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발리에서 아이들과 함께 웃었던 날들

작성자 용현우
인도네시아 DJ-99 · DISA/RENO 2014. 02 - 2014. 03 인도네시아(발리)

Jimbaran Project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24년 인생 최고의 순간..

이 제목은 큰 의미 없이 그냥 쓴 상투적 표현이 아니고 진짜 진짜 진짜입니다.

저는 13년 11월에 전역하고 뭘 할까 고민하던 차에 우연히 해외봉사활동에 대해 알게되서 워크캠프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어떤 캠프로 할까 고민하던 차에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캠프가 있어서 다른 캠프들 보다는 좀더 봉사의 의미가 강한 것 같아 지원했습니다. 현지 도착해서 저희가 학교로 부터 받은 요청은 학교에서 애들한테 영어를 가르쳐달라는 것. 그렇지만 저는 이 아이들에게 영어단어 한두개 가르치는 것보다 그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그들에게 가족이외 누군가가 그들의 지지하고 서포트 해주고 싶어한다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아이들과의 소통에 중점을 두고 활동했습니다.

첫번째 수업날 정신지체를 가진 아이들이 있는 초등학교 2학년 반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어떤 다운증후군을 가진 꼬마와 만났는데 이 아이는 주변또래들에게 얕보여서 약간의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괴롭힘이라 해봐야 뒤에서 몰래 가방 지퍼를 열고 쓰고있는 모자를 벗겨내는 정도지만 그 꼬마에게는 그게 너무나도 서러웠을 터입니다. 뒤를 보아 자신의 가방이 열려있는 것을 발견하고 금방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쪼그려 앉아 자세를 꼬마보다 낮추고 팔을 꼬옥 잡고 '많이 서럽지? 괜찮아. 내가 니편이 되어줄게' 라는 마음을 품고 그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라며 한참을 눈을 마주쳤더니 아이의 기분이 제게 옮겨왔는지 제가 갑자기 눈물이 막 나왔습니다. (아유 쪽팔려..) 감정이 조금 격해져서 아이를 꼭 끌어안아주었더니 제가 우는게 들켰는지 저를 토닥토닥 해주더군요....
조금 후에 쉬는시간에 아이의 할머니가 교실에 들어왔는데 할머니 이마에 뽀뽀를 하더니 제 이마에 뽀뽀를 하고 저한테 할머니에게 뽀뽀를 하라고 해서 하고 저도 받았습니다. 뭔가 아이에게 소중한 사람이 된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그 뒤 공책에 뭔가를 배껴쓰는 class activity를 했는데 쓰는 내내 왼손으로 제 팔을 꼭 잡고 있더군요.
학교에 반이 정말정말 많은 관계로 1개 반을 이틀연속 갈수는 없었습니다. 해서 다음날엔 다른반에 갔더니 쉬는시간에 밖에서 절 발견하고 울먹이는 얼굴로 할머니손을 잡고 제게 달려와 안겼어요. 비록 정신지체를 앓고있는 아이들일지라도 우리와 똑같이 감정을 느끼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여기 적은건 그곳에서 있었던 수많은 행복했던 일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 합니다.


SLB학교에서의 15일간은 제 인생에서 최고로 행복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자신이 쓸모있다고 느끼는 일이 사실 지금껏 별로 없었는데 이 곳에서 '아 내가 참 살아있을 가치가 있는 놈이구나, 난 참 복받은 놈이구나'하고 느꼈습니다.

도움을 주러 갔다가 준 것 이상으로 더 큰 사랑과 도움을 받고온 15일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