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오츠지에서 만난 따뜻한 이웃, 잊지 못할 10일

작성자 김진화
일본 NICE-14-13 · EDU/MANU 2014. 02 일본 이시카와현 카가시 야마나카온천 오츠지

Otsuchi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워크캠프를 알게 된 것은 학교 게시판에 붙여진 워크캠프 포스터 한 장 때문이였다. 워크캠프란 무엇일까? 어떤 활동을 하는 것일까? 그 전엔 전혀 알지 못했지만, 포스터를 우연히 본 뒤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워크캠프에 대해 조사해본 뒤 '뭐든 해보자'라는 생각을 가진 내가 선택한 지역은 일본 '오츠지'였다. 일본을 선택한 것은 내가 일본어를 할 수 있고 친숙한 나라였기 때문이었지만 '오츠지'를 선택한 이유는 조금 달랐다. 유명한 관광지, 편안한 힐링 공간이 아닌 한국인이 잘 알지 못하는 곳을 가고 싶었고 지역 주민과 교류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많은 기대를 안고 오츠지로 향했다.

달리 오츠지를 가는 교통수단이 없었기에 인포싯에 나온 것처럼 역에서 오츠지까지는 지역 주민의 차를 빌려타기로 하고 나는 미팅 포인트인 '카가온센'으로 향했다.
카가온센은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 열차로 약 3시간 정도 걸리는 곳으로 조그만 시골 마을에 있는 역이라고 하기엔 규모가 꽤 큰 곳 이었다.
나는 그 곳에서 프랑스 인 1명, 뉴질랜드 인 1명, 일본인 3명과 재일 한국인 1명 그리고 지역주민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엔 어색하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달리 전혀 어색하지 않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오츠지로 향할 수 있었다. 도중 지역주민의 도움으로 우리는 일본 전통 종이인 와지를 만드는 곳을 가볼 수 있었는데 종이 한 장을 만들기 위해 쏟는 노력과 애정을 보고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리고 도착한 오츠지는 산 속 아주 깊은 곳에 위치해있는 곳이었다. 집은 열 채정도 있었지만 사람은 아무도 살지 않았고, 우리를 데려다 준 지역주민 노보상 혼자서 마을을 거의 관리하고 있었다. 산 속이여서 매우 추웠지만 눈이 쌓인 일본 전통가옥들의 모습은 아주 아름다웠고 감탄이 절로 나왔다.

첫 날 오리엔테이션을 하며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알아갔다. 프랑스 인 제레미는 1년간 아시아 투어를 하고 있었고 일본어는 못하지만 영어가 매우 능숙했다. 일본어로는 통하지 않았지만 제레미의 적극적인 성격과 리더의 통역으로 우리는 충분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일본이 좋아서 일본투어를 하고 있는 뉴질랜드에서 온 조나단, 일본인 미사코, 부분 참가자인 일본인 아카네, 재일 한국인인 리화, 리더 이케신 그리고 우리를 캠프기간 동안 계속 보살펴주신 지역주민 노보상까지 우리는 일본 전통 화로인 이로리에 둘러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첫 날은 늦은 시간에 도착했기에 서로에 대한 소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뒤 잠이 들었고 이튿 날부터 워크캠프의 워크를 시작하게 되었다. 둘째 날은 지역 주민들과의 웰컴 파티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차를 댈 수 있게 눈을 치우는 작업과 마을의 열채 정도 있는 집에 라이트를 설치하여 마을을 환하게 하였다. 그렇게 일을 한 뒤 맞이한 웰컴 파티는 나의 생각보다 훨씬 크게 열렸다. 오츠지 주변 지역뿐만이 아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온 지역주민들까지 20명정도 모여 일본, 한국, 프랑스 등등 여러가지 얘기를 하며 지역주민들이 해주신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스시부터 멧돼지 고기 구이까지 끊임없이 먹으며,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셋째 날 역시 우리는 맛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었다. 오츠지 근처 지역주민 중 프랑스인의 도움으로 프랑스 전통 요리를 맛 볼 수 있었고 역시 프랑스인 제레미가 제일 기뻐했다. 프랑스 요리는 먹고 싶은 빵,치즈,햄 등등을 뷔페식으로 고를 수 있었고 역시 주민들이 꽤 많이 와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몇일이 지난 뒤 프리데이에 우리는 노보상의 차를 타고 지역명소를 다닐 수 있었다. 프리데이에는 전철을 타고 우리끼리 이동해야 한다고 생각해 돈이 꽤 들겠다고 생각했는데, 노보상이 차로 지역명소를 다 데려다 주셨고 입장권이나 식비까지 계산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 프리데이에 우리는 야마나카 온천 상점가, 마루오카 성, 동해바다 등 많은 것을 구경하면서 노보상에게 설명도 들을 수 있었으며날이 저물때 즈음 이 지역의 유명한 온천에 들어가 피로를 풀 수도 있었다. 그 중 이 날 갔던 대나무 공예 박물관이 가장 인상에 남는데, 대나무로 인형이나 공예품을 만드는 곳이었다. 대나무 인형은 머리카락을 대나무를 아주 얇게 잘라 붙이는데 사람의 머리카락의 굵기와 다르지 않아 매우 놀랐다.

다음 날 우리는 이 지역에 있는 전교생이 60명정도 되는 초등학교에 방문했다. 초등학교 5학년 16명 정도와 팀을 나누어 함께 초콜릿 케익을 만들었고 서로 좋아하는 디저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시골 마을이여서 그런지, 초등학생이여서 그런지 아이들이 너무 순수하고 착해서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초콜릿 케익 만들기에 우리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1시간이였지만 우리는 초등학생들과 많이 친해질 수 있었고, 특히 나는 한류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궁금증을 해소해 줄 수 있었다.

마지막 구일 째 되는 날 우리는 이시카와 현의 자연캠프라는 '아이들을 눈속에서 놀게하자'라는 컨셉을 가진 6시간 정도의 캠프에 참가했다. 아이들과 부모님 그리고 우리는 눈 속에서 스노우화 체험, 눈속에서 보물찾기, 눈싸움, 타이어튜브 끌기 등을 하며 마지막 남아있는 힘을 다 쏟으며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사실 오츠지 워크캠프는 워크보다는 소통, 지역주민과의 만남에 중점을 둔 캠프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년도에 유난히 눈이 안왔다고는 했지만 사실 우리는 이 지역의 워크의 중심이였던 눈 치우기도 얼마 하지 않았고 그 외에 딱히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초등학교에도 방문하고, 이 지역 노인정을 방문해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일본 전통 게임도 하고, 오츠지 옆 마을에 가서 옆 마을을 지키는 분과 얘기도 하는 등 주민과의 많은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이 모든 지역주민과의 만남을 성사시켜준 분은 바로 노보상이였다. 노보상은 자식이 없지만 저번 년부터 처음으로 워크캠프를 실시하면서 우리를 정말 자식처럼 생각한다고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하셨다. 그런만큼 우리를 일보다는 주민들과의 소통으로 새로운 만남을 얻게 해주셨고 오츠지 주위의 여러 지역을 방문하게 해주셨다.

나에게 있어서 첫 워크캠프였던 오츠지 워크캠프. 가기 전엔 아무리 친숙한 나라라고 할 지라도, 내가 일본어를 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불안감이 매우 컸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잘 찾아갈 수 있을까 말이다. 하지만 오츠지는 매우 좋은 곳이였고 지역주민들도 모두 좋은 분들이셨다. 나는 지역주민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들 중 일부분을 좀 더 폭넓게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친숙하지 않은 나라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때에는 더 폭 넓은 시각을 가지기를 바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