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바람의 마을, Alignon에서 찾은 여름날의 꿈

작성자 홍유리
프랑스 CONC 211 · ENVI 2012. 05 Alignon du Vent

PAYS DE THONGU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온 뒤 4개월이 넘는 여름 방학 동안 무엇을 해야 보람차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워크캠프라는 매력적인 활동이 눈에 띄어 여러 프로그램을 살펴 보기 시작했습니다. 방학 동안 프랑스 파리에 있는 친구의 집에 방문할 예정이어서 유럽 쪽으로 알아보던 중 프랑스 남부의 작은 ‘바람의 마을’이라는 이름의 Alignon du Vent의 인공 연못 만들기 프로젝트가 저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유럽에 가는 일정이었으므로 꼼꼼하게 일정을 체크하고 지원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국제 워크 캠프 기구 홈페이지에서 참가 확정을 확인한 순간부터 저의 마음은 이미 프랑스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해외로 처음 나가는 봉사활동이고,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3주 동안 동거동락할 생각을 하니 한껏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 도착해서 TGV 열차를 타고 4시간 동안 Alignon du Vent로 향하는 동안 창문을 통해 보이는 동화 속에서나 볼 것 같은 아름다운 언덕들과 꽃밭을 지나치며 기분 좋은 떨림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짐을 들고 집합 장소로 가기 위해 지도를 들고 골목, 골목을 한참이나 헤매야 했습니다. 30분을 넘게 제대로 된 길로 가고 있는 것일까 불안했지만 멀지 않은 곳에 커다란 백팩을 메고 웃음 짓고 있는 다른 참가자들의 얼굴을 보니 내가 제대로 찾아왔구나 하는 마음에 뿌듯했습니다. 얼마 안 있어 캠프 리더 2명이 저희를 픽업하기 위해 왔고 차를 타고 20여분을 가서 도착한 곳은 화장실 건물 밖에는 아무 것도 없는 캠핑장이었습니다. 캠프 리더인 Elsa와 Franck는 저희에게 각자 자신이 살 텐트를 고르고 치기 시작하라고 해서 저는 난생 처음으로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텐트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텐트를 세우고 고정해줄 못을 박으면서 한참을 걸려서 텐트를 완성했습니다. 텐트 안에 들어가서 가져온 침낭을 깔고 짐을 풀고 나니 이 곳이 내가 3주 동안 살아가야 할 곳이라는 사실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다른 참가자들도 하나 둘 더 도착하고 각자의 텐트를 치고 난 뒤 우리는 취사장에 가서 얼마 되지 않는 요리재료로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녁을 먹는 곳은 커다란 천막 안에 있는 테이블이었는데 오직 하나의 램프에 의지해서 자연을 벗삼아 즐길 수 있는 운치 있는 곳이었습니다. 음식, 접시, 수저, 물 등을 갖고 나르는 데만 한참이 걸리는 테이블에 모두 둘러 앉아 우리는 약간은 어색하게 첫 저녁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파스타와 토마토 소스를 함께 볶아 간단하게 만들어진 파스타였는데 첫날이라 긴장하고 여러 일을 한꺼번에 겪어서 허기져서인지 모두들 굉장히 맛있게 먹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캠프 리더 Elsa와 Franck에 의해서 우리는 각자 자신의 소개를 했습니다. 우선 기술 캠프 리더인 작가 Franck, 생활 캠프 리더인 Elsa, 러시아의 디자이너 Anna, 이탈리아의 선생님 Maria, 벨기에의 발랄 소년 Sacha, 멕시코의 자유 영혼 Julio, 독일의 만능 소녀 Romina, 한국의 요리사 상준 오빠, 한국의 다정한 민아 언니 그리고 저까지 총 11명으로 이루어진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워크 캠프 그룹이었습니다. 저희는 서로의 이름과 이야기를 기억하기 위해 작은 게임을 했는데 좌충우돌하면서 서로에 대해 점점 알아갔습니다. 모두 개성이 뚜렷하고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하루도 채 함께 안 했지만, 3주 동안 즐겁고 행복한 일들만 가득할 것이라고 한껏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워크 캠프 그룹은 인근 마을의 자연 보호에 뜻 있는 분들께서 지원해 주시는 프로젝트였는데, 저희는 둘째 날에 그 분들께서 열어주신 자그마한 파티에 초대되었습니다. 저희 일터에서 걸어서 도착한 자연 속에서의 작은 나무 테이블에 차려진 핑거 푸드와 향긋한 와인을 곁들여 저희는 모두 잔을 부딪히며 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기원했습니다. 비록 프랑스어와 영어 중간의 언어를 사용하며 의사 소통해야 했지만 낯선 곳에 와있는 저희들을 향해 따뜻한 미소와 격려를 해주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희 워크 캠프 목적인 인공 연못 만들기 프로젝트는 셋째 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프랑스 남부의 여름은 아침 일찍부터 일을 시작하지 않으면 점심때가 되면 이미 해가 너무 뜨거워서 도저히 일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해가 정말 강렬한 곳이었기 때문에 저희는 매일 아침 8시에 모두 준비를 마치고 벤에 올라타 저희의 일터로 향했습니다. 낡은 벤을 타고 덜컹덜컹 거리며 약 20분을 달려 도착한 저희는 일터는 돌과 흙이 즐비한 공터였습니다. 우리가 저기서 무엇을 하는 것일까? 의문을 가지고 도착한 그곳에서는 저희는 우선 연못의 모양을 잡기 위해 둘레를 돌아가며 나무 목각을 박고 그 나무 목각의 평형을 맞추기 위해 평형 기구를 이용해서 평형을 맞추어 나갔습니다. 쉽게 들리지만 막상 약간의 오차가 있으면 나중에 가서는 조금씩 오차가 늘어나기 때문에 정확하게 맞추어야 되어서 그 날 하루 종일을 평형만 맞추는 데 할애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평형을 맞추고 돌아간 뒤, 다음 날 다시 도착했을 때 저희는 처음 보는 광경에 깜짝 놀랬습니다. 커다란 포크레인이 저희가 표시해놓은 둘레대로 연못을 파놓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놀라운 광경을 말없이 목격하고 있다가 드디어 저희의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인공 연못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못에 물이 고였을 때 땅 속으로 다 스며들지 않도록 엄청나게 크고 두꺼운 카페트와 비슷한 것을 깔아주어야 했습니다. 굉장히 무거웠기 때문에 저희 모든 그룹 사람들과 도와 주러 오신 분들이 모두 함께 굴려야 했습니다. 방향이 안 맞아서 몇 번을 다시 접고 깔기를 반복해서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저희가 일주일 넘게 계속 해야 한 일은 커다란 바위 같은 돌들을 옮겨서 연못 밑 바닥을 메우는 것이었습니다. 돌들이 굉장히 무겁고 날카로워서 목장갑을 끼고 온 몸을 다 써서 옮겨야 했는데 처음에는 연못이 굉장히 커서 끝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는데 다 함께 힘을 합쳐서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새 연못을 꽉 채우게 되었습니다. 뿌듯한 기분도 잠시 저희는 1주 조금 넘게 남은 시간 동안 시멘트 가루와 흙, 강에서 떠온 물을 혼합해서 시멘트를 만들고 시멘트를 돌들 사이사이에 세심하게 메워야 했습니다. 현장은 일도 힘들었지만, 아침에는 굉장히 서늘하고 낮이 될수록 점차 견딜 수 없이 뜨거워지는 날씨와 싸우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침 8시에 작업을 시작해서 1시가 채 되기도 전에 작업을 철수해야 할 만큼 날씨가 굉장히 더웠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일을 최대한 끝내야 했습니다. 모두들 해보지 않은 궂은 일을 하고 더위와 싸우느라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작업 중간, 중간에 있던 쿠키와 물과 함께 하는 꿀 같은 짧은 휴식시간, 그늘에서 잠시 숨을 돌리던 짧은 순간, 순간들의 즐거움과 소중함을 알아갔습니다.

저희는 매일 2명씩 팀을 짜서 다른 그룹 멤버들이 현장에서 작업을 하는 동안 그 날의 점심, 저녁을 요리하였습니다. 어떤 친구들은 현장 일이 너무 힘들어서 숙소에 남아서 요리하는 날을 선호하기도 했습니다. 여러 국적의 친구들이 모였기 때문에 저희는 매일매일 다른 나라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작은 사치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비록 저희의 적은 워크캠프 회비로 이루어진 예산 안에 맞춰야 해서 넉넉지 않은 예산으로 음식 재료들을 구비하고 천막 안의 간소한 요리 기구들로 요리를 해야 했지만 평소 음식을 제대로 만들어 보지도 않았던 친구들이 동분서주, 꺄르륵 웃으며 요리를 해준 덕분에 열심히 작업을 마치고 온 친구들은 모두 맛있게 음식들을 해치우곤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희 워크캠프의 요리사를 자처한 상준 오빠는 민아 언니와 함께 협소한 장소에서도 일일이 감자를 삶아 으깨고 빵 가루를 묻혀서 맛난 고로케를 만들어줘서 모두를 감탄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맛난 점심을 먹고 남은 시간 동안 저희는 모두 함께 천막에 모여 한바탕 웃으며 카드 게임을 하거나 노래를 들으며 한가롭게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작업과 여유가 공존하는 평일을 보내고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저희는 캠프 리더인 Elsa와 Franck가 데려가 주는 프랑스 남부의 매력을 흠뻑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여행지만 하더라도 아기자기한 거리의 Pezanas, 따뜻한 햇살과 함께한 아름다운 도시 Mont Pellier, 여유로운 프랑스 남부 해변, 끝없이 펼쳐진 포도 농장과 와인 공장, 거침없는 돌산, 작은 벼룩 시장, 자연 협회 이벤트, 자연 공원 등 셀 수없이 수 많은 곳을 가볼 수 있었습니다. 항상 여행을 가면 여행자들이 많이 가는 유럽의 유명하고 큰 도시들만을 갔었던 것과는 달리 워크 캠프에서 친구들과 함께 갔었던 짧은 여정은 아기자기하고 자연과 프랑스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워크 캠프를 올 때, 고된 일들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것과 달리 저희 친절하고 따뜻한 캠프 리더들 덕분에 해볼 수 없었던 경험을 너무나도 많이 하게 되어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땀과 웃음으로 가득했던 정신 없는 워크 캠프가 어느새 끝이 보이고 마지막으로 작업 현장으로 가는 길 동안 저희는 괜스레 숙연해졌습니다. 벤의 터덜터덜 엔진 소리와 덜컹덜컹 Franck의 카리스마 있는 운전실력이 익숙해 질만큼 수없이 오갔던 저희의 일터는 처음의 흙 밖에 보이지 않던 공터였었다고는 상상도 못할 만큼 멋진 연못으로 변해있었고 저희의 땀방울과 한 손, 한 손 거드는 손길로 저렇게 멋지게 변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아직 채 마르지 않은 시멘트 사이 사이에 서로의 이름을 새기며 영원히 우리의 연못을 잊지 말자고 기약한 뒤, 함께 고생한 멤버 모두와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현장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처음을 시작한 공원에서 저희를 지원해주신 분들이 또 다시 열어주신 자그마한 파티에서 무사히 성공적으로 연못을 만들어 낸 기쁨을 자축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숙소로 돌아온 저희는 다음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짐을 싸고 저녁을 먹기 위해 천막으로 모였습니다. 저희들만의 작은 만찬을 마련해서 함께 시원한 맥주를 건배하고 서로의 연락처와 사진을 공유하며 그 동안 있었던 소소하지만 놀랄 만큼 즐거웠던 3주의 기억을 마무리 했습니다. 함께 고생하고 즐거운 일들을 같이 했기에 더 빨리 친해지고 그만큼 헤어짐이 아쉬웠지만 헤어진 뒤에도 저희는 페이스북과 메일을 통해 계속해서 연락을 하며 친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캠프 리더인 Elsa는 캠프가 끝난 후 6개월 뒤 연못을 깜짝 방문하여 그 동안 놀랄 만큼 자연과 동화된 저희의 연못 사진을 찍어 저희에게 보여주어 또 다시 그 나날들의 감동을 되돌아 보게도 해주었습니다. 여러 국적의 친구들과 거리낌 없이 어울리며 공감하고, 텐트의 침낭 안에서 매일 밤 잠이 들고, 돌덩이를 옮기고 시멘트를 바르고, 대량의 음식을 요리하기도 하는 등 난생 처음 해본 새로운 일들이 가득했던 3주 동안의 길고도 짧았던 프랑스에서의 워크캠프는 두말할 것 없이 후회 없는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