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혼자 떠난 터키, 코나르에서의 특별한 만남

작성자 이혜진
터키 GEN-32 · AGRI 2013. 09 - 2013. 10 코나르

IN THE CLASS-2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런던에서 어학연수 생활을 마치기 전에 좋은 경험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다가 발견한 터키, 사프란볼루에서 조금 떨어진 ‘코나르’라는 지역에서의 워크캠프. 몇 개월 간의 어학연수로 배운 짧은 영어도 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를 위한 프로젝트라 생각되었다.

9월 20일. 런던에서 터키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9월 21일. 이스탄불에 위치한 GENÇTUR Office에 도착했다. 워크캠프가 시작하기 전 미팅 포인트 겸 간단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날벼락.. 원래 3명으로 구성된 멤버 중 나 혼자만 왔단다. 생각지도 못한 일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날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며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이스탄불에서 사프란볼루로 이동하는 버스를 탔다.
이스탄불에서 사프란볼루까지 버스의 연착과 정체가 합쳐져 원래 도착할 예정이었던 밤 11시를 훌쩍 넘겨 새벽 1시가 되어 사프란볼루 오토가르(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연락도 안되는 나를 위해 아무것도 없는 대합실 같은 오토가르에서 코나르의 영어선생님인 Turkay가 두 시간을 넘게 기다리고 있었다.
코나르의 학교는 사프란볼루 마을 옆에 있었지만 밤도 늦었고 내가 지낼 숙소는 시내에 있는 Turkay의 집이었기 때문에 코나르 마을을 보는 것은 월요일로 미루기로 했다.
도착한 다음 날이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나와 Turkay는 학교에 가기 전 조금 가까워지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간단한 자기 소개부터 터키 문화와 코나르 학교의 학생들에 대한 소개까지 들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어리고 외국인을 만나본 적이 없어서 나를 보면 엄청 신기해 할 것 같다는 Turkay의 말을 들었다. 일단 자연스럽게 말이 통하지 않아 조금 걱정이 되긴 하였지만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큰 다짐을 하고 다음 날을 기다렸다.
9월 22일. 처음으로 학교에 갔다. Turkay의 집에서 학교까지는 ‘돌무쉬’라는 마을 버스를 이용하는 데 자주 있지도 않고 우리나라의 버스와는 좀 많이 다르다. 봉고차만한 크기의 버스에 그 시간대면 모두 코나르 학교의 선생님들만 타고 있었다. 마을 버스라는 이름을 갖고 운행하는 통근 버스 느낌이었다. 그렇게 여러가지 새로운 터키 문화를 보고 느끼며 학교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었다. 발이 땅에 닿는 순간 수십명의 눈길이 나에게로 향했다. 아이들을 비롯하여 선생님들까지 모두 나만 보고 있었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은 Turkay뿐이 없었기 때문에 Turkay가 갑자기 분주해졌다. 수십명의 질문세례가 Turkay에게로 이어졌다. 밀쳐내고 지나갈 수는 없었기에 간단한 소개를 하고 영어 수업 시간에 질문 시간을 받기로 약속하고 그 자리에서 떠날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교무실. 교무실이랄 것도 없었다. 그냥 학생들 책상 12개 정도를 두줄로 나란히 붙여놓은 큰 상이 가운데 있고 큼지막한 사물함과 컴퓨터 한 대, 이것이 교무실 안의 전부였다. 그 곳에서 자연스럽게 선생님들은 쉬는 시간마다 ‘차이’라고 불리는 터키식 차를 한잔씩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그냥 교무실은 선생님들이 쉬고 다음 수업을 준비하기에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곳이었다. 나도 자리를 잡고 앉자 선생님들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Turkay의 간단한 통역과 나의 간단한 대답이 다시 그들에게 전해졌고, 조금 열려있던 교무실 문 틈새로 옹기종기 모여든 아이들의 감탄을 들을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한테서 이런 관심을 받아본 게 얼마만인지.. 아마 내가 태어나고난 이후로는 한 번도 못 받아본 것 같다.
그렇게 시간표대로 영어 수업 때마다 반을 들어가며 질문들과 대답이 오갔다. 아주 기본적인 질문이어서 대답하는 데에도 크게 어려움이 따르지는 않았다. 비슷비슷한 질문들을 4시간 넘게 받고 대답하는 일에 조금씩 지쳐갈 때 쯤 하교 시간이 되었다. 우리나라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수업 시간엔 아이들이 끝나는 시간만 기다리다가 미리 짐을 챙기고 종이 치자마자 인사 후 뛰어나간다. 뛰어나가면서도 뒤를 돌아서 나를 계속 쳐다보는 아이들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줬는데 그 사소한 손짓에도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이었다.
23일, 24일, 25일… 날짜가 지나갈수록 아이들, 선생님들과 더 가까워지고 터키 문화에 점점 익숙해져갈수록 끝나는 날이 다가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터키에 오기 전, 혼자서 타지 생활을 하며 하루라도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아이들을 만나고 터키에서 생활하면 할수록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게 아쉽고 천천히 지나갔으면 싶은 맘뿐이었다. 하지만 흐르는 시간을 내가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짧은 시간을 보내더라도 더 유익하고 나와 아이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준비했던 한국의 호박엿, 유가 사탕과 함께 전통놀이인 공기놀이와 제기차기라는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카라멜보단 딱딱하여 조금 먹긴 힘들지만 달달한 호박엿과 유가 사탕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그리고 걱정했던 전통놀이들. 사실 요즘 한국에서도 잘 안하는 전통놀이를 다른 나라에서 소개했을때 좋아할까 걱정하는 맘이 컸다. 하지만 내 걱정과는 다르게 아이들이 공기놀이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서투른 솜씨로 한 알, 두 알 세가며 공깃돌을 잡았을 때 기뻐하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생각보다 인기가 좋았던 공기놀이 덕에 준비한 제기는 제대로 빛을 발휘하지 못하여 조금 아쉽긴 했지만…
아이들과 그렇게 공부하며 놀며 가까워지면서 같이 가까워진 사람들이 또 있다. 바로 코나르의 선생님들. 선생님들 역시 외국인, 특히 한국인을 보는 것이 처음이라며 나를 엄청 환영해주셨다. 뿐만 아니라 터키에서 부는 한국 드라마 열풍 때문에 선생님들 주위의 친척분들 또한 나를 보고 싶어한다는 말을 전하셨다. 기회가 된다면 다들 만나고 싶었지만 아주 짧았던 2주라는 시간동안 나는 Turkay 집을 제외한 세 분의 선생님 댁에 방문하게 되었다. 터키의 문화 그대로 초대한 손님인 나에게 최고의 만찬을 준비해주셨다. 나는 거기서 일반 음식점, 관광지에서 맛볼 수 없는 터키 고유의 전통 음식을 맛 봤고, 운이 좋게 만들 기회까지 갖게 되었다. 이런 경험을 누가 터키에 여행와서 할 수 있을까. 또한 터키 현지인들이 사는 집을 방문하며 다른 매체로는 접해볼 수 없었던, 억만금을 줘도 사지 못할 많은 경험들을 했다.
그리고 기다려지지 않았던 마지막 날이 왔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며 최대한 사진이라도 많이 남기고 싶었다. 그들도 역시 그랬는지 마지막 날 단체로 사진을 찍게 되었다. 사진 찍을 때는 웃어야하는 데 눈물이 핑 돌아서 사진을 망칠까 걱정되었다.
그때는 다음 날 자고 일어나면 학교가서 만나겠다는 생각에 크게 와닿지 않았는 데, 지금 워크캠프가 끝난 이후 생각해보니 더 많은 추억을 남기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온다. 더 많은 것들을 알려주고 더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싶었는 데, 처음 간 워크캠프여서 그런지 미숙했던 것 같다. 그런 점이 지금 많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그리고 비록 내가 영어와 다른 나라의 문화들을 알려주기 위해 간 것이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웠던 것 같다. 많은 것들을 가르쳐준 코나르의 아이들과 선생님들께 감사하고, 이런 기회를 갖게 해준 워크캠프에도 감사하다. 만약 내 주위 사람이 이러한 캠프에 참가할까 고민한다면 난 주체없이 바로 참가하라고 말할 것이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럼 안녕, 얘들아! 안녕, 코나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