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그리스, 낯선 땅에서 만난 뜻밖의 인연

작성자 홍지연
그리스 ELIX06 · ENVI/A4A 2011. 07 - 2011. 08 Greece Nea Makri

NEA MAKRI Ⅱ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난생 처음 밟아본 그리스의 땅, 그리고 캠프장에 도착하기 전 만난 가브리엘 아저씨.

그리스 워크캠프에 합격이 되고 난 후 본격적인 유럽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내 루트는 오스트리아에서 일주일 정도를 머무른 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와 로마를 거쳐 로마로부터 그리스까지 그리스 항공을 이용하여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다. 그리스 아테네 공항에 밤에 도착해서 근처 호텔에서 하루 묵은 뒤 다음날 워크캠프 인포싯에 나와있던 캠프장 찾아오는 방법대로 KTEL 버스를 타고 Aghia Marina 정류장에 내렸다. 정류장에 내리니 허름한 시골동네 풍경에 캠프장 가는 방향판 같은 건 없었다. 어디로 가야 하나 두리번거리는 데 정류장에 나와 함께 내린 한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머리는 회색 빛이었지만 얼굴이 햇볕에 까맣게 그을렸고 어딘가 개구져 보이는 그 아저씨는 커다란 배낭을 매고 내게 워크캠프에 참여하러 왔냐고 물었다. 나와 같은 참가자였던 거다! 내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A4A(All For All)이므로 나이와 장애에 관계없이 전세계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아저씨는 본인을 이탈리아에서 온 가브리엘 아저씨라고 소개하며 캠프장까지 내 가방을 들어주는 호의를 베풀었다. 그 이후 우린 캠프에서 가장 죽이 잘 맞는 베프가 되었다!


본격적인 캠프 활동의 시작! 작지만 아름답고 활기차며 붐비는 Nea Makri 마을

Nea Makri라는 마을은 아테네에서 조금 떨어진 해변가에 위치하고 있는데 작고 알려지지 않았지만 다른 지방에 살고 있는 그리스 인들 혹은 다른 유럽국가에서 휴양을 즐기러 온 외국인들로 붐빈다. 아테네에 비해 비교적 깨끗하고 개발이 덜 된 곳이기 때문에 환경 보호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고 한다. 캠프 참가자들이 하루 동안 할 일은 2가지다. 하나는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근처 조망대에서 불이 나지는 않는지 연기가 피어나오지는 않는지 확인하는 일, 다른 한가지는 해변을 청소하는 일이다. 아침에 조망대까지 가는 길은 Vice Volunteer인 지역 주민 봉사자가 차로 우리들을 데려다 주셨다. 오전 Fire Guarding이 끝나면 캠프장으로 돌아와 넓은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뭔가 어딘가 부족하면서도 그리스의 느낌이 물씬 나는 나쁘지 않은 식사였다. 가브리엘 아저씨는 간혹 못 먹는 음식이라며 입도 안 댔지만. 난 먹을 만 했다. 3시간 단위로 시간대를 나눠 2명씩 짝을 이뤄 당번을 정하게 된다. 캠프리더의 도움으로 최대한 모두가 공평하게 봉사를 할 수 있도록 일을 배분했다. 게임으로 조를 짜기로 했는데 각자 서로의 신발 한 짝을 모아두고 섞은 다음 한가지를 고르면 그 신발의 주인과 짝이 되는 방식이었다. 신기하게도 가브리엘과 내가 서로의 신발을 고르게 되어서 우린 2동안 무려 4번이나 만나게 됐다. 역시 우리는 베프!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지만 Fire Guarding이 있는 날은 오전에 일찍 일어나는 게 좀 힘들고 당시 그리스가 파산위기에 처해 버스파업으로 해변과 캠프장까지 왕복 2시간을 걸어야 했다. 그리고 찌는 듯한 더위. 캠프장은 숲 속에 있는 공동 캠프 막사 중 하나였는데 열명이 좀 넘는 캠프참가자들이 모두 함께 지낸다. 에어컨은커녕 선풍기 하나 없는 야외의 콘크리트 막사였기 때문에 낮에는 더위에 허덕였다. 밤은 꽤 시원했지만 모기와 엄청 큰 귀뚜라미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봉사가 끝난 뒤에는 해변에서 마음껏 수영을 즐길 수 있고 저녁엔 맥주를 마시며 전세계에서 온 친구들과 게임을 하거나 근처 펍에 가서 신나게 춤추며 놀았다. 어느 날 저녁엔 마을에서 열린 작은 록 페스티벌에 가서 난해한 헤비메탈 음악을 듣고 오기도 하고 주말엔 코린토스라는 도시를 여행하기도 했다.


잊지 못할 추억, 워크캠프!

봉사가 끝난 뒤 가브리엘 아저씨와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그리고 몇몇의 친구들과 아테네, 미코노스, 산토리니 섬을 여행했다. 그리고 모두와 안녕을 고하고 배를 통해 터키로 넘어가 50일이라는 나의 유럽 대장정을 마쳤다. 수많은 인연과 수많은 추억을 워크캠프를 통해 만들게 되었다. 죽기 전에 꼭 한번 해볼만한 경험이라는 것에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