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에스팔리옹, 고된 노동이 준 선물

작성자 조아혜
프랑스 REMPART01 · RENO/HERI 2013. 08 - 2013. 09 에스팔리옹

Château de Calmont d'Olt 4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처음 워크캠프에 지원했을 당시, 제가 상상했던 워크캠프는 외국인들과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즐거운 활동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제 생각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저를 포함한 한국인 두 명을 제외한 모든 외국인들이 프랑스어를 사용했으며, 세 명의 모로코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프랑스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캠프 장소도 산중턱이라 외부인들과의 접촉이 쉽지 않아 첫 인상이 아주 무서웠습니다. 또, 훼손된 성벽을 쌓는 일을 하기 위해서 매일 아침 산 정상까지 올라가야했기에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많이 지쳤습니다. 산이 돌로 이루어져 있고, 포장된 도로가 아닌 가파른 산 길이라 많이 힘들었습니다. 도착 바로 다음날부터 후회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것이 불평, 불만이었고 이 시간에 차라리 여행을하겠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영어를 잘 못했던 프랑스인과는 오해가 생기기도 했고 친해지고 싶어했던 프랑스 여자아이의 실수로 우리는 동양인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불만은 이들과 생각을 나누고 서로 조금씩 배려하면서 사라졌습니다.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었고 그저 나와 친해지고 싶었던 마음이 서툴게 표현되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힘든 일음 함께 하면서 서로 성장했고 이겨나갔습니다. 마음을 닫았던 낯선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그들의 생각을 들으면서 내가 왜 그토록 보수적이게만 굴었나, 왜 나만의 세계에 빠져 이들의 말을 듣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보름이라는 시간동안 외국인들과 함께 이런 생활을 하게 해준 '국제워크캠프'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주로 하던 일은 전쟁 등으로 훼손된 성벽을 고치는 일이었습니다. 망치를 들고 돌을 깨는 일, 여러 종류의 돌을 들고와 훼손된 성벽 사이 사이에 채우는 일, 콘크리트 만드는 일, 도면 그리는 일 등 성벽을 고치기 위한 모든 일을 했습니다. 일은 힘들었지만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니었고 주변 경관이 너무 아름다웠기때문에 바람을 맞으며 즐겁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말이면 주변으로 야외활동을 하러 나갔습니다. 마치 영화 '트와일라잇'에 나올 것 같은 멋진 숲 한가운데 큰 호수에서 수영을 하기도 했습니다. 난생처음 그렇게 큰 호수에서 수영을 해봤고 수 십 미터 떨어진 숲으로 헤엄을 쳐 통나무를 가져와 물위에서 통나무 놀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한 마을에 함께 있던 '마리'라는 여자아이가 파리로 올라가게 되어 다같이 깜짝 파티를 준비해보기도 했습니다. 근처 Estin이라는 마을의 시골축제에 놀러가 프랑스 전통 축제를 즐기기도 했고 그곳에서 우연히 한국 아이를 입양한 프랑스인을 만나는 놀라운 우연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야외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순례길을 걷는 활동이었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한참 달려 한 마을에 도착했는데 순례길의 한 부분이었고 많은 관광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리더를 따라 모든 팀원들이 걷기 시작했습니다. 활동의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던 우리 두 한국인은 영문도 모른채 걷게 되었고 곧 그것이 일종의 순례길을 걷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하루동안 몇 십 키로미터를 걸었고 산을 두 개나 넘었습니다. 처음에는 힘들고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왜 걷는지도 모르겠고 한 여름에 모르는 사람들과 내가 뭐하고 있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동양인을 무시하는 것 같은 외국인을 이겨보자라는 생각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더워 옷을 하나씩 벗고 결국 상의는 거의 속옷만 입고 씩씩거리며 걷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자신도 힘들텐데 저에게 물을 건네 주는 '우메이 망', 길가에 열린 블루베리를 따 주는 '야니크'를 바라보게 되었고 경쟁자, 라이벌이 아닌 '친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포기하지 않고 우리는 모두 무사히 완주했고 마지막엔 "We can do everything!"를 외쳤습니다.

워크캠프 활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배운것은 '색안경을 끼지말자', '포기하지 말자', '할 수 있다' 입니다. 이 활동을 통해서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법을 배웠고 포기하지 않고 한다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즐기기만 하는 워크캠프였다면 이만큼 많은 추억들과 교훈을 얻지 못했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노래와 음식을 알려주며 웃고 그들의 문화와 생각을 들으면서 성장했던 지난 2013년 여름을 평생 잊지 못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