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시칠리아, 용기 하나로 떠난 2주

작성자 박승희
이탈리아 IBOIT 02 · MANU 2013. 11 이탈리아 시칠리아

Biancavilla CT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워크캠프가 끝난 직후에는 끝나버린 그 시간과 사람들이 너무너무 그리워서 그때 찍었던 사진도 그때 썼던 일기도 제대로 펼쳐보질 못했습니다. 그런데 벌써 반년 넘게 지났다니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행기 유효기간 3개월을 꽉 채워서 오겠다는 생각에 별다른 준비없이 워크캠프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남들처럼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도 못하고 외국인이랑 직접 대화를 나눌 기회도 없어서 아주 잠깐 걱정이 됐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낙천적인 생각을 하며 신청 버튼을 눌렀습니다. 이륙 몇분 전 비행기 안에서 워크캠프 합격 소식을 받았고, 갑자기 걱정이 엄청나게 밀려들어왔지만 낙장불입.... 그렇게 이탈리아로 가게 되었습니다.

캠프에서 만난 사람들은 저 말고는 다들 몇번씩 워크캠프를 경험했었고, 세명은 이미 다른 캠프에서 만난적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덕분에 친구들 도움을 얻어가며 적응을 쉽게 했습니다. 올리브 따는 것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고 그다지 어렵지 않아 캠프 친구들과 잡담하며 일하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게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곳에서 사는 아이들과 함께했던 시간도 즐거웠습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한국의 애들과 같이 작은것에도 싸우고 웃고 하는게 귀엽고 사랑스러웠습니다. 물론 늘 웃음만 가득했던것은 아닙니다. 캠프 멤버들이 경험했던 다른 워크캠프와는 달리 일을 꽤 오래 시킨다는 이유로 불평을하던 프랑스인 미국인 커플이 도중에 갈등을 일으키고나서 말없이 나가버리기도 했습니다. 큰아빠처럼 든든하던 이탈리아 아저씨 멤버 한분이 세르지오와 감정적으로 갈등을 빚고 중도 하차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중간에 이런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남은 멤버들끼리 짐을 나누고 다독이고 이야기하면서 남은 일정을 잘 소화했습니다. 중간에 갈등이 계속 일어날땐 짜증나고 어서 끝나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캠프가 끝날 즈음 운좋게도 화산이 폭발하는것을 보게됐고 그 순간 모든 불만이 한순간에 다 씻겨내려가고 '여기 오길 잘했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캠프가 끝나고 바로 프랑스로 가서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기 때문에, 남은 친구들과 하루동안 시내를 구경했습니다. 비가 내려서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도 그 하루는 제 여행을 통틀어서 가장 즐겁고도 슬픈 날이었습니다. 안 울어야지 안 울어야지 했는데 다음날 헤어질때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언젠가 다시 유럽으로, 멕시코로 여행이나 워크캠프를 가면 꼭 만나자고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습니다. 워크캠프를 하던 2주는 제겐 정말 보물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나라로 워크캠프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그때는 한순간 한순간 놓치지 않고 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끌어안고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더 행복하게 지내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