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아이슬란드, 24년 만의 첫 해외여행

작성자 김도훈
아이슬란드 WF100 · ART/MANU 2014. 01 - 2014. 02 아이슬란드

East of Iceland – Art and environment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처음 워크캠프를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 가장 친한 친구로부터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엔 학업 등 개인사정으로 인해 참가하지 못했지만, 군대를 전역 할 때 즈음, 전역한 후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저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활동이 바로 국제 워크캠프 참가였습니다. 24년의 인생을 통틀어 해외여행 경험이 전무 한 지라, 여권을 만드는 것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군인 신분으로는 여권을 만들 수 가 없어서, 전역 후 부랴부랴 여권을 만들고 짧은 영어로 고생을 하며 영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아이슬란드 워크캠프 WF100(Art and Environment)에 지원했고 합격을 확인 하였을 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합격 시기가 출국 8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항공권을 구하는 게 우선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아이슬란드로 가는 노선이 전혀 없었습니다. 결국, 주변 유럽국가 배낭여행도 겸사겸사 하여 영국 6일-아이슬란드 14일-프랑스 5일로 구성된 약 한 달간의 유럽여행 겸 워크캠프를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대략 두 달동안의 준비기간 후 우여곡절 끝에 아이슬란드의 수도 Reykjavik에 도착하였습니다. Reykjavik에서 약 버스로 50분 거리인 Keflavik 국제공항을 이용하였습니다. 공항에 도착 한 후 아이슬란드의 날씨는 구름이 많은 우중충한 날씨였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설렘 보다는 걱정이 더 많았습니다. 공항 출구에서 미팅포인트가 있는 Reykjavik으로 가야 했습니다. Flybus의 티켓을 구매하려고 유로를 건네었지만... 거스름돈을 아이슬란드의 화폐인 코루나로 받아서 살짝 머리가 복잡해진 것 말고는 상당히 순조로웠습니다. 공항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아서 헤맬 일도 없었고 버스에 탑승한 뒤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윽고 버스의 문이 닫히고 Reykjavik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아이슬란드 대지의 풍경이 여태껏 거쳐 왔던 여행지와는 달리 정말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아이슬란드 섬 자체가 화산지형이라 바위나 언덕들이 모두 새카만 빛을 띠고 저 멀리에는 까만 산 위에 하얗게 눈이 내려앉아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어떤 산은 가운데에 김이 모락모락 일어나고 있었는데 그것도 정말 멋졌습니다. 하지만 지금 본 경관들은 나중에 보게 될 것들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버스 탑승 후 50분 이 지나 BSI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였습니다. 이제부터는 캐리어를 끌고 직접 미팅포인트인 Whitehouse에 걸어가야 하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인포싯을 2쪽 모아 찍기 한 데다 인쇄품질도 썩 좋지 않아 지도에 나와 있는 도로나 지명을 알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여기는 어딘가? 버스 정류장이지. 그렇다면 나의 미팅포인트는 어느 방향인가? 방향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버스정류장 주변을 빙글빙글 돌다가 정류장 안에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하고 리셉션에 있는 온화한 인상의 할머니에게 짧은 영어로 길을 알려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아주 다행히 할머니의 영어는 유창하셨고 또 설명은 굉장히 구체적이어서 마치 구글 맵을 방불케 하였습니다. 할머니에게 감사의 인사를 거듭 드린 후 미팅포인트를 향해 출발하였습니다. 미팅포인트로 가는 길은 Reykjavik의 작은 주택 밀집 지역을 거쳐가야 했는데, 아기자기한 2층집들이 열 맞춰 이어져 있었고 색도 파스텔 톤이라 집들이 전부 정말 예뻤습니다. 아이슬란드에 오기 전 런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노팅힐 게이트 포토벨로마켓에 있는 주택들보다 더 예뻤습니다. 갈 길이 먼데 중간 중간 멈춰 사진을 잔뜩 찍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날씨는 그리 춥지 않았으나 맨손에 캐리어를 들고 오랜 시간 길을 걸으니 꽤 한기가 느껴졌습니다. 이제 조금 추워지는데?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미팅포인트인 Whitehouse앞에 도착하였습니다. 두근두근 가슴을 진정시키고 노크를 하고 나는 워크캠프 WF100참가자다, 문을 열어 달라 하니 온화한 인상의 아저씨가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분은 아이슬란드 WF워크캠프 총 관리인인 Toti였습니다. Whitehouse는 아늑한 2층집이었는데, 1층 응접실 소파에 빙 둘러 워크캠프 리더들이 앉아있었습니다. 각자 짤막하게 자기소개를 하였습니다. 그 중에 한 명이 WF100의 캠프리더인 Madelline 이었고 Madeline은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설명해주고 제가 묵게 될 방에 안내해 주었습니다. 저희 팀은 캠프리더인 프랑스에서 온 Madeline, 또 다른 캠프리더인 폴란드에서 온 Marcin, 러시아에서 온 Tamara, 일본에서 온 Ayane, 그리고 저와 한국인 형 이렇게 총 여섯 명이었습니다. 저희의 워크캠프 장소는 아이슬란드의 동부인 Eskifjordour였으니, Reykjavik에서 하루 묵고 아이슬란드 북부 해안가 도로를 통해 Eskifjordour로 떠날 예정이었습니다. 아이슬란드 중심부는 대부분이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험준한 산악지형이라 자동차가 거의 다닐 수 없습니다. 보통 경비행기 등을 이용해 서부와 동부를 이동하는데, 저희는 17인승 미니버스를 타고 다른 워크캠프참가자들과 함께 Eskifjordour로 떠났습니다. 그러나 출발 당일 현지 날씨 사정이 여의치 않아 남부 해안가 도로를 이용했습니다. 버스로 가는 데만 12시간이 걸리기에 잠깐 눈을 붙였다 떼었는데 어느새 거대한 폭포에 도착해있었습니다. 이렇게 큰 폭포를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라 다들 달려 나가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15분간의 휴식 후 2~3시간을 더 이동하니 아까 봤던 폭 포보다 더 큰 폭포에 도착해있었습니다. 이곳은 폭포가 떨어지는 절벽 위로 올라 갈 수 있게끔 되어있어 다 같이 올라가서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방씩 찍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아이슬란드의 해안가.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았으나 경치에 푹 빠져 사진과 동영상 촬영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먼 수평선 끝에 흰 구름이 낮게 깔려 마치 신화에 나오는 올림포스 신전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해안가는 모래로 되어있지 않고 검정색 자갈로 되어있어서 정말 신기했습니다. 일반적인 해안가와는 다른 아이슬란드만의 독특한 해안가는 저희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아이슬란드의 관광명소, Glacial lagoon(빙하 석호)이었습니다. 푸른 에메랄드 빛 바다 위에 그보다 더 푸른 거대 얼음 덩어리(Glacial)가 둥둥 떠다니는 장관이었습니다. 그곳에 있는 Glacial은 1년 365일 내내 크기변화만 있을 뿐 영원히 녹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현재 그 크기는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사진을 여러 장 찍고 그 다음에 도착한 곳은 바로 우리의 2주간의 보금자리 Eskifjordour의 숙소였습니다. 이 숙소는 예전에 학교로 쓰이던 건물이었는데 2층으로 되어있었고, 다수의 침실과 주방, 화장실, 세탁시설이 구비된 완벽한 숙소였습니다. 심지어 와이파이도 잡혔습니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샤워시설이 없어서 도보로 20분 걸리는 인근 야외 인공 스파에 매일 가서 샤워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물을 좋아하는 저는 이게 더 좋았습니다. Eskifjordour라는 지명의 유래는 ‘육면체 조각’을 뜻하는 ‘Eskya’라는 산 이름과 ‘피오르드 지형’을 뜻하는 ‘fjordour’입니다. 다시 말해 에스키야 산이 중심에 있는 피오르드 지형 마을 이란 뜻입니다. 실제로 그곳은 아름다운 피오르드 지형이고(산과 산 사이에 바닷물이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형태) 숙소 창문을 통해 눈으로 덮 힌 설산과 그아래 바닷물이 보였습니다. 그 바다에는 바다 물개나, 가끔 돌고래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보지는 못했습니다.) Eskifjordour에 도착 후 이틀간 Eskifjordour주변 관광을 하였습니다. 길을 대충 걷다가 뒤돌아서 대충 사진을 찍어도 엽서에 나올만한 그림이 나오는... 신기한 마을이었습니다. 도착 후 이틀 뒤 모든 관광이 끝난 후 저희와 함께 왔던 다른 워크캠프 팀은 다시 Reykjavik으로 돌아갔고 저희 팀원 6명은 본격적으로 아이디어 회의를 시작하였습니다. 저희의 과제는 캠프가 끝나기 전날인 1월 31일 금요일에 인근 초등학교에서 유치부와, 초등학교 저학년 두 학급, 총 3학급에게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시작부터 몇 가지 난관에 부딪혔는데, 첫째는 학생들이 너무 어려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한다는 것이고(아이슬란드어를 씁니다.), 둘째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다른 참가자들이 만들었던 영상이나 교육 자료를 참고해서 저희 팀은 그보다 더 나은 수업을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리더들과의 회의 끝에 일주일여의 준비 기간 동안 업무를 분담하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일주일 동안의 저희의 하루일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오전 10시 기상, 아침식사 후 11시부터 아이디어 회의 혹은 과업을 시작했습니다. 과업은 주로 아이들에게 보여줄 환경파괴를 시사하는 포스터나 시각 자료를 만드는 일 이었고 가장 인상 깊었던 작업은 비디오 영상을 찍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거기에서 맛없는 음식을 함부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개념 없는 사람 역할이었는데 정말 연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보통 2~3시까지 오전 일을 하다 3시쯤 점심을 먹고 느지막이 휴식을 취한 후 야외 스파로 가서 수영과 반신욕을 즐겼습니다. 그곳에선 사진을 전혀 찍지 못해서 너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하늘에선 눈이 떨어지는데, 나의 몸은 따듯한 스파에 들어가 있고 사방은 하얀 눈산으로 둘러싸여있는 그 광경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장관이었습니다. 스파를 마치고 6~7시쯤 집에 들어와 오전에 못한 일을 마저 하거나 보드게임을 하다가 느지막이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녁을 먹은 후엔 잠들기 전까지 휴식시간을 가졌는데, 술을 가볍게 한잔 마시거나, 서로 수다를 떨고 여유를 즐겼습니다. 이렇게 쓰고나니 정말 힘든일은 전혀 없었던것 같습니다. 가장 힘들었던것이라면 날씨가 항상 궂어서(현지인 말을 들어보니 두달째 눈이나 비가 오고있었다고 합니다.) 그 멋진 경치를 100%즐기지 못한것과 아이슬란드관광의 꽃인 오로라를 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꿀맛같은(?) 일주일간의 준비기간이 눈 깜짝할 새 지나버리고 31일 금요일이 되었습니다. 그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수업준비자료를 들고 학교로 갔습니다. 아이슬란드의 학교는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가 합쳐진 형태였는데 현대식의 건물로 인테리어가 아주 깔끔하고 강당도 넓었습니다. 첫 번째 학급인 초등 2학년 부를 상대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예상시간은 약 30분이었지만 학생들이 수업에 너무 잘 따라와준 탓에 30분에 훨씬 못 미치는 20분만에 수업이 끝나버렸습니다. 두 번째 학급인 초등 1학년 과는 딱 수준이 맞아서 30분정도 수업을 하고 마지막 유치부는 아이들이 너무 산만한 터라 수업진행이 다소 힘들었습니다. 수업은 영어-아이슬란드어 통역을 맡아준 현지 학교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고 저희가 준비한 시청각 자료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습니다. 평소 아이들을 좋아해서 아이들이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고 집중한 모습을 보니 절로 마음이 흐뭇해졌습니다. 그렇게 저희의 마지막 과제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워크캠프의 마지막 밤을 즐겼습니다. 서로 롤링페이퍼도 써 주고 여지껏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많이 하니 그렇게 하루가 끝나있었습니다. 워크캠프 마지막 날, 미니버스를 타고 다시 수도 Reykjavik으로 이동했습니다. 날씨상태가 역시 좋지 않아 북부길을 이용하지 못해 Geysir간헐천과 Volcano를 보지 못한건 정말정말 아쉬웠습니다. Reykjavik에 도착 후 다음날 저희 팀은 뿔뿔히 흩어지기에 미리 작별인사를 하고 기념촬영을 하였습니다. 저는 다음날 오전에 파리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에 아쉽지만 일찍 잠자리에 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이슬란드를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워크캠프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안도감과 다시는 이친구들과 한자리에 이렇게 모일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서글펐습니다. 하지만 이번 워크캠프를 통해 세계적인 문화를 체험하고 외국인 친구들과 우정을 쌓고 함께 과제를 해결해 나가며 의사소통 능력도 키울 수 있어서 저에게는 참으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상으로 보고서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