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볼로그다, 예술로 물든 10일

작성자 이수진
러시아 SFERA-03-14 · FEST/ART 2014. 04 볼로그다

CREATE THE SPIRIT OF ART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안녕하세요, 저는 4월 20일부터 4월 29일까지 러시아 워크캠프에 참가했던 이수진이라고 합니다. 워크캠프 합격 통지를 받고서 좋아했던게 어제같은데 어느새 워크캠프 참가 에세이를 쓰고 있다니 기분이 무척 묘하네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가 보고서 작성이 늦어진데다가 글솜씨도 형편없지만, 보다 많은 분들이 러시아 워크캠프에 관심을 가지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좋은 보고서를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제가 참가했던 워크캠프 'SFERA-03-14 Create the spirit of art'에 대해서 간단하게 말씀드릴게요. 이번 프로그램은 Festival 계열 워크캠프로서 4월 25일부터 27일까지 러시아의 볼로그다라는 도시에서 개최되는 Mulitimatograf(Мультиматограф)라는 미디어아트 축제에서 봉사하는 게 주 내용이었습니다. 현지에 가서 알게 된 사실인데 Mulitimatograf는 벌써 올해 10주년을 맞이하고 러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큰 행사였습니다. 그래서 볼로그다 내에서도 큰 지역행사로 여러모로 지원을 많이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많은 지역주민들이 나이를 불문하고서 자원봉사자로 참가할 정도였으니까요.

저는 전공이 노어노문학이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꼭 러시아에서 워크캠프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발견했을때 무척이나 기뻤죠. 러시아 관련 워크캠프가 거의 마감되어서 거의 포기하고 있었거든요. 게다가 제가 늘 관심있어했던 예술과 축제 관련 워크캠프라 이것이야말로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당장 워크캠프에 지원한 것은 아닌데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부담도 엄청났습니다. 일단 워크캠프에 관해 제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부족했습니다. 물론 워크캠프 설명에 이 프로그램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설명이 나와있기는 하나 아무래도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이라는 것 자체가 생소한지라 말이죠. 게다가 워크캠프가 열리는 장소는 모스크바나 상트 페테르부르크같은 대도시에서도 무려 기차를 타고 반나절을 가야만 하는 생소한 지방도시였고요. 무엇보다도 요구 조건에 High Level of English와 High level of Russian이라고 적혀있어 부담스럽기도 했고요.(부끄럽게도 제 외국어 실력은 Intermediate에 간신히 머무를 정도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을 거란 생각에 결국은 지원을 했습니다. 또 설마 바디 랭귀지마저 안 통하겠느냐는 심정도 있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언어의 장벽은 생각보다 큰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워크캠프에 지원하시려는 분들중 저처럼 언어 때문에 고민하고 망설이신 분들이 계시다면, 걱정말고 일단 지원하시는 걸 강력 추천드려요!

저는 워크캠프 장소까지 이동 시간도 있고 러시아 여행도 할겸 워크캠프 시작일보다 일주일정도 일찍 출국했고요, 워크캠프 리더나 관계자와는 현지에서 이메일로 서로 소식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리고 4월 19일, 즉 워크캠프 시작 하루전 볼로그다에 도착해 워크캠프 리더를 만났고요.

여기서 당황스러운 소식을 들었는데 다른 워크캠프 참가자들이 대거 못 오게 됬다는 거였습니다. 얼마전에 일어난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사건을 계기로 러시아와 서구지역이 대립상태에 놓이며, 이 때문에 유럽과 미주지역 사람들이 러시아 비자를 받는게 어려워지면서 생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공식적인 워크캠프 참가자들은 러시아인 세명, 예전부터 러시아에서 살고 있어서 이미 비자가 있었던 네덜란드인 한명, 그리고 저 이렇게 다섯명이 전부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저와 함께 동행한 제 남자친구에게도 자원봉사자로 일해줄것을 부탁했으나 그래도 여전히 인력이 모자른 상황이었죠. 그래서 처음부터 무척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정말로 다행히도 앞에서 말씀드린것처럼 지역 주민들의 봉사참여도가 높아서 총 인력이 모자란 편은 아니었고, 인원이 적은만큼 봉사자들끼리 금방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첫날에는 행사 관계자들과 만나 대략적인 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어떤 일을 맡게 될 것인지에 대해 서로 이야기했습니다. 또 이번 행사가 어떤 것인지, 어떠한 참가자들이 오는지등 행사 전반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설명을 들었고요. 그뒤 현지에서 통역과 가이드를 공부하는 사람들을 만나 함께 도시 전체를 돌아보면서 워크캠프의 첫 날을 마무리했습니다.

그 뒤 본격적으로 행사가 시작되는 4월 25일 전까지는 주로 워크캠프 참가자들과 지역 봉사자들간의 교류, 문화체험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으며 이 기간동안 러시아의 시골 가정집에 방문해 일도 도와드리고 맛있는 음식과 러시아 전통 사우나도 경험해보았습니다. 또 처음에는 어색했던 현지인들및 다른 봉사자들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점차 친해질 수 있었고요. 워크캠프 기간을 통틀어서 가장 즐거웠던 때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행사가 시작하는 25일부터 저는 제 남자친구와 함께 Press-Center에서 사진기사로 일했습니다. 저희들의 주 업무는 행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가능한한 모든 것을 찍고 이를 Press-Center에 전해주어 SNS를 통한 홍보와 언론 기사 작성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각종 행사와 다양한 전시들이 매일매일 있어서 몇천장에 달하는 사진을 찍어야하는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으나, 저희 둘다 사진 찍는것을 좋아했고 오히려 사진을 찍으면서 모든 행사를 다 접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알찬 일이었습니다. 마지막 날 모든 행사가 끝나고 특별 영상제까지 관람한 후 새벽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로 돌아오는데 문득 아쉬움이 잔뜩 밀려올 정도였으니까요.

지금까지 제 워크캠프에 대한 짤막한 보고서였습니다. 처음에 보고서를 쓸때는 그곳에서 겪었던 일 하나하나 사소한것까지 다 적다보니 너무 내용도 길고 자칫하면 지루해질 것 같아 다시 이것저것 추려냈는데, 한편으로는 부족한 글솜씨때문에 추상적인 글이 된게 아닌가 싶어 살짝 걱정되네요. 모자란 점이 많은 글이지만 부디 이 보고서를 읽으신 분들이 워크캠프에 대해 관심을 가지시고 워크캠프가 얼마나 즐겁고 유익한 것인지 느끼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두려움 반 설레임 반으로 시작했고 합격이 확정된 이후에도 제 자질에 대한 걱정으로 잠을 잘 못 자기도 했었어요. 지금이야 웃으면서 말하지만 워크캠프에서 일하면서 너무 육체적으로 힘들고 피곤해서 집에 가고 싶단 생각을 한 적도 있었고요. 하지만 그런 일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저는 올해 상반기에서 가장 잘 한 일중 하나로 워크캠프에 참가한 것을 뽑고 싶을정도로 무척이나 만족하고 있습니다. 워크캠프 신청서에는 다른 곳과는 달리 영어 점수, 학력 등 소위 말하는 스펙을 기록하는 칸이 없습니다. 달리 말해 개인의 능력이나 조건보다는 그 사람이 얼마나 준비된 사람이고 큰 열정을 지녔는지를 더 중요시 여긴다는 점이죠. 따라서 정말로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마음만 있으시다면 누구나 최고의 Workcamper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보다 많은 분들이 워크캠프에 관심을 가지게 되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