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아이슬란드, 용기가 시작된 곳

작성자 이혜정
아이슬란드 SEEDS 013 · ART/CULT 2013. 04 reykjavik

Photo Marathon in Reykjavík - Center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1년 하고도 세 달 더 전에, 그러니까 작년 1~2월에 내 머릿속에는 많은 생각이 가득차 있었다. 휴학을 한 지 반 년이 흘렀던 시점이었고, 남은 반 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하루하루 깊어가던 시기었다. 사실 무엇을 하고 싶은 지에 대한 결정은 미리 내렸던 상황이었다. 다만, 행동으로 옮길 용기가 나지 않았을 뿐. 며칠을 고민하다가 비행기표를 질렀다. 그렇게 141일간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여행에 계획은 없었다. 런던으로 들어가서 이스탄불에서 나오겠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자연스레 유럽의 많은 나라들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강의 일정을 잡기 위해 유럽 지도를 들여다 보는데 내 눈에 들어온 나라는 런던과 이스탄불의 사이에 위치한 다른 나라들이 아니라 '아이슬란드'였다. 몇 년 전인가 화산폭발로 내 머릿속에 이름이 각인되었던 그 나라. 아이슬란드는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고민은 더 많아졌다. 물가가 비싸다는 북유럽, 게다가 들어가고 나오려면 비행기표를 따로 사야하는 부담도 있었다. 이때 떠오른 것이 워크캠프였다. 워크캠프를 통해서라면 아이슬란드에 좀 더 오래 머무르면서도 경제적 부담이 덜 들 수 있을것 같았다. 게다가 이미 한국에서 중장기 워크캠프에 한 번 참여해 봤던 터라 워크캠프의 매력은 이미 알고 있으니 고민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그렇게 아이슬란드 워크캠프를 지원하게 되었다.
우리팀은 말 그대로 소수정예였다. 원래 예정되었던 참가자의 반이 워크캠프 시작도 전에 불참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그래서 캠프 리더 2명을 포함하고도 우리 팀은 총 6명 밖에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인원이 너무 적어서 아쉬웠으나 결과적으로는 인원이 작았기에 더욱 돈독해질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 고등학교를 막 졸업했다는 18살의 lois와 프랑스에서 사진을 공부중인 26살의 양권이 오빠, 네덜란드에서 잡지 편집하는 일을 한다든 41살의 richard아저씨, 그리고 나.
10일 이라는 시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이 날 정도로 그 기간은 소중했다. 굳이 한 가지 일을 꼽으라면, 이미 날씨가 너무 따뜻해져서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오로라를 보기 위해 밤 11시에 다 같이 숙소 앞 정원으로 나갔던 것이다. 너무 따뜻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영하를 웃도는 날씨였다. 오로라를 볼 수 있기만을 기원하며 다같이 멍하게 하늘만 쳐다보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엽사'를 찍기 시작했다. 사진을 공부하고 있는 양권이 오빠의 고급 카메라를 고급 엽사 찍기에 사용한 것이다. 그렇게 배꼽 잡고 쓰러질정도로 웃으면서 엽사를 찍다보니 시간이 훌쩍 흘러 12시가 넘어있었다. 우리 딱 30분 만 더 기다려보자며, 마지막에 다 같이 잔디밭에 앉아서 하늘을 쳐다봤는데, 결국 오로라는 보지 못했지만, 그 때 그 잔디밭에 앉아 있던 기억이 왠지 모르게 가장 마음깊이 남아있다.
워크캠프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언제 그런 경험을 했냐는 듯이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같이 워크캠프에 참여했던 양권이 오빠는, 그 워크캠프 이후 다시 아이슬란드로 돌아갔다. 이번엔 참가자가 아닌 캠프 리더로서 1년 간 아이슬란드에 머무를 예정이라고 했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오빠의 길을 멀리서나마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