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멕시코, 스물다섯의 낯선 여름

작성자 차민혁
멕시코 VIVE30 · ENVI 2014. 05 colola

Protecting the Marine Turtles at Colola XV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스물하고도 다섯 살을 살아오면서 세상에 더 이상 낯설고 신나는 일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대학을 그냥 졸업하기에 살짝 겁이 나는 마음과 더불어 조금 놀고 싶은 생각을,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영어공부를 하겠다는 말로 포장을 한 후에 미국에 교환학생을 왔다. 여긴 여름 방학이 길고도 길다. 5월 초부터 시작된 방학은 8월 말이 되어서야 끝이 난다.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내다 팔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기에 자연히 그 동안 뭘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찾은 것이 워크캠프였다. 그 많고 많은 프로그램들 중에 일말의 고민 없이 바다 거북이를 지키는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이유는 딱 한 가지, 인생에서 딱 지금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것. 거창하고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내가 살아온 인생과 교집합이 전혀 없는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멕시코로 갔다.

워크캠프에 참가하기 4일 전에 도착을 해서 Guadalajara를 여행했다. 여행지에 대한 감상을 떠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렇게 욕을 하고 아닌 척하지만 우리나라가 살기에는 제일 좋다는 것이다. 멕시코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도시였지만 기본적인 인프라에 있어서 살아보진 않았지만 우리나라 80년대를 현상시켰다. 다시 말해서, 버스니 인터넷이니 하는 따위의 것들은 다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과는 사뭇 다름을 피부로 직감할 수 있고, 당최 내가 탄 버스가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불안감과 함께 정체 모를 냄새에 차마 자리가 있어도 선뜻 앉기 힘든 비쥬얼을 선사했다. 스페인어를 배워가는 것이 좋다고 말을 하고 싶지만, 대부분의 사람의 경우 그 현실적 충고를 무시하고 무작정 멕시코에 도착을 하는 경우가 나를 포함에 구할에 달할 것으로 감히 짐작한다. 사실 스페인어 하나 몰라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다. 그것 좀 모른다고 해서 밥을 굶는 것도 아닐뿐더러 어딜 못 가는 것도 아니다. 다만 실시간으로 느껴지는 긴장감과 처음 보는 멕시코인들이 나를 향해 던지는 욕인지 칭찬인지 구분 못할 말들에 대해 관대한 웃음을 던질 수 있다면 이라는 전제가 있다. 간단히 말해, 알면 편하고 모르면 불편하다. 네이버 글로벌 회화 어플리케이션이나 여행책자 정도를 챙겨오는 수고를 하는 것이 좋다.

멕시코는 시외버스비가 비싸다. 전반적인 물가는 우리나라에 비해 싸지만 유독 버스비가 비싸 고개를 갸우뚱 하려던 찰라, 버스 내부를 보고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음을 느꼈다. 버스가 대학 근처에 사는 웬만한 남학생 자취방보다 월등히 깔끔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선사했고 탈 때 빵이니 음료수니 하는 것들도 준다. 그렇게 워크캠프를 하는 장소인 콜로라에 도착을 했다. 말은 쉬워서 한 줄로 도착을 했다고 쓰지만 사실 그 험난한 과정을 다시 떠올리기 싫어서 간단하게 적어두는 것임을 밝힌다. 처음 본 숙소는 가히 군 시절 유격을 할 때 쳐놓은 텐트와 맞먹을 정도였다고 회상한다. 인터넷으로 찾아본 터라 익히 알고는 있었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상당한 정신력을 요구하는 그런 숙소였다. 사실 숙소라는 말도 사치에 가깝고 그냥 비를 안 맞게 해주는 지붕이 있는 무언가라고 묘사하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이다. 하지만 긍정긍정 열매를 먹고 본다면, 혹자는 그 또한 낭만적이라 하는데, 거기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정말 바다 거북이를 지키는 일을 했다. 다행히도 예상과는 달리 일이 아주 수월했다.
밤 10시부터 자정까지 2시간에서 많으면 3시간 가량 일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바다 거북이는 밤에 알을 낳으러 오기 때문에 그 시간에 맞춰 거북이를 찾고 거북이가 낳은 알을 모은 다음 부화장으로 옮기고 그 알에서 새끼들이 나오면 그것들을 다시 모아서 바다로 보내주는 일이다. 처음 바다 거북이를 본 순간이 생각난다. 손전등도 켜지 못한 채 내가 밟고 있는 것이 땅인지 거북이 등인지도 모를 만큼 어두운 해변을 걸었다. 그 순간 뭔가가 움직이며 크게 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거북이었다. 생각했던 것만큼이나 크기가 상당했는데, 묘사를 하자면, 고등학교 교실 천정에 있던 석면 타일 정도의 크기로 무게가 군 입대 직전 한참 살이 쪘을 때 내 몸무게와 비슷한 80kg 가량이라고 했다. 세상을 살면서 그렇게 신비한 경험은 대학 합격 통지서를 받은 이후 처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검고 깊은 바다에서 모든 것을 앗아갈 것 같은 그 파도를 뚫고 거북이는 알을 낳기 위해 어두운 바다를 건넌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에 거북이와 나 밖에 없는 것처럼 아득하게 단절감을 느낄 수 있다. 새끼 거북이 또한 대단한 존재다. 부화를 위해 80cm가량의 구덩이를 파고 거기에 알을 넣어두는데 새끼 거북이 들은 그 깊이를 뚫고 나온다. 그 후 바다로 향하는데, 일말을 두려움이나 아쉬움 없이 파도를 맞고 알 수 없는 검은 밤의 바다로 간다.

거기서의 생활에 대해 말하자면, 자급자족을 기반으로 한 가내수공업을 지향한다. 근처에 마트 비슷한 무언가가 있어서 식재료를 살 수 있지만, 정작으로 필요한 고기는 구하기가 힘들어 자연적으로 다이어트를 하게 되고 2주간 강제적 채식주의자가 되는 경험을 누구나 할 수 있다. 밥은 돌아가면서 만들었는데, 벨기에식 덜 익어 피가 철철 흐르는 닭요리와 함께 메인 메뉴가 나오지 않은 것 같은데 하면서 기다려 보지만 이게 끝인 멕시코 현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갈 때 고추장이나 간장 따위를 챙겨가서 거기에서 파는 라면으로 요리를 해먹는 것도 좋다.

농담처럼 적은 글이지만, 멕시코에서의 이 경험은 모르긴 몰라도 앞으로 향후 30년 간은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재밌고 유쾌한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좋은 나라들이 많다. 유럽도 있고 미국도 있다. 하지만 인생에서 멕시코를, 그것도 인터넷과 전기도 없는 시골을, 설상가상 멕시코 사람들도 모르는 곳에 가서 2주를 살아볼 기회는 이 프로그램이 전무후무할 것이라 장담한다. 어려움이 많다. 모기도 많고 덥고 습하고 배고프다. 하지만 그래서 해 볼만 하다. 인생에 단 한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