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오로라를 쫓아, 아이슬란드 워크캠프로

작성자 최유연
아이슬란드 SEEDS 004 · ENVI/EDU 2014. 01 - 2014. 02 아이슬란드

Environmentally aware: in Reykjavík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추운 건 질색인 내가 여러 나라 중에서도 아이슬란드로의 워크캠프를 지원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 오로라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참가활동 내용이 무엇이든 내가 참여할 수 있는 기간 내에 아이슬란드 워크캠프가 있는지 없는지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 아이슬란드 행 비행기를 예약하고 드디어 비행기가 땅에 닿았을 때 설레고, 기대되고, 기분이 정말 좋았다. 아직도 그 기분이 생생하다. 솔직히 아이슬란드에 대한 많은 정보를 미리 알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상상했던 느낌과는 많이 달랐다. Iceland 나라이름 자체가 아이슬란드이니까 어마어마하게 추울 줄 알았고 두터운 패딩까지 준비했었는데 서울보다 따뜻했다. 일종의 공항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로 향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풍경이 다 컴퓨터 바탕화면 같았다. 아이슬란드에 도착한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계속해서 사진을 찍어댔다. 숙소로 도착해서 다른 참가자들을 만나는 게 많이 걱정이 되었다 불안해서 꿈을 꿀 정도였다. 비록 인포짓에 지도와 상세한 정보가 나와있었지만, 나라 자체가 많이 생소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대한 인포짓을 자세히 잘 숙지하고 미리 준비했기 때문에 길을 잃거나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려 채 5분도 되지 않아서 숙소를 찾아 다른 참가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숙소에서 쉴 틈도 없이 바로 레이캬비크의 랜드마크인 할그림스키르캬(Hallgrimskirkja) 교회로 향했다. 상점거리를 통해서 교회로 가는데 상점들이 하나같이 너무 아기자기하고 귀여웠다. Shop 하나하나 그 주인이 혼신을 다하여 그 가게의 특색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그 인테리어에 한번 놀라고 물가에 두 번 놀랐다. 북유럽 물가가 살인적이라고만 들었지 실제로 겪어보니 노트 하나 살 수가 없었다. 당황스러운 상점거리를 지나 드디어 교회에 도착했다. 할그림스키르캬 교회는 시내 어디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높아서 길을 잃었을 때 이 교회를 중심으로 길을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교회 꼭대기에는 레이캬비크 시내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데 시내의 모든 집들이 다 다른 색들로 칠해져 있고 고층건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는 우리나라의 남한 땅과 면적이 비슷하고 총 인구는 약32만명이다. 레이캬비크에 12만명이 거주하고 있어, 넓은 땅과 적은 인구로 모든 것이 여유롭고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날 저녁, 교회에서 숙소로 돌아가 캠프리더와 나머지 참가자들을 만났다. 벨라루스에서 온 캠프리더 카트리나, 라트비아에서 온 크리스틴, 한국에서 온 신혜, 독일에서 온 네슬린, 로버트 그리고 러시아에서 온 케이트와 알렉스. 이렇게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는 처음이기 때문에 너무 재미있고 신기했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했는데 나의 영어실력으로 자유롭게 대화하기가 다소 쉽지 않았다. 전에 토플시험이나 영어회화 시험 때문에 영어 회화를 연습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보다 실제로 의사소통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니까 전보다 훨씬 절실하고 마음에 와 닿게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시차적응이 안된 상태에서 계속 영어를 듣고 있으려니까 속이 울렁거리기까지 했다. 여태 영어 듣기를 우습게 본 내가 야속했다. 워크캠프 스케줄은 참가자들의 의견을 다소 반영하여 적어도 다음날까지 확정될 것이라고 했다. 참가자들 모두 착한 것 같고, 숙소도 기대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고, 음식도 정말 다양하고 풍부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워크캠프 나날들이 정말 기대되었다. 나는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꽉꽉 짜인 일정을 기대했는데 아이슬란드는 해가 너무 늦게 뜨고(오전 9시 반쯤) 다들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하는 스타일이었다. 아침은 각자 알아서 준비해 먹고 점심, 저녁은 세 명씩 조를 짜서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처음에는 잘 모르겠고 어색하기도 해서 다들 간단하게 계란, 베이컨, 야채, 과일을 이용하길래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다가 따라하기로 했다. 한국에서와는 색다른 아침이라 아주 흥미롭고 즐겁게 먹었다. 계획표가 드디어 공개되었다. 그리고 아이슬란드 워크캠프 생활 중에 손에 꼽는 경험을 이날 오후에 할 예정이었다. Geothermal beach에 가는 것이었다. 숙소에서 도보 40분 거리였다. 앞에 해변이 있고 바로 뒤에 노천 수영장이 있는 형태인데 물이 지열로 인해 뜨거웠다. 입수하기 전에 필수적으로 꼭 샤워를 해야 했다. 너무 추워서 팔짝팔짝 뛰면서 풀장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웬 할아버지가 바닷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진짜 좋을 것이라고 추천하는 바람에 신혜와 네슬린이랑 같이 그 추운 겨울에 겨울바다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말 미친 짓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정말 발이 아플 정도로 차가웠다. 글쎄 특별한 경험이라면 경험이긴 한데 그냥 풀장에 들어간 것 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해가 조금씩 지면서 바다 건너편 시내에 불이 하나씩 들어오고 바다는 컴컴해지고. 아이슬란드에 내가 왜 왔나 지금 뭘 하고 있나 다 상관없다고, 나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딱 세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 둘째, 부모님 모시고 꼭 다시 이곳에 와야겠다. 셋째, 돈을 많이 벌어서 아이슬란드에 다시 와야겠다. 결론은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아이슬란드를 오는데 항공기 값이 많이 들었고, 여기 물가는 너무 비쌌기 때문이었다. 분명 한달 전엔 아이슬란드라는 나라는 정말 그냥 오로라 이렇게만 생각했었는데 절대 아니고 아이슬란드는 자연이 잘 보존되어있는 깨끗한 나라였다. 지금 이곳에 외국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내 인생에 즐거운, 행복한, 중요한 기억, 추억, 재산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에는 오로라를 보는데 실패했다. 이번 해에는 유독 하늘에 구름이 많이 오로라를 관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우리 활동은 enviorment, education이기 때문에 workshop이 많았고, 환경을 위한 활동을 했다. 그 중에 하나는 분리수거 쓰레기 줍기였다. 확실히 우리나라보다는 길거리에 쓰레기가 적지만 다 줍고 나니까 꽤 양이 많았다. 아이슬란드만큼은, 아니 특히 아이슬란드는 깨끗한 자연이 잘 보존되었으면 좋겠다. 나중에 먼 미래에 다시 와도 여전한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워크캠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단순한 여행뿐 아니라 그 나라의 실생활까지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 쓰레기를 줍고 나서 극장에 갔다. 목요일마다 free movie day라고 한다. 지금까지 육십몇 회 째라고 하는데 정말 낭만적이고 여유로운 사람들인 것 같았다. 워크캠프 일정에만 맞추어 자율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free time, free day가 있다. 나는 free day에 golden circle을 가기로 했다. 보통의 투어들 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갈 수 있었다. 그리고 로버트, 신혜, 알렉스, 네슬린과 같이 이틀 동안 차를 빌려서 아이슬란드의 이곳 저곳을 여행하기로 했다. 솔직히 많이 불안했지만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었다. 남부를 중심으로 셀레얀즈 폭포, 스코가폭포, 주상절리, black beach. 특히 black beach가 정말 대박 이었다. 마치 영화 인셉션에서 볼 듯한 높은 절벽언덕과 광활하고 멋있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멋있고 무엇보다도 그 해변을 나 혼자 걷고 있다는 게 믿겨지지가 않았다. 파도 때문에 몇 번이고 발이 젖었는데도 하나도 짜증나지 않았다.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다. 그리고 아이슬란드의 목적, Nothern light! 숙소로 돌아와서 날씨를 체크하고 가장 좋은 시간 좋은 위치를 파악해서 새벽 1시 북쪽으로 향했다. 오로라를 목적으로 아이슬란드를 갔지만 이미 너무 좋았기 때문에 오로라를 보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며 갔다. 하늘이 너무 맑아서 별이 쏟아질 것 같았다.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가는 순간, 충격과 공포였다. 너무 추웠기 때문이었다. 오로라가 약할 때는 사람 눈으로 보기가 어렵고 DSLR로 잡아야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말 그대로였다. 그냥 구름처럼 보여서 찍었는데 보니까 오로라였다. 정말 동료들 모두 다 소리치고 웃고 난리가 났다. 그리고 조금 있다 보니 구름 같았던 오로라가 좀더 강해지고 진해지면서 에메랄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커튼을 치기도 하고 스르륵 움직이고 사라지고. 와 내가 정말 오로라를 보게 되었구나. 다시 한번 아이슬란드를 와준 나에게 감사했다. 운전을 해준 로버트, 카메라를 가져온 알렉스, 그 카메라를 쓸 줄 아는 신혜, 로버트를 기운 내게 해준 네슬린. 이들을 만난 건 무지무지 행운이었다. 오로라를 등지고 돌아서기가 너무 어려웠다. 들뜬 마음에 차에서 내내 이야기를 하면서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오로라로 들뜬 마음을 가지고 또 다른 seed members들을 만나러 갔다. 내가 정말 기대했던 international dinner day이었다. 마치 요리 경합을 하는 것처럼 열정적으로 요리했다. 나는 밥을 지어서 한국에서 챙겨간 통조림과 함께 덮밥을 만들었다. 다 모이니까 30명이 넘었다. 에스토니아, 체코, 스페인 등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그만큼 또 다양한 음식들도 있었기에 너무 들떠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 파티문화에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그냥 다가가서 인사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 그게 기본이고 그거면 파티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정말 즐거웠다. 춥다고 먼 seed accomodation에 가기 싫었었는데 안 갔더라면 정말 수없이 후회했을 것이다. 워크캠프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가까운 kex hostel에서 재즈 콘서트가 열렸다.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아마 여행객들일 것이고 일부분은 주민들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다들 너무 여유로워 보였고, 진심으로 공연을 감상하고 즐기고 있었다. 나는 지금 복학이니, 시간표니, 한국에 돌아가면 어떻게 살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이슬란드까지 와서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게 정말 우스웠다. 워크캠프가 끝나면 이 친구들과 헤어져서 이제 나 홀로 여행을 시작해야 하고, 이 나라 저 나라 이동할 생각을 하니 막막하고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확실히 빨리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을 만나고 생활 한다는 게 어찌 보면 그냥 단순한 일인 것 같은데, 수 백년 전부터 각자가 가지고 있던 가치관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평소에, 전에 생각지도 못했던 생각의 범위가 조금은 넓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10일 이라는 정말 짧은 시간을 나는 진심으로 즐겼고, 여행의 시작을 아이슬란드에서, 워크캠프 시작한 것은 정말 탁월한 계획이었다. 워크캠프 멤버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다시 한번 다 같이 만나는 기적이 일어난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