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프랑스 산골, 잊지 못할 여름밤

작성자 고예슬
프랑스 SJ11 · CONS 2013. 06 - 2013. 07 Hameau de Vaunières, France

FESTISALLE VAUNIERES 1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예전부터 해외 워크캠프를 꼭 참여해보고 싶었는데 프랑스 교환학생 학기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기 전에 참가하면 좋을 것 같아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신청한 프로그램은 프랑스 남부의 Vaunières 라는 알프스 산맥의 작은 마을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마을의 헛간을 파티룸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저희가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워크캠프 팀이어서 가장 먼저 파티룸에 계단을 설치하고 화장실을 만들기 시작하는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총 3주동안 저희 캠프의 7명 참가자들과 마을 주민들, 그리고 마을의 장,단기 봉사자들이 모두 함께 일을 분담하여 생활하였습니다.
우선 저희가 갔던 마을은 인터넷과 전화가 터지지 않는 지역이었고, 해발 1200미터여서 여름에 갔는데도 밤에는 매우 추웠습니다. 게다가 산 속 텐트에서 지내게 되어 캠프 리더가 겨울옷을 빌려주지 않았다면 추워서 지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캠프리더를 포함 총 7명 참가자 중 한국인이 저 포함 2명이었고 그 외에는 미국, 영국, 리투아니아, 핀란드, 우크라이나로 다 다른 국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보통 프랑스 워크캠프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들었는데 저희는 프랑스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는 사람이 캠프리더 뿐이어서 서로 영어로 소통하였습니다. 저희 캠프는 마을과 독립된 곳으로 인정되어 식사나 자유시간 등은 주어진 예산내에서 저희가 원하는 대로 계획할 수 있었습니다.
평일 오전에 마을사람들과 단체 미팅을 하여 그날의 목표와 안부를 서로 나누고, 오전과 낮 시간에는 우리의 주 목적인 계단 설치와, 화장실 건설 일을 하였습니다. 나무에 못을 박아 벽돌을 끼우고, 깁스라는 시멘트와 비슷한 물질을 발라 고정하여 화장실 벽을 세워갔고, 다락과 바닥 사이에 계단도 설치하였습니다. 다들 처음 해 보는 건축 일이라 서툴렀지만 며칠 하면서 조금씩 적응하여 나중에는 옆에서 도와주지 않아도 일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이 끝난 저녁 이후의 시간과 주말은 자유시간이어서 제법 활동적이었던 우리 캠프 참가자들과 마을의 장기 봉사자 중 몇몇은 다른 마을의 페스티벌에 참가하러 가기도 했고, 계곡에 가서 수영을 하거나 하이킹을 가기도 하였으며, 주변 마을의 다른 워크캠프 참가자들과 교류를 하기도 했습니다. 캠프에서 지낸 3주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말 하루하루가 보람되고 의미있는 날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주에는 다른 워크캠프 참가자들과 단체로 하는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조금 먼 지역으로 1박 2일의 캠핑을 떠났었는데, 세미나 후에 저희 캠프끼리 래프팅을 하러 갔던 게 많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렇게 길게 강을 따라 래프팅을 해 본 것도 처음이었고, 자연 경관들이 정말 멋있어서 넋을 잃고 보았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도 꼭 경험해 보고 싶을만큼 좋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소규모 캠프였던만큼 서로 많이 친해져 헤어질 때는 매우 아쉬웠습니다. 3주 동안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한 시도 떨어져 있지 않던 아이들과 헤어지려니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습니다. 저희는 밤마다 캠프 앞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기타 연주며 노래도 부르고 얘기도 많이 나누었는데 특히 마지막날 밤에는 저희 캠프 참가자들은 물론 마을의 장기봉사자 아이들도 다음 날 저희가 떠난다는 것이 아쉬워 거의 밤을 새다시피 함께 있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실 저는 캠프에 참가하기 직전에 잠시 여행하다가 소매치기를 두 번이나 당해 수중에 아무것도 없이 캠프에 가게 되었습니다. 캠프가 열리는 마을에 가는 기차표만 다행히 남아있어서 캠프에 도착하고 나면 어떻게든 되겠지 싶어서 일단 가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지내는 환경도 생각보다 많이 열악하여 적응을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고, 여권이랑 핸드폰 모두 잃어버렸는데 파리나 한국에 연락할 수 있는 길도 매우 제한적이어서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막상 지내다 보니 그 곳에서 3주 지내는 동안 저의 심신도 많이 안정되었고, 이미 참가비는 낸 상태라 금전적인 문제도 별로 없었으며 오히려 그곳에서 만난 친구 덕분에 파리로 돌아올 기차표도 예매할 수 있었습니다. 소매치기를 안 당하고 갔으면 더 마음 편하게 캠프를 즐길 수 있었을텐데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웠고 저희가 머무르게 될 곳이 원래는 도미토리였는데 텐트로 바뀌어서 처음엔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3주 동안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잊지 못할 경험들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느 새 캠프가 끝난 지 네 달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 때 쓴 일기들과 사진들을 보면 아직도 어제 일처럼 기억이 생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