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낯선 도시 체복사리에서 만난 진짜 러시아

작성자 권영재
러시아 SFERA-01-14 · LANG 2014. 01 Cheboksary, Chuvash Rep, Russia

Language Plus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수많은 나라를 여행했음에도 러시아는 처음인 내가 모스크바도 아닌 체복사리라는 전혀 낮선 도시에 도전을 하게 되었다.
비자를 신청하고 항공권을 구매하고 나서 출발하기 전까지 왜 그렇게 테러는 자꾸 일어나는 것이며 날씨는 왜 자꾸 추워지는 것인지...

베트남 봉사활동과는 다르게 봉사활동 전부터 코디네이터로부터 계속적으로 자기소개 동영상 및 자기나라 소개 프레젠테이션, 전래동화에 관한 이야기 등 다양한 요구사항이 물밀 듯이 들어왔고 베트남에 있었던 나는 정말 잠을 쪼개 가며 준비해야 했다.

모스크바에서 체복사리까지 가는 방법은 험하지 않다. 그냥 기차만 12시간 타고 가면 된다. 앉아서? 아니 누워서... 하지만 문제는 10시간 비행후 12시간 기차를 타는 것이라 온몸이 쑤신다.

체복사리에 도착하게 되면 코디네이터가 마중을 나오는데, 모스크바에서 체복사리로 가는 기차는 연휴가 아닌 이상 하루에 1번뿐이라 거의 모든 워크캠프 참가자들이 같은 기차를 탄다고 한다. 이번에는 러시아에 영어교사로 온 친구들이 있어 따로 왔지만 말이다.

체복사리는 모스크바에서 동으로 640km 떨어져 있는 지방이다. 체복사리에 도착하고도 차를 타고 삼십분 정도 더 외곽으로 나가면 숲속 한가운데 유스호스텔 같은 건물이 있다. 이곳이 내가 캠프활동을 한 곳인데 모스크바보다 춥다. 나는 강원도 화천 GOP에서 소초장을 하다 전역을 해서 추위에는 자신있었다. 실제로도 그랬고.. 하지만 워크캠프 중 가장 힘들었던 건 쉴세없이 뭔가를 한다는 것이었다. 프로그램 명이 Language Plus이기는 하지만, 문화교류와 체육활동을 더욱 중시하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매일 8시기상 1시 취침이었다. 8시에 기상하여 체조하고 9시 아침 10시부터 영어수업 11시부터 2nd Language, 12시부터 체육활동 1시 식사 3시 워크샵 4시 체육활동 5시 2nd Lunch 6시 체육활동 7시 식사 8시 각국 프레젠테이션 9시 Evaluation 10시 취침 및 워크캠프참가자 Evalutaion 11시 내일 준비 이런식으로 이뤄지지는 일정이어서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었다. 특히 Evaluation이 인상깊었는데, 모두 한자리에 모여 오늘 자기가 반성해야할 점, 개선해야할 점, 좋았던 점 같은 것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자리였다. 여기서 나온 내용을 바로 피드백 삼아 그 다음날 적용하는 모습이 이 프로그램이 러시아의 평균소득에 비해 상당히 고액의 캠프임에도 성황리에 이어지는 원동력이 아닌가 라는 느낌이 들었다.
숙소와 식사에 관해 잠깐 얘기하자면 숙소는 좋다. 여러명이 난방도 되지 않는 찬 바닥에 매트 하나 깔고 자던 베트남과는 차원이 다른 3인 1실에 24시간 난방에 24시간 온수도 나오는 천국같은 곳이었다. 식사는 식당에서 제공이 되는데 소위 얘기하는 엉덩이 커지는 맛을 하루 3끼, 디저트가 2끼 합이 5끼이다. 웬만큼 식사량이 대단치 않고서는 다 못먹는다.

처음 러시아에 도착해서 느낀건 사람들의 ‘표정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느 누구하나 웃지 않고 러시아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러시아어가 마치 화난 것처럼 들릴 수 있으니 더욱 그랬다. 하지만 기우였다. 워크캠프 안에서의 사람들은 모두가 함박웃음을 지었고 아이들도 그랬도 심지어 마지막 날에는 단체로 통곡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나중에 뒷풀이 하면서 들은 이야기이지만 러시아에서는 모르는 사람에게 미소를 보이는 것이 큰 결례라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나혼자 오해를 했으니...

아무튼 한국인 참가자 2명, 그리스인 2명, 아일랜드인 1명, 러시아인 6명의 참가자들은 매일매일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각자 나라의 언어를 가르치고, 워크샵을 가르치고, 밖에서 아이들과 뛰어놀며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만큼 시간도 빨리 갔고 아쉬움도 많다.

특이했던 점은 앞서 말했듯이 Language Plus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체육활동이 많다는 것이었다. 코디네이터에게 들었던 바로는, 언어적인 측면을 기대하는 프로그램에서도 아이들의 신체적인 발달과 창의력 발달을 위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한다고 한다. 실제로 매일 다른 종류의 Slender Man, Mini Olympic, Football, Dutch Ball Game등 체육활동을 하였고, 국가별 프레젠테이션 이후에는 영상 제작 콘테스트, 장기자랑 등의 다양한 활동, 그리고 워크캠프 참가자들이 준비한 Street Dance, Salsa Dance, 항공기 이·착륙 원리, 태권도 등의 활동 또한 아이들을 위해 준비되었다. 우리나라의 영어캠프와 비교하자면 너무나 다른 광경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약간의 충격으로 다가온게 사실이었다. 또한 아이들이 전문적인 믹싱 프로그램을 만지고, 4살 짜리 아이가 손연재처럼 체조를 하며, 12살 아이들이 힙합댄스를 추는 것을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 이게 아이들을 위한 것이지 우리는 너무 아이들에게 한가지 길만 알려주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에서 돌아온지 1주일이 되었지만 아직도 일어나면 체조를 해야할 것 같다. 매일 내 옆에서 러시아어를 가르쳐주던 아이들, 손붙잡고 같이 밥먹으러 가자던 아이들, 한국노래 불러 달라던 아이들... 다음에 러시아에 갈 일이 생기면 꼭 다시 침대기차를 타는 고생을 해서라도 다시 가보고 싶다.
Я люблю тебя, Чебоксары!
спасибо, Росси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