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아이슬란드, 특별한 새해 그리고 오로라

작성자 변주은
아이슬란드 SEEDS 145 · ENVI/FEST 2013. 12 - 2014. 01 Reykavik

Environmental New year’s in Reykjavík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참가동기]
2013-2 학기를 함부르크에서 교환학생으로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까지 남은 한 달의 시간. 그 시간을 어떻게 하면 더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워크캠프'가 떠올랐다. 남들 다 하는 유럽 여행, 이를 조금 더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던 내 바람이 '아이슬란드 SEED 환경 워크캠프'에 참가하게 된 계기이다.

[활동후기]
2013년 12월 29일부터 2014년 1월 8일까지, 한 해의 마지막이자 또 다른 해의 시작을 아이슬란드 워크캠프에서 맞이했다. 이름만으로 특별한 아이슬란드인데 그 곳의 새해맞이 분위기는 어떨지 출발 전부터 기대감에 부풀었다.
2014년 1월 1일 오로라를 보았다. 오로라를 내 눈으로 보았다. 푸른 빛의 사진 속에서나 보던 오로라를 내 눈으로 직접 1시간 가량 보았다. 그것도 새해 첫 날에. 매년 새해 첫 날 특별한 일을 하려고 하지만 아이슬란드에서 새해 첫 날 오로라를 본 일은 단연 최고의 경험이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새해 첫날의 경험일 것이다. 삼각대 없이 오로라 사진을 찍기 위해 1시간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지만, 추운 날씨에 바람과 그리고 사진과 사투를 벌이느라 다음날 감기에 걸려버렸지만, 이 역시도 새해를 오로라로 맞기 위한 특별한 에피소드가 될 뿐.
블루라군(Blue Lagoon)도 다녀왔다. ‘세계 5대 온천’이라 손꼽히기도 하는 블루라군은 이름 같은 푸른 물빛과 빼어난 주변 자연경관으로 내 눈을 사로 잡았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온천에서 눈이 소복히 내려앉은 아이슬란드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야. 그야 말로 절경이구나’하는 생각에 다른 잡념들은 말끔히 사라지고 없었다. 우유빛깔의 머드팩을 얼굴에 바르며 워크캠프 친구들과 신나게 놀았던 일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한편 캠프에서는 워크캠프의 주제가 ‘환경’이었기 때문에 주로 환경을 주제로 한 토론이 주된 일정이었다. 겨울의 아이슬란드는 날씨도 매우 춥고, 일출이 늦고 일몰이 이르기 때문에 걔획표 상에도 있었던 농장 일 등 야외 활동은 번번히 취소되기 일쑤였다. 워크캠프를 떠나기 전에는 일의 강도가 너무 높지 않을까 염려되었는데 생각보다 결과적으로 굉장히 널널한 워크캠프가 되었다. 하지만 함께 junk house(쓰레기로 만들어진 집)도 방문해보고, 다 쓴 우유곽으로 지갑도 만들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방안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던 등의 기억들은 여전히 잊지 못할 추억!
캠프 숙소에서는 인터넷이 되지 않아 매번 근처의 호스텔로 ‘Stealing Wi-fi’를 하러 가곤 했는데 그 덕에 내 별명은 ‘와이파이 걸’이 되었다. 처음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땐 그냥 그랬는데 계속 그렇게 불리다 보니 나쁘지 않았다. 뭐 이 또한 추억이니까… 사실 평소 핸드폰만 하루 종일 움켜쥐고 사는 삶을 지향하진 않아서 한국에선 전혀 반대의 이미지였는데, 환경 워크캠프에 오니 하루 아침에 엄청난 문명의 중독자 취급을 받는 것이 참 색다른 경험이었다. 집단의 특성에 따라 같은 인간도 상대적으로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

[느낀 점]
2013년의 마지막과 2014년의 처음 모두를 아이슬란드에서 보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데... 주변 사람도, 주위 건물도 달라진 게 없는데 2013년 12월 31일과 2014년 1월 1일은 느낌이 굉장히 다르구나. 사실 인간의 편의대로 규정된 연, 월, 일의 개념일 뿐인데 '마지막'과 '시작'의 느낌은 굉장히 큰 차이처럼 느껴지네. 사실 실재하는 시간에는 시작도 끝도 없지 않나?... 잠깐. 사실 '시작'과 '끝' 역시 그런 것 아닐까?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2013년 12월 31일 자정이 2014년 1월 1일의 0시였던 것처럼, 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순간이 사실 또 다른 시작이 아닐까?'
새해 첫 날, 아이슬란드에서, 이런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마지막이라고 자포자기했던 순간들을 되돌아 보았다. 또 새로운 시작이라고 다짐하던 내 모습도 떠올렸다. 물론 시작과 끝은 새로운 다짐도 하게 하고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게 하는 계기로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순간이, 다른 한편, 또 다른 시작이 아닐까 생각하면 그 경계는 모호해진다. 유난히도 오래 지속되는 세계적인 경제 불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비슷한 또래의 취준생, 고시생, 어린 학생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나면 가슴 한 켠이 착잡하다. 힘든 시기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순간이 또 다른 찬란한 시작일 수 있음을 잊지 않는다면 힘들었던 시기의 눈물과 땀은 내 마음 속의 단단한 신념으로 자리잡지 않을까? … 라고 모두를 격려하고 나를 격려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