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자연 속 쉼표, 라우터바흐에서의 3주

작성자 차영지
독일 IBG 09 · ENVI/CONS 2011. 07 lauterbach

Lauterbach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경치가 환상적이었다는 것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하늘, 구름, 나무와 들판이 넓게 펼쳐진 곳이었습니다. 저는 자연과 햇살을 만끽하고자 ENVI/CONS 워크캠프를 선택하였습니다. 라우터바흐의 자연과 햇살은 상상했던 것과 매우 달랐지만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자연환경이었습니다. 3주간의 캠프 기간 동안 일하고 먹고 놀고 방문하고 어울리며 정말 알차고 값진 시간을 보냈기에, 3년이 지난 지금도 워크캠프의 기억을 떠올리면 마음이 행복해지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지금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좋은 친구들도 얻고 개인적으로 인생의 쉼표와 같은 경험이었기에, 워크캠프는 제가 살면서 잘 한 일에 꼽히는 경험입니다. 물론 어려웠던 점도 있어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이 들곤 하지만, 이를 통해 제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캠프지
검은숲 내에서도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한 곳으로, 기차에서 내려 한시간 가량을 버스로 구불구불 올라가기도 하고 평지를 달리기도 하며 도착한 후, 또 다시 한번 캠프 차량을 타고 좀 더 올라간, 숲 속 깊숙히 자리한 곳에 있는 큰 통나무집이었습니다. 도착한 후, 예쁜 구름과 따스한 햇살 속에서 아직 도착하지 않은 친구들을 기다린 기억이 납니다. 숙소는 다듬어지지 않은 2층 통나무집이었습니다. 나무로 지어진 집이고, 침대가 없기 때문에 침낭이 필요하였습니다. 화장실 하나를 8명이서 어떻게 쓸까 싶었지만 샤워는 숙소 밖으로 나가서 했기 때문인지 전혀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통나무집 앞에는 캠프파이어를 할 수 있는 공터가 있어 밤에는 그곳에서 이것 저것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깊은 숲 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은 전혀 되지 않아 불편하였지만, 밤에는 귀여운 야생 여우가 집 앞까지 찾아올 정도로 동물들이 아주 가끔 출몰하는 곳이었습니다.

봉사활동
몇 주 사이에 팔뚝에 근육이 붙을 정도로 거친 노동이었습니다. 캠프지가 숲 속이고, 환경봉사였기에 자연 환경을 정돈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톱으로 나무를 잘라내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식물들을 뽑아내었습니다. 오래된 성터나 건물에 볼성사납게 얽혀있는 덩굴이나 나무를 잘라내었고, 넓은 들판에 널려있는 건초를 모아서 쌓아두거나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침범하며 자란 나무나 풀들을 잘라내며 길을 정돈하는 작업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기본적으로 흙을 밟고, 자라난 풀과 나무 사이를 헤치며 다니고, 늪처럼 촉촉한 땅을 밞으며 일을 하였기 때문에 옷이 더러워지거나 살이 긁히는 일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야 했습니다. 평소에 젖거나 더러워지는 것에 예민한 저는 오히려 이러한 일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해방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타 활동
워크캠프 동안 성숙한 캠프리더였던 독일 친구 덕분에 매우 알차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주중에는 아침에 일을 하고 점심에는 싸온 음식을 먹으며 햇살이 비치는 숲 속이나 오래된 성터, 풀밭 등에서 여유로이 바람을 쐬거나 잠을 잤습니다. 오후에 다시 일을 한 뒤에는 마을 체육관에서 샤워나 빨래를 하였습니다. 샤워가 끝나면 다시 숙소로 돌아와 식사 당번 친구들이 만든 저녁식사를 먹고 자유시간을 가졌습니다. 일반적인 일과 외에 마을 도서관, 편의시설을 이용하기도 하였고 까페에서 수다를 떨기도 하였습니다. 마을 수영장, 주변 소도시, 꽃 정원 등을 방문하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있던 캠프지는 검은 숲에서도 남쪽 끝부분으로, 스위스와 맞닿아 있어 콘스탄츠 호수나 샤프하우젠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활동을 하며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습니다.

의사소통
워크캠프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자 워크캠프의 묘미이기도 한 부분이 외국인 친구들과의 의사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부터 말해 영어는 잘하면 잘할수록 좋습니다. 말이 아닌 마음으로 통할 수 있다고는 하나, 언어의 힘은 큽니다. 호의적이고 이해심 많은 참가자들을 만난다면 언어가 아니더라도 다른 의사소통 수단으로 잘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성격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 함께 보내는 2~3주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문화 또는 다름의 차이를 확실하게 좁힐 수 있는 것은 영어 능력(또는 제2외국어)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한 유럽친구들과 북미친구들은 영어가 유창하였고, 동양인에 대한 편견이 있던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동양인들은 영어를 잘 못한다고 생각하며 부끄럼을 많이 타고 소극적이라고 생각하는 유럽 친구들과 여러 얘기를 나누면서, 유럽 친구들이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 편견이란 걸 알았지만 동양권 친구들에게도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한국 워크캠프 참가자 분들은 되도록이면 영어 실력을 키워서 가시길 바랍니다. 적극적인 자세와 미소, 사교적인 성격도 좋지만 언어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주민과의 교류
주민과의 교류도 매우 활발하여 즐겁고 기억에 남을 추억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친절하고 유쾌한 주민 분들이 손수 놀거리를 제공해주거나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였고, 덕분에 새롭고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가정집에 초대받아 놀러 가기도 하고, 파티를 하기도 하고, 마을 펍에 초대되어 주민들과 어울리기도 하며 친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일기를 쓰지 않아 기억이 가물가물해진게 아쉬운 점입니다. 꼭 적게라도 그날의 기억을 간단히 정리한 일기를 쓰시길 추천합니다.

날씨와 환경
고도가 높은 숲속이어서 그런지 7월임에도 마냥 덥고 해가 쨍쨍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낮에는 기본적으로 해가 뜨겁고 쨍쨍하지만 우비만 입으면 될 수준의 비가 자주 오는 편이었고, 해가 뜨지 않은 아침과 저녁으로는 쌀쌀한 편이었습니다. 라우터바흐는 청정 지역이었습니다. 하이킹 중이나 일하는 중 블루베리나 과일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따먹었습니다. 흙과 나무는 깨끗했고 사람을 성가시게 하는 벌레도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귀여운 청개구리나 반딧불이 같은 것들 뿐이었습니다. 또한, 검은숲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검고 긴 나무들이 울창하였고, 지나가는 길에 동물이 있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웠습니다. 들판과 나무가 넓게 펼쳐진 자연이라, 잔디 언덕에서 내려다 보거나 하늘을 볼 땐 정말 어느 휴양지 못지 않게 힐링의 장소였고 맨발로 다니는 게 훨씬 자연스러운 곳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즐긴 여유와 자유로움, 따스함 덕분에 스스로 성숙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음식
아침이나 점심은 기름지지 않은 식사를 하였습니다. 제가 참가했던 워크캠프는 유럽인 친구들이 다수에, 베지터리안도 몇명 있어서 저녁식사는 거의 고기 없이 만드는 요리로 이루어졌습니다. 한국식 불고기를 해 주면 좋아한다는 얘기를 듣고 불고기양념소스를 사갔었는데, 불고기용 고기를 구하기 어려워 맛을 내기도 어려울 뿐더러, 베지터리안 친구들과 유럽식 음식을 선호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라 좋은 반응을 끌어내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가져간 컵라면은 매워도 맛있어하며 먹던 친구도 있었습니다. 각국의 요리를 맛 보는 것도 재미 중 하나였습니다. 친구들의 요리 말고도 독일 가정집에 초대 받아 했던 식사도, 이탈리아인 가정집에서 대접한 식사도 모두 훌륭하였고, 검은숲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지역 음식도 인상 깊었습니다. 검은숲에서 맛본 모든 음식들은 맛있는 것은 당연하고, 매우 건강하고 자연친화적이었습니다. 또, 치즈를 한국에 비해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한국 참가자분들은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디저트나, 누구나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한국식 요리법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동양의 쌀과 김에 관심을 표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를 생각해 보면, 주먹밥이나 삼각김밥도 좋은 요리 아이템이 될 것 같습니다. 주의할 점은 독일에서 파는 쌀은 찰기가 없는 쌀이므로 미리 준비해 가는 게 좋습니다.

결론적으로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정을 나누고 다양한 경험을 하였기에, 이렇게 보고서를 쓰는 지금 워크캠프에 다시 한번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