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다람살라, 12개 국적 청춘들의 이야기

작성자 최경윤
인도 FSL SPL 147 · CULT/RENO 2011. 09 다람살라 맥그로드간즈

Dharamsala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답답한 일상생활에 치여 휴학을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때, 급하게 마음 먹은 배낭여행은 내게 큰 돌파구가 되어주었다. 이왕 한국을 오랜 시간 떠나는 거 단순히 새로운 곳에 가서 경치를 즐기며 여유를 만끽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이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생각했다. 그간 내가 갈고 닦아왔던 능력들과 실력이 진짜 학교 밖을 나가서 써먹을 때 그 빛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가장 컸다. 수업시간 조별 프로젝트나 과제를 척척 해내며 만족할 만한 성과물을 내는 내 모습을 진짜 세상에서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해서 내 배낭여행의 시작은 인도의 티벳인들의 망명지 맥그로드 간즈에서 12명의 각기 다른 국적의 친구들과 함께 맞이하게 되었다.
워크캠프는 내가 예상했던 것 이상의 배움을 주었다. 내가 세상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시작했던 것이, 건물환경을 개선시키고 수학과 음악을 가르치고자 갔던 인도의 산골 작은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을 통해 오히려 내가 더 많은 도움과 가르침을 받고 온 것 같다. 도움은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나눌 수 있을 때 세상을 바꿀 진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교실이 모자라서 시간마다 건물 밖과 안을 드나들며 수업을 들어야 했던 아이들, 책상이 모자라 바닥에 서로 엉덩이를 비좁게 맞대고 앉아 해맑게 웃으며 선생님에게 집중하던 아이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작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의존한 채 필기를 해야 했지만 그들은 그 속에서 불평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현재에 감사할 줄 알고 충분히 즐길 줄 알았다. 아무리 많은 것이 갖춰지고 편안한 환경이 주어져도 나는 얼마나 만족 할 줄 모르며 불평을 하고 살아왔었던 것인지! 내가 한국의 일상에서 답답함을 느꼈던 것도 어쩌면 주변환경이 힘들고 나를 옥죄어와서 그랬던 것이 아닌,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나 자신의 마음가짐이 문제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고민이나 걱정 불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순간을 살아가기 보다,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처럼 내게 주어진 ‘지금’이라는 소중한 순간에 만족하고 그 속에서 충분히 즐기며 나 나름대로의 행복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 이름이 ‘윤초이’라고 소개하자 ‘츄이!! 츄이!!’하고 낄낄웃으며 소리치고 좋아했던 아이들. 다른 친구들 보다 유난히 나를 따르고 좋아해 줬던 아이들. 알고 보니 ‘츄이’라는 힌두어 뜻에 ‘쥐’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게다가 학교의 한 아이의 어머니 이름도 ‘츄이’라고 하하.
워크캠프에서의 소중한 배움과 그를 통해 변화된 마인드 덕에 후에 이어진 배낭여행의 시작을 힘차게 시작해낼 수 있었다. 여정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마다 각기 다른 그들의 장점과 배울 점이 보이기 시작했으며 그들을 통해 내가 무엇이 부족하고 또 어떻게 개선해 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선물은 봉사활동을 통해서뿐만이 아닌 20일간을 함께한 다양한 친구들을 통해서도 받을 수 있었다.
워크캠프기간 동안 나이, 성별, 국적 불문하고 우리는 모두 친구가 되었다. 문화와 언어가 달랐지만 그러한 사실이 우리가 전혀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40대의 나이로 워크캠프에 참가한 캐나다의 샐리와 네덜란드의 아이린부터 히피생활을 즐기는 스페인의 까롤, 나와 같은 전공을 공부하며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프랑스의 대학생 프레드릭 등등! 아침이면 같이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30분거리의 봉사할 학교로 산속 길을 따라 걸어가며 또 이야기를 나누고, 일을 하며 노래를 부르고, 숙소로 돌아와 같이 맥그로드 간즈를 누비며 또 다른 모습의 티벳과 인도의 문화를 체험하고 저녁에는 각국의 색다른 게임과 춤으로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며 그들의 모습에서 ‘아! 한국에 내 친구 누구랑 정말 비슷하다!’ 하며 혼자 추억에 잠겨 웃어보기도 하고- 언어나 국적은 그 사람에 대해 진짜 알아가는데 전혀 장애물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다. 벨기에에서 온 산드린과 프랑스에서 온 야니스와 한 방을 쓰며 연애상담부터 미래의 꿈이야기 까지 사소한 이야기부터 진지한 이야기까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해가며 내가 지금까지 몰라왔고 보지 못했던 진짜 ‘사람’의 면들을 보게 되었다.
워크캠프의 이런 소중한 인연이 계속 되어 작년에는 멕시코에서 안나가, 이번 해 2월에는 독일에서 재니스가 한국에 방문하여 우리 가족과 한집에서 같이 지내며 한국의 문화를 깊이 체험했다. 워크캠프때 밤마다 틀어놓고 내가 춤을 추며 보여줬던 원더걸스의 노바디를 아직도 기억한다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친구의 모습에서 인도에서의 추억을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었다. 다양한 문화와 그것을 생활 속에 담아 몸과 마음으로 체험하며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한국이라는 문화를 갖고 있는 한국인으로서의 내 모습이 어떤지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으며, 고유의 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즐거운 일인지 알았다. 안에서 볼 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세상 밖으로 나가 자세히 들여다 보이니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 진화해 나가는 것 같다. 주변에 함께하는 이들이 있기에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을 내게 가르쳐준 워크캠프! 앞으로 내 인생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살아있는 배움의 장으로 기억될 것 이다. 매일 아침마다 동그랗게 둘러 앉아 마시던 짜이티 향기가 코끝을 맴도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