다니던 직장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워크캠프가 그 정도로 큰 의미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당시의 자신에게 전환점이 될 만한 핑계거리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워크캠프의 장소로 정했던 독일에는 내가 한때 꿈꿔왔던 대학원이 있었다. 게다가 세계 삼대 축제라는 ‘옥토버 페스트’도 열리고 있던 터라 나는 망설임 없이 워크캠프 3지망을 모두 독일로 선택했다. 그 중에 내가 합격한 프로그램은 ‘Gardening'이었다. 단순한 정원 꾸미기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이 나의 큰 착각임을 깨달은 것은 나중에의 일이다.
워크캠프 도시인 독일의 힐데스하임은 10월 초임에도 불구하고 겨울과 다름없는 날씨였다. 도착하자마자 간단한 환영식과 게임, ‘Ice Breaking'시간을 통해 12명의 워크캠프 멤버들과의 사이는 어느 정도 가까워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날씨는 꽁꽁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첫날 너무 추워 이가 딱딱 떨려 뜬 눈으로 지샜던 밤은 아직도 생생할 정도로 힘들었다. 이 워크캠프에는 나 말고도 한국인 여자 친구가 한 명 더 참가했는데, 둘이서 밤새 워크캠프를 포기할까 말까를 심각하게 토론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도 대한민국을 망신시키지 말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다음날 아침, 워크캠프 지도자 분께서 난방 기구를 제공해주신 덕분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다음날 참가자들에게 물어보니 추웠던 사람은 우리 둘 뿐이었다. 러시아 친구는 심지어 반팔을 입고 다녔다. 워크캠프 통틀어 유일하게 동양인 여자인 우리 둘은 체력도 약하고 영어에도 서툴렀기에 프로그램에 그다지 도움이 되는 멤버는 아니었다. 때문에 처음에는 오히려 일을 더 만드는 행동을 하기 일쑤라 눈치도 많이 보이고 심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Gardening'이라고는 하지만 돌도 나르고 삽질도 많이 했기 때문에 체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에는 요령이 생기고 멤버들과 장난도 많이 치며 가까워졌고, 마을 아이들과도 친해져 주말에는 같이 시내구경을 다니며 쇼핑을 하기도 했다. 특히 주말에 하이킹하던 중 넋 놓고 봤던 독일산의 아름다운 정경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워크캠프는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거나 하는 경험은 아니었다. 아직도 나는 청춘의 끝에서 방황 중이며 사회적으로 안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부족함을 좀 더 깨닫고, 자신의 위치에 대해서도 좀 더 폭넓게 생각해볼 수 있느 좋은 기회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가장 좋았던 것은 서로 너무나도 다른 친구들과 교감하며 너무나도 특별한 추억을 공유할 수 있었다는 것. 시간이 지나도 반짝이는 추억만큼 값진 것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