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대만 일주, 예상 못한 따뜻한 만남

작성자 이수진
대만 VYA-17-13 · CONS/ART 2013. 12 PULI/NANTOU CITY

Artistic & Living Willow Pavilion in Campus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이번 워크캠프는.........모든 워크캠프가 그러하듯, 특별했다. 또, 예상치 못했다.
출발 전부터 갑자기 일정이 바뀌는 바람에 원치 않게 동서남북 대만일주를 감행하게 되었고(해남 땅끝도 안 가본 내가 대만 최남단 해변가에서 수영하다 익사할 뻔했다), 또 남은 시간 돈이 없어 빌붙은 호스트 단체 숙소에서 뜻하지 않게 사람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 딸만 셋에 여중여고여대 재학중인 나에게 남자리더 1명 이외 모든 캠퍼가 여성이면서, 나와 또다른 한국인 혜지언니와 핀란드에서 온 행카빼고는 모두 중국어를 사용하는 캠프는 정말 예상외의 전개였다. 늘 나의 워크캠프에서는 남자캠퍼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뭔가 새로운 분위기일 것이라 생각되면서도, 너무 차분한 워크캠프가 되지는 않을지, 중국어의 바다에서 짜게 식지는 않을지 당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걱정은 웬말, 보통 우리들은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고 몸으로 뛰고 넘어지고 장난하느라 별로 영어를 쓸 일이 없었다. 또 나중에 버드나무를 옮기는 막노동에서 우리 10명의 여인들은 기적의 근력과 지구력을 보였다. 나름 유럽의 워크캠프에 비해서는 술과 파티의 유흥은 확실히 적었지만, 약 7명의 아기자기한 중국인 소녀들과 시크한척 하지만 허당인 폴란드인 행카, 일어날 때부터 잠자기 직전까지 시끄러웠던 나와 혜지언니는 요상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짧은 캠프기간동안 서로 의지하고 배려하는 척(반전) 하면서 정말 즐겁게 보냈다.
우리의 일은 독일에서 온 공공설치미술작가 울프강의 외국노동자가 되어 매일 새롭게 배달되는 약 150개의 버드나무를 꺾고 묶고 다시 풀렀다가 다시 엮어서 난터우 대학 내 자연과 공존하는 의미의 상징적인 공공설치미술작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예상은 했었지만,우리비를 고대로 다 맞으며 삽질을 하고 있을 때, 독일인 작가와 이번 행사를 진행하는 회사의 장인 큐레이터께서는 우산밑에서 종종 휴식을 취하시며 같이 일하려고 하지않아서 종종 캠퍼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일이 끝나면 검정색이든, 회식이던 흙에 다 더려워져 갈색으로 변하곤 했는데, 특히 큐레이터 아주머니는. 매일 아침 새하얀 셔츠를 입고 저녁에 다시 그 깨끗한 하얀 셔츠로 돌아가곤 해서 우리 캠퍼들은 그녀를 제우스 혹은 화이트 엔젤이라 불렀다. 작가들이 같이 일을 도와주지 않았고 또 캠프 일정 내 프로젝트 시간 이외에 문화교류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캠퍼들은 지불한 캠퍼비용에 비해 열악한 생활환경, 식사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캠퍼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그래서 결국 호스트와 한자리에 모여 서로 속상했던 것들, 또 개선해야하는 점들을 같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변해서 서로 인상을 찡그릴 때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시간들이 없었다면 오히려 뒤에서 더 불만만 커지면서 이 캠프 자체를 좋지 않게 끝낼 수 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튼 캠프가 열악하면 열악한대로, 일이 힘들면 힘든대로, 막판에는 거의 다들 마음을 내려놓고 서로 알콩달콩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디 놀러가기만 하면 화창한 하늘에 비가 내리고, 갑자기 자다가 동네 주민들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아침 7시에 피신을 가고, 마지막 파티 때 우리의 청일점 리더가 술에 취해 잠시 실종되기도 하였지만 하루하루 자잘한 사건이 끊이질 않았다. 몇몇 친구들은 마지막에 갑자기 친해지느라, 나중에 헤어질 때 애를 먹었지만, 행카 빼고는 모두들 다 인접한 국가들에 사는 친구들이라 당연히 나중에 만날 것처럼 쿨하게 헤어졌다.
아마 내 대학생활 마지막 캠프가 될 수도 있을 워크캠프. 시작부터 끝까지 내 예상외의 루트로 가는 바람에 하루도 마음 편한날이 없었지만, 그래도 이제는 이것도 하나의 워크캠프라 생각한다.
5번 째 드디어 워크캠프의 새로웃 맛을 알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