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프랑스, 우물 밖 세상을 만나다

작성자 김연우
프랑스 REMPART08 · CONS/ RENO 2012. 07 프랑스

Château de Noyers 2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우물 안의 개구리, 이 말은 22살의 나를 설명하는 많은 단어 중 하나였다. 영어를 전공으로 하는 대학생인 나에게 이러한 수식어는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더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해 전공을 택한 나에게 이런 굴욕이라니! 그렇게 생애 첫 해외여행을 결정하고 보니 그저 관광지만 찾아다니며 사진만 찍는 여행이 아닌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나의 첫 경험을 위해 조금 더 강렬한 것이 필요했고 워크 캠프는 이러한 나의 야망에 딱 적합했다.
2012년 7월 16일. 12시간의 비행 후 파리 입성하기가 무섭게 나는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갈아타고 다시 기차를 타고서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에 위치한 Noyers라는 작은 마을로 향했다. 도착한 캠프장은 생각보다 더 자연친화적이었다. 우리가 12일간 잠을 자게 될 삼각 텐트 6개 남짓이 푸른 잔디위에 고고히 서있었고 그 옆에 시원하게 오픈된 주방과 덩그러니 놓인 식탁 그리고 목조로 된 간이 샤워실과 화장실이 우리를 반겼다. 그리고 캠프장의 위아래로 위치한 산과 계곡이 무시무시한 야생의 느낌을 전해주었다. 하지만 12일간의 캠프동안 그곳은 나에게는 여느 호텔의 팬트하우스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으로 나에게 첫인상이 다가아니다 라는 교훈을 안겨주었다. 특히 온몸을 문신으로 도배한 외모만큼이나 샤머니즘이라는 독특한 종교를 가진 테크니컬 리더 피에르가 보여준 종교 의식이 있던 날 밤, 다 같이 잔디 위에 누워 피에르가 치는 타악기와 노래 소리를 들으며 바라보는 밤하늘의 별들은 지금도 생생하리만치 반짝였다. 인공적인 불빛 하나 없이 자연 속에 누워 자신이 가진 빛을 내어주던 별들과 둥둥거리는 타악기 소리와 자연에 감사하는 피에르의 노래가 어우러져 어찌나 아름답던지.
내가 참가했던 캠프는 Noyers라는 마을 산 속에 위치한 고성의 무너진 석탑을 보수하는 일이었다. 앞서 이야기한 테크니컬 리더 피에르말고도 Noyers 마을을 사랑하고 그곳의 문화 유적들을 지키고자 모인 단체의 사람들도 우리 캠프를 이끌어 주었다. 첫날에는 일을 시작하기 앞서 Noyers의 역사와 고성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들었다. 그 고성은 옛날 전쟁으로 무너졌는데 비교적 최근에 발견되어 무려 11년 동안 전통의 방식대로 보수하고 있다고 했다. 이 말을 들으니 더욱 책임감과 자부심이 생기고 일을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날 우리는 캠프장 위에 위치한 낮은 산에 올라 우락부락한 돌덩이를 사다리꼴 모양의 예쁜 돌로 깎는 일을 먼저 배웠다. 자유분방한 형태의 돌을 우선 작업대에 올린 후 연필을 이용해 돌을 어떤 모양으로 깎을 것인지 표시한다. 그리고는 끌을 돌에 대고 망치로 내리쳐 쪼개기 시작! 단단한 돌을 쉴 새 없이 내려치자니 손목이 시큰시큰 아파왔다. 하지만 몇 시간에 걸쳐 완성된 내 돌을 보자니 뿌듯함과 동시에 마치 돌의 장인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거기다 미할이 내 돌을 보고 정말 아름다운 돌이라며 돌 쪼개기에 재능이 있다며 날 치켜세워 주기까지 했다. 몇날 며칠을 그렇게 돌덩이들을 쪼개고 꽤 많은 돌들이 쌓이게 되자 이제 그것들을 탑에 쌓는 것이 결정되었다. 옛 방식을 고수하는 터라 우리들은 회반죽을 직접 물과 모래와 석회를 섞어 만드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는 그것을 돌을 쌓아올릴 바닥에 바르고 돌을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무척 더웠지만 또 다른 한국인이었던 주희와 노동요도 부르며 즐겁게 일을 했다. 그렇게 12일간 비록 석탑을 완벽히 다 완성할 수는 없었지만 석탑 보수 기술과 무엇보다도 옛것을 소중히 하는 그런 마음을 배울 수 있었다.
석탑 보수뿐만 아니라 캠프에서 다양한 활동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우리가 일하던 시기가 Noyers의 음악 축제 기간이었다. 덕분에 아름다운 성당 안에서 저명한 피아니스트의 연주로 마음을 적시고 마을 광장에서 와인으로 목을 적시며 신나는 재즈 연주도 즐길 수 있었다. 또 주말에는 나누와 그녀의 피앙새, 패브리스의 안내와 함께 부르고뉴 지방의 여러 마을에 있는 고성 투어도 할 수 있었다. 소박한 멋의 프랑스 성들은 자연과 어우려져 화려한 도시와는 다른 감동이 있었다. 거기다가 매일 저녁 돌아가며 한국, 영국, 프랑스 또는 이스라엘의 요리와 부르고뉴의 와인을 곁들인 만찬이 있었다. 저녁 식사 중에는 앤 아줌마의 재치있는 농담이나 프랑스 친구들의 삶에 대한 토론이 종종 벌어지곤 했다. 또 우리 캠프장 아래에는 Noyers 마을을 끼고 있는 계곡이 하나 있었는데 브누와, 주희, 엠마와 함께 노를 저어 낡은 나무배를 타기도 했다.
처음이라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미뤄둘 수만은 없는 게 인생 아닐까.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난생 처음 외국 땅을 밟아본 보잘 것 없는 여대생은 워크 캠프와 함께 더 큰 세상에 한 발짝 내딛었다. 앞으로의 내 행보는 알 수 없지만 지난 2012년 프랑스에서 보냈던 서툴었던 여름날의 기억이 함께 할 것임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