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이탈리아, 올리브처럼 푸른 나의 가을

작성자 김수정
이탈리아 LUNAR 25 · AGRI 2013. 10 - 2013. 11 Enna, Sicily, Italia

RURAL SICILY-WINTER EDITION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가을, 저는 올리브와 함께 Enna에서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움을 느꼈습니다.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 왔던 저는 외국인과 함께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어울린다는 워크캠프를 망설임 없이 신청하였습니다. 올리브를 딴다는 것이 생소하기도 했지만, 저에게는 도전이기도 하였기 때문입니다. 10월 29일부터 시작된 Enna에서의 워크캠프. 그 전날 우연히 같은 비행기로 팔레르모에 도착하였던 같은 한국인 언니 덕에 무사히 워크캠프 멤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유쾌한 리더 Lino와 Laura였습니다. Enna의 버스 정류장에서도 차를 타고 꽤 들어가야 도착 할 수 있는 우리의 별장. 그 곳에는 별장을 지키는 가나에서 온 Lasta와 사람을 좋아하는 흰 강아지 Argo가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만났습니다.
첫 날, 모든 것이 어색하고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농장 바로 뒤에 있는 언덕에 올라가서 함께 해가 지는 것을 보고, 함께 싱싱한 유기농 채소와 과일, 그리고 스태프 Pino의 발밑에서 직접 만들어진 와인과 저녁을 해 먹었습니다. 생각보다 유럽에는 채식주의자가 많은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늘 채식주의자를 위한 음식과 아닌 것을 따로 하였습니다. 정말로 우리의 요리왕 Laura는 대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함께 먹었기에 저는 Real Italian Food를 처음으로 맛보았습니다.
둘째 날부터 본격적으로 올리브 따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전 우리는 식사 당번 등 할 일을 분담할 팀을 정하고, Lasta의 가나어로 요일을 배웠습니다. 이피다, 매맨다... 언어를 공유하는 것이 참 재밌더라구요. 가나어는 정말 처음이었으니까요! 그리고 프랑스에서 온 Marion에게 숫자를 1에서 부터 하루에 한두 개씩 하나하나 차근차근 프랑스어로 배우고 저의 언어를 공유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일 시작! 그 곳의 농부의 가르침에 따라 올리브를 따는 법부터 차근차근 배웠습니다. 올리브를 따는 것은... 참 쉬웠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수작업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래서 올리브 오일이 비싸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또한 나무들이 그렇게 크지 않았기 때문에 사다리가 있으면 거의 모든 나무의 올리브를 별로 힘든 것 없이 딸 수 있었습니다. 한 번도 농경생활을 해 보지 않았고, 사다리를 타는 것이 신기했던 저는 일을 하는 내내 사다리 위에서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어제 사정이 있어서 제 시간에 오지 못했던 3명의 멤버가 모여 이제 우리 가족은 모두 모이게 되었습니다. 이탈리아, 한국, 일본, 미국, 멕시코, 프랑스, 세르비야, 라투비아, 러시아, 가나에서 멤버 12명과 스태프 5명이 모여 우리는 한 팀이 되었습니다. 이탈리아 스태프들은 낭만의 이탈리아인들답게 늘 노래와 춤으로 생활하였고, 그것이 저를 언제나 웃음짓게 하였습니다.
세째 날 아침부터는 사다리와 함께 지프차도 동원하여 올리브를 따기 시작했고, 점심 이전에는 시원한 맥주로 10월 말 이상하게 더운 시실리 섬의 더위를 이겨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날 밤부터 진짜 파티가 시작되었습니다. 10월 31일, 할로윈데이였습니다! 우리는 Enna 시내에 있는 한 라이브 클럽으로 향했습니다. 들려오는 흥이 나는 이탈리아의 음악에 몸을 살짝살짝 흔들흔들. 시원한 럼과 맥주를 마시며 우리는 할로윈을 만끽하였습니다. 할로윈을 맞아 개성 있게 변신한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다음날 있을 우리의 멤버, 보영언니의 생일을 축하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뜨거운 밤을 보내었습니다. 그 다음 날이 이탈리아 공휴일이라 일이 없었거든요.
전날의 피로를 풀기위해 늦은 아침까지 잠을 잤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부랴부랴 준비를 하여 우리 별장에서 보이는 근처 호수로 향하였습니다. 호수는 너무나도 푸르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산으로 둘러싸인 색색의 풍경은 저의 가슴을 설레게 하였습니다. 우리는 발을 담그기도 하고 수영도 하고 물수제비도 뜨면서 아름다운 시간을 공유하였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한 발짝 서로에게 더 다가갔죠. 그 후 간단하게 피자를 먹고 Enna의 성곽을 구경한 후, 인터넷이 필요한 몇명은 사무실로 가서 그간 밀렸던 소식들을 체크하고, 몇몇은 카페로 향했습니다. 카페는 옛 성당을 개조하여 예술가들을 위해 만들어진 카페. 많은 책들이 저의 눈을 이끌었고, 카페 지하에 있는 옛 성당의 구조가 매력적이었습니다. 이탈리아 커피를 한잔 마신 뒤 우리는 그 곳에 있는 악기를 가지고 우리의 시간을 즐겼습니다. 가장 어린 18살 Ameile의 피아노 연주는 정말로 최고였습니다. 유럽인들을 보면서 그들이 정말 인생을 즐기면서 산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있을 때, 넷북으로 컴퓨터를 하는 저와는 달리 햇빛 아래에서 책을 읽고, 산책을 즐기고, 실외에서 차를 한잔하고... 문득 어릴 때 그만두었던 피아노가 이곳에서 가장 그립더라구요. 이렇게 서로에게 배우고 조금씩 서로 더 친해져 가면서, 토요일 일요일에 우리는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였지만 서로에게 조금 더 의지하며 함께하는 일을 즐기기 시작하였습니다. 특히 일요일 밤에는 그 다음 날의 휴식이 있었기에 모두 올리브 공장으로 가서 어떻게 우리가 하나하나 정성들여 딴 올리브가 올리브유로 변신하는 지 구경도 하였습니다. 직접 딴 올리브였기에 그 향기는 더욱더 향긋했었습니다.
그리고 찾아온 월요일은 꿀 같은 휴식이 있었습니다! 아침은 역시나 늦잠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번 호수를 찾았을 때, 문 닫는 시간 때문에 1시간도 못 있었던 우리는 이제야 제대로 호수를 즐길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때 잠깐 하였던 수영, 발 담그기, 물수제비, 게임을 하며 샌드위치도 먹었고, 공원을 산책하며 아름다운 Enna를 감상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정말로 Real Italian Pizza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피자를 노래하던 우리였기 때문입니다.
꿈같은 휴식 이후 찾아온 8번째 날. 아침부터 추적추적 오는 비에 일이 취소되길 바랐지만, 그래도 우리는 일을 하러 향했습니다. 이날은 올리브를 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태프의 한 멤버 Frenk의 집을 단장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비가 와서 춥기는 했지만, 정원을 가듬과 페인트칠을 하면서 올리브를 따는 것에 이어 어떻게 정원을 가꾸는 지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28번째 생일을 맞이한 Costa를 축하하며 케이크도 자르고 대륙별로 사진을 남기면서 우리의 행복한 시간을 기억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은 Fablo의 집을 찾아가 정원 가꾸기를 하였습니다. 정원을 손질하여 다른 나무들이 상하지 않게 보호하고, 직접 기르는 버섯도 구경하면서 정원을 아름답게 가꿔나갔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후에 우리가 함께 Fablo의 집 소파에 둘러 앉아 있던 시간이 나는 정말로 좋았습니다. 아쉽게도 우리 별장에 없는 네모로 모두가 둘러앉아 이야기 할 수 있는 소파가 바로 이곳에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고 직접 딴 버섯으로 근사한 스파게티와 버섯 스테이크를 해먹고 게임을 하면서 정말 모든 멤버가 모여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처음으로 가졌습니다. 이날 나는 우리가 정말 둘도 없는 가족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10번째, 11번째 날은 우리 농장이 아닌 다른 올리브 농장에 가서 일을 도왔습니다. 무려 2,000개의 올리브 나무가 있는 Angelo의 집! 우리의 농장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농장 같다면 Angelo의 농장은 올리브를 따기 위해 만들어진 농장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정말 일을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생전 처음으로 올리브를 따는 기계를 보았습니다. 진동을 이용하여 나무를 건드려 올리브를 떨어뜨리는 기술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기게는 무거웠고, 그 것을 들고 올리브를 따야 하기에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Angelo의 아버지가 올리브를 기계로 잘 딸 수 있게 그 밑에 그물망을 깔아 드렸습니다. 한 줄씩 한 줄씩 그물망을 깔면 우두둑 우두둑 떨어지는 올리브들. 그 소리가 참 매력적이더라구요. 그물망을 옮기고 나서 한 줄의 올리브가 정리 될 때 까지 그 옆의 그물망에 누워 바라보는 시실리의 하늘은 참 고왔습니다. 햇빛도 참 좋았구요. 11월 초까지 반팔을 입고 일을 했으니, 말로만 듣던 그 이탈리아 날씨 맞네요! 휴식시간에는 올리브 잎으로 만들어진 바다에 풍덩하고 누워 따스한 햇빛아래서 낮잠도 즐겼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날 밤에는 직접 Angelo가 우리 별장으로 찾아와 피자를 돌려서 맛있는 피자를 즐기고, 우리가 직접 만든 올리브 오일도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이별의 시간은 너무나 가깝게 다가왔습니다. 마지막 하루 전날 자욱한 안개 속에서 근사한 레스토랑을 방문해 우리는 전통 Sicily 음식을 맛보았습니다. 테이블에 모두 둘러 앉아 그동안의 이야기도 하고, 와인에 기분 좋게 취해가며 마지막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배부르고 밥을 먹고 돌아와 우리의 집에서 마지막 술자리가 시작 되었습니다. 게임을 즐기고 그간의 추억들을 이야기하며 늦은 새벽 아침이 다 되어 잠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침 일찍 있던 버스와 오후에 있는 몇 안 되는 버스 때문에 대부분의 멤버들이 아침 일찍 떠났습니다. 인사를 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남은 사람은 고작 멤버 5명, 그리고 우리를 지켜주는 스태프들. 농장을 지키는 Lasta는 저에게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목걸이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를 가나어로 외운 사람이 저 밖에 없다면서 고맙다구요. 저에게 가르쳐 준 그가 오히려 더 고마웠는데, 정말 많은 것을 받고 갑니다. 그는 저의 최고의 친구였습니다.
우리는 마지막 점심을 해 먹고, 첫날 처음으로 우리가 함께 올랐던 그 언덕을 다시 올랐습니다. 딱 트인 풍경과 조금 차가워진 바람은 이곳에서 2주간 함께 했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처음에 보았던 아늑한 별장, 호수에서의 추억, 함께 둘어 앉아 이야기 했던 시간, 아무 곳에서나 노래와 춤을 즐겼던 우리, 강아지를 만질 줄도 몰랐지만 이제는 강아지와 함께 놀 수 있는 나의 모습. 모르는 사람에서 시작했지만, 우리는 이제 가족이 되었고, 이곳에서 그들과 음악과 와인과 올리브와 함께 저는 웃고 싶을 때 웃었고, 즐기고 싶을 때 즐겼으며, 노래를 하고 싶을 때 하였고, 춤을 출 수 있을 때 추었습니다. 이보다 더 큰 자유가 그 전에 있었을까요? 자연과 함께 하여 더욱더 아름다웠고 그 속에서 사람을 배우며 사람 속에서 구속되지 않고 더 큰 자유를 찾아갔던 2주간의 워크캠프. 워크캠프가 끝난 후 다른 여행을 향해 가는 저에게 이곳에서의 추억은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했습니다. 단순히 올리브를 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올리브를 따는 그 속에 있었던 그 소중한 의미. 저는 올리브를 땄고, 그 속에서 사람과 어울리며 자유를 배우고 그 자유를 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