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아이슬란드, 스펙 대신 나를 찾다
Botanic Garden in Reykjavík (3:9)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저는 아이슬란드 워크캠프 떠날 때 저는 대학을 갓 졸업한 후였어요. 간호사라 취업은 되었지만 아직 일은 시작하지 않은 채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어요. 아이슬란드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사람들이 모두 영어를 잘 하고 안전하다고 해서 별 생각없이 선택했었답니다. 아이슬란드를 선택하기 이전 제가 워크캠프를 떠난 이유는 한국에서의 삶에서 일탈이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대학 생활 내내 스펙은 쌓여가고 머리속에 지식은 늘어갔지만 제 인격과 영혼은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져 바닥을 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무작정 떠났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으로.
참가자 정원이 7명이라고 알고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리더를 포함하여 다섯명 뿐이더라구요. 한국에서 온 23세 간호사인 저, 미국에서 온 늦깍이 남학생 32세 코리, 대만에서 온 똑똑한 18세 소녀 클레어, 세계 방방 곡곡 안다녀 본 곳이 없는 37세 러시아 언니 나탈리아, 그리고 공공의 적이자 미우나 고우나 우리 리더였던 27세 체코 아저씨 안드레. 이렇게 다섯명이서 2주동안 한 가족처럼 지냈어요.
제가 참가한 프로그램은 아이슬란드의 수도인 레이캬빅에 있는 보타닉 가든에서 일하는 것이였어요. 식물원에서 매일 같이 잡초 뽑고, 꽃 심고, 식물에 물주고, 거름주고 단순히 몸으로 때우는 일을 반복했어요. 다른 팀원들은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일하는게 힘들다고 투덜댔지만 저는 식물원에서 일하면서 힐링이 되는 것 같았어요. 한국에서는 매사가 복잡하고 힘들었는데, 그냥 단순하게 흙을 만지고 꽃 냄새를 맡고 햇볕을 쬐면서 일을 하는게 제겐 오히려 쉼이 됐어요.
숙소는 보타닉 가든 바로 옆에 있는 작은 집이였구요 리더 빼고 팀원 네명이서 한 방을 썼어요. 이층침대가 있는 기숙사 같은 방이었어요. 일곱시 이십분 쯤 일어나 각자 씻고 알아서 아침을 챙겨먹은 뒤 보타닉 가든 사무실에 8시까지 모여서 각자 일을 할당받았어요. 보타닉 가든에서는 알바하는 현지 학생들이 많았답니다. 그 친구들하고 같이 일하면서 많이 친해지고 아이슬란드 현지 문화도 많이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홉시 반이면 항상 삼십분간 커피 브레이크를 가졌는데, 커피나 차와 함께 비스켓에 쨈과 치즈를 올려 먹었는데 어찌나 꿀맛인지. 보타닉 가든에서 제일 그리운게 커피브레이크 시간이네요. 열두시면 또 삼십분간 점심시간! 도시락이 매일 배달왔는데 그럭저럭 먹을 만 했어요. 저는 커피브레이크 때 항상 비스켓을 너무 많이 집어먹어서 점심은 항상 남겼었어요. 일은 오후 3시면 모두 끝이 나요. 그러면 집으로 돌아가 각자 씻고 좀 쉰 다음 다운타운으로 놀러나가거나 바닷가 방파제를 따라 걸으면서 사진을 찍거나, 항구에 가서 맛있는 것을 먹거나 했어요.
참고로 숙소엔 와이파이가 안되요. 이건 정말 축복! 약간 불편하긴 하지만 팀원들과 더 많이 얘기하게 되서 훨씬 깊은 대화도 할 수 있고 더 많이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항상 있었어요. 대만에서 온 클레어는 이 프로그램 이후에 핀란드에서 또 다른 워크캠프에 연달아 참여하고 있는 중인데 그 숙소에는 와이파이가 되서 참 편하다고 하네요. 그러면서도 일이 끝나고는 각자 핸드폰만 해서 팀원끼리 별로 얘기를 안하게 되서 아쉽다고 제게 하소연 하더라구요. 그래도 숙소에서 십오분 정도 걸어가면 호스텔이 하나 있는데 그곳 라운지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맘껏 쓸 수 있으니 걱정 하실 필요는 없답니다!
첫번째 주 목요일은 아이슬란드의 공휴일이었어요. 그래서 바다에 배타고 고래를 보러 나갔어요. 가격은 얼마였는지 잘 생각이 안나는데 한국 돈으로 4만원 정도 였던 것 같아요. 원래 고래 보기가 참 힘들다고 하는데 저희가 갔을 때는 엄청 큰 고래 두마리가 계속 배 주변에 보였고 엄청 높게 점프도 해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첫번째 주말 토요일에는 블루라군에 갔어요. 역시나 비싸긴 했지만 일주일동안 힘들게 일한 피로가 싹 날아갈 만큼 좋더라구요. 하늘은 파랗고, 물은 따뜻하고, 어찌나 좋던지. 일요인엔 헤클라라는 활화산에 다녀왔답니다. 아이슬란드 대부분의 화산은 휴화산인데 드물에 아직도 15년마다 폭발하는 화산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었어요. 지난번 폭발 이후로 14년이 지나서 이제 다시 폭발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해서 헤클라로 가는 도로도 막아놓고 아무도 가지 않는 그곳에 저희가 다녀왔어요. 다들 어찌나 모험심이 강한지. 솔직히 좀 무섭긴 했는데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다녀오길 잘한 것 같아요. 걷고 걷고 또 걷고 하루 종일 열시간 넘게 걷기만 하고 재미는 없었지만 고생한 만큼 우리 팀만의 소중한 추억이 생겨서 지금도 사진을 보면 씩 웃음이 납니다.
아! 첫번째 주 금요일밤 인터네셔널 디너를 빼먹었네요. 전 불고기 양념하고 호떡믹스 사가서 요리했어요. 호떡 망쳐서... 더 이상 적고 싶지 않아요.. 그래도 다른나라 음식도 맛볼 수 있어서 그날 배터지게 폭식했습니다.
두번째 주엔 특별한 일이 별로 없었어요. 첫째주에는 아이슬란드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지나갔다면 두번째 주엔 내가 정말 아이슬란드 현지인인 것 처럼 느끼면서 살았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가서 일해야 할 곳이 있고, 매일 밥을 해먹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더이상 어떻게 적응하지, 어떻게 친해지지 걱정하지 않고 이미 익숙해진 사람들 틈에서 인간관계를 고민하고 있더라구요 제가. 그곳에서 제가 겪은 갈등은 크게 두가지가 있어요. 한가지는 리더와의 관계인데요. 체코에서 온 리더와 저희 팀원들과는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어요. 일단 리더가 너무 영어로 못해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힘들었어요. 우리에게 공지해줘야 할 내용이 있는데 그걸 전달을 못해주니 저희는 계속 중요한 이벤트들을 놓치고 리더는 저희에게 사과하는 일이 반복에 반복이었어요. 그리고 리더의 습관중의 하나가 옆을 지나갈 때, 이야기할 때 슬쩍슬쩍 다른사람을 터치하는 것이였어요. 친한 친구가 친근한 표시로 스킨십 하는 건 용납이 되지만 처음보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처음부터 남의 몸을 만지니 심하게 불쾌하더라구요. 저희 팀에 대만 여자에는 "돈 터치 미!"라고 강하게 이야기를 했지만, 저는 그 얘기를 못해서 그냥 그 리더가 또 다시 터치하려고 하면 온몸으로 피해다녔어요. 러시아 언니도 그 리더가 펄스널 스페이스를 존중해주지 않아서 매우 불편하다고 얘기했답니다. 또한 리더가 별로 리더답지 않아서 오히려 미국에서 온 코리가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했답니다. 차를 렌트해서 놀러갈 때도, 일이 끝난 후 엑티비티를 계획하는 일도 리더는 손도 대지 않고 저희가 짜면 발만 담가서 따라오더라구요. 저희와 숙소를 함께 썼던 다른 팀 리더들은 정말 리더십도 강하고 리더다웠는데 저희팀은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아무리 나와 같은 자원봉사자라지만 좀 심했었어요. 그리고 두번째 갈등은 현지인들과의 갈등이었는데요. 항상 저희 팀원들이 함께 있는 곳에서 아이슬란드어로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그것도 저희 이름을 언급하면서. 저희에 대한 나쁜 얘기를 한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 자리에서 아이슬란드어를 듣고 있으면 저희 팀원들은 다 시무룩해지곤 했습니다. 나중엔 다 정들어서 헤어질 때 펑펑 울기까지 했지만 그래도 그 순간순간들은 약간 기분이 상하긴 했어요. 그래서 저도 다른 팀의 사람 중 한국인하고 얘기 할 때도 외국인 친구들 앞이면 되도록 영어로 얘기하려고 노력했어요. 그건 같이 있는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더라구요.
마지막날 다 같이 모여서 저녁을 먹고, 바닷가 둑에 있는 바위에 걸터앉아 석양을 보면서 한동안 말없이 앉아있었어요.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서 정말 마지막일 때 다들 얼마나 울었는지. 매일 같이 먹고 자고 일하고, 놀러다니고, 깊은 속얘기도 많이 하고 그랬어서 그런지 헤어질 때 많이 아쉽더라구요. 전 한국에 돌아와서 이틀동안 앓아누웠었어요. 그때 만난 친구들 보고 싶어서요. 계속 같이 들었던 노래만 하루종일 들으면서 사진만 돌려보고 페북으로 계속 얘기하고 그랬어요. 저만 그런 줄 알았더니 다른 친구들도 다 그러고 있더라구요. Surreal. 정말 꿈 같은 아이슬란드 워크캠프였어요. 세상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제 인생의 베스트 프렌드들을 만났고, 한국에서 스트레스 받던 삶에서 완벽한 일탈에 성공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내가 좋은 스펙을 가져야, 얼굴이 이뻐야, 더 날씬해야, 더 똑똑해야 내가 괜찮은 사람이고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항상 아둥바둥하며 살았었어요. 자존감은 점점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얼굴은 웃지만 마음은 항상 공허만 상태였어요. 그런데 아이슬란드에서는 현실에서의 내 조건들 아무것도 필요 없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일 수 있었어서 참 좋았어요. 훌륭하다, 사랑스럽다, 너가 좋다. 매일같이 칭찬 듣다 왔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꿈같고 여기가 천국인가 싶을 만큼 너무너무 행복한 워크캠프였어요. 여러분들도 워크캠프를 통해서 소중한 친구들 만나시고, 행복한 추억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
참가자 정원이 7명이라고 알고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리더를 포함하여 다섯명 뿐이더라구요. 한국에서 온 23세 간호사인 저, 미국에서 온 늦깍이 남학생 32세 코리, 대만에서 온 똑똑한 18세 소녀 클레어, 세계 방방 곡곡 안다녀 본 곳이 없는 37세 러시아 언니 나탈리아, 그리고 공공의 적이자 미우나 고우나 우리 리더였던 27세 체코 아저씨 안드레. 이렇게 다섯명이서 2주동안 한 가족처럼 지냈어요.
제가 참가한 프로그램은 아이슬란드의 수도인 레이캬빅에 있는 보타닉 가든에서 일하는 것이였어요. 식물원에서 매일 같이 잡초 뽑고, 꽃 심고, 식물에 물주고, 거름주고 단순히 몸으로 때우는 일을 반복했어요. 다른 팀원들은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일하는게 힘들다고 투덜댔지만 저는 식물원에서 일하면서 힐링이 되는 것 같았어요. 한국에서는 매사가 복잡하고 힘들었는데, 그냥 단순하게 흙을 만지고 꽃 냄새를 맡고 햇볕을 쬐면서 일을 하는게 제겐 오히려 쉼이 됐어요.
숙소는 보타닉 가든 바로 옆에 있는 작은 집이였구요 리더 빼고 팀원 네명이서 한 방을 썼어요. 이층침대가 있는 기숙사 같은 방이었어요. 일곱시 이십분 쯤 일어나 각자 씻고 알아서 아침을 챙겨먹은 뒤 보타닉 가든 사무실에 8시까지 모여서 각자 일을 할당받았어요. 보타닉 가든에서는 알바하는 현지 학생들이 많았답니다. 그 친구들하고 같이 일하면서 많이 친해지고 아이슬란드 현지 문화도 많이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홉시 반이면 항상 삼십분간 커피 브레이크를 가졌는데, 커피나 차와 함께 비스켓에 쨈과 치즈를 올려 먹었는데 어찌나 꿀맛인지. 보타닉 가든에서 제일 그리운게 커피브레이크 시간이네요. 열두시면 또 삼십분간 점심시간! 도시락이 매일 배달왔는데 그럭저럭 먹을 만 했어요. 저는 커피브레이크 때 항상 비스켓을 너무 많이 집어먹어서 점심은 항상 남겼었어요. 일은 오후 3시면 모두 끝이 나요. 그러면 집으로 돌아가 각자 씻고 좀 쉰 다음 다운타운으로 놀러나가거나 바닷가 방파제를 따라 걸으면서 사진을 찍거나, 항구에 가서 맛있는 것을 먹거나 했어요.
참고로 숙소엔 와이파이가 안되요. 이건 정말 축복! 약간 불편하긴 하지만 팀원들과 더 많이 얘기하게 되서 훨씬 깊은 대화도 할 수 있고 더 많이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항상 있었어요. 대만에서 온 클레어는 이 프로그램 이후에 핀란드에서 또 다른 워크캠프에 연달아 참여하고 있는 중인데 그 숙소에는 와이파이가 되서 참 편하다고 하네요. 그러면서도 일이 끝나고는 각자 핸드폰만 해서 팀원끼리 별로 얘기를 안하게 되서 아쉽다고 제게 하소연 하더라구요. 그래도 숙소에서 십오분 정도 걸어가면 호스텔이 하나 있는데 그곳 라운지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맘껏 쓸 수 있으니 걱정 하실 필요는 없답니다!
첫번째 주 목요일은 아이슬란드의 공휴일이었어요. 그래서 바다에 배타고 고래를 보러 나갔어요. 가격은 얼마였는지 잘 생각이 안나는데 한국 돈으로 4만원 정도 였던 것 같아요. 원래 고래 보기가 참 힘들다고 하는데 저희가 갔을 때는 엄청 큰 고래 두마리가 계속 배 주변에 보였고 엄청 높게 점프도 해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첫번째 주말 토요일에는 블루라군에 갔어요. 역시나 비싸긴 했지만 일주일동안 힘들게 일한 피로가 싹 날아갈 만큼 좋더라구요. 하늘은 파랗고, 물은 따뜻하고, 어찌나 좋던지. 일요인엔 헤클라라는 활화산에 다녀왔답니다. 아이슬란드 대부분의 화산은 휴화산인데 드물에 아직도 15년마다 폭발하는 화산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었어요. 지난번 폭발 이후로 14년이 지나서 이제 다시 폭발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해서 헤클라로 가는 도로도 막아놓고 아무도 가지 않는 그곳에 저희가 다녀왔어요. 다들 어찌나 모험심이 강한지. 솔직히 좀 무섭긴 했는데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다녀오길 잘한 것 같아요. 걷고 걷고 또 걷고 하루 종일 열시간 넘게 걷기만 하고 재미는 없었지만 고생한 만큼 우리 팀만의 소중한 추억이 생겨서 지금도 사진을 보면 씩 웃음이 납니다.
아! 첫번째 주 금요일밤 인터네셔널 디너를 빼먹었네요. 전 불고기 양념하고 호떡믹스 사가서 요리했어요. 호떡 망쳐서... 더 이상 적고 싶지 않아요.. 그래도 다른나라 음식도 맛볼 수 있어서 그날 배터지게 폭식했습니다.
두번째 주엔 특별한 일이 별로 없었어요. 첫째주에는 아이슬란드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지나갔다면 두번째 주엔 내가 정말 아이슬란드 현지인인 것 처럼 느끼면서 살았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가서 일해야 할 곳이 있고, 매일 밥을 해먹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더이상 어떻게 적응하지, 어떻게 친해지지 걱정하지 않고 이미 익숙해진 사람들 틈에서 인간관계를 고민하고 있더라구요 제가. 그곳에서 제가 겪은 갈등은 크게 두가지가 있어요. 한가지는 리더와의 관계인데요. 체코에서 온 리더와 저희 팀원들과는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어요. 일단 리더가 너무 영어로 못해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힘들었어요. 우리에게 공지해줘야 할 내용이 있는데 그걸 전달을 못해주니 저희는 계속 중요한 이벤트들을 놓치고 리더는 저희에게 사과하는 일이 반복에 반복이었어요. 그리고 리더의 습관중의 하나가 옆을 지나갈 때, 이야기할 때 슬쩍슬쩍 다른사람을 터치하는 것이였어요. 친한 친구가 친근한 표시로 스킨십 하는 건 용납이 되지만 처음보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처음부터 남의 몸을 만지니 심하게 불쾌하더라구요. 저희 팀에 대만 여자에는 "돈 터치 미!"라고 강하게 이야기를 했지만, 저는 그 얘기를 못해서 그냥 그 리더가 또 다시 터치하려고 하면 온몸으로 피해다녔어요. 러시아 언니도 그 리더가 펄스널 스페이스를 존중해주지 않아서 매우 불편하다고 얘기했답니다. 또한 리더가 별로 리더답지 않아서 오히려 미국에서 온 코리가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했답니다. 차를 렌트해서 놀러갈 때도, 일이 끝난 후 엑티비티를 계획하는 일도 리더는 손도 대지 않고 저희가 짜면 발만 담가서 따라오더라구요. 저희와 숙소를 함께 썼던 다른 팀 리더들은 정말 리더십도 강하고 리더다웠는데 저희팀은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아무리 나와 같은 자원봉사자라지만 좀 심했었어요. 그리고 두번째 갈등은 현지인들과의 갈등이었는데요. 항상 저희 팀원들이 함께 있는 곳에서 아이슬란드어로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그것도 저희 이름을 언급하면서. 저희에 대한 나쁜 얘기를 한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 자리에서 아이슬란드어를 듣고 있으면 저희 팀원들은 다 시무룩해지곤 했습니다. 나중엔 다 정들어서 헤어질 때 펑펑 울기까지 했지만 그래도 그 순간순간들은 약간 기분이 상하긴 했어요. 그래서 저도 다른 팀의 사람 중 한국인하고 얘기 할 때도 외국인 친구들 앞이면 되도록 영어로 얘기하려고 노력했어요. 그건 같이 있는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더라구요.
마지막날 다 같이 모여서 저녁을 먹고, 바닷가 둑에 있는 바위에 걸터앉아 석양을 보면서 한동안 말없이 앉아있었어요.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서 정말 마지막일 때 다들 얼마나 울었는지. 매일 같이 먹고 자고 일하고, 놀러다니고, 깊은 속얘기도 많이 하고 그랬어서 그런지 헤어질 때 많이 아쉽더라구요. 전 한국에 돌아와서 이틀동안 앓아누웠었어요. 그때 만난 친구들 보고 싶어서요. 계속 같이 들었던 노래만 하루종일 들으면서 사진만 돌려보고 페북으로 계속 얘기하고 그랬어요. 저만 그런 줄 알았더니 다른 친구들도 다 그러고 있더라구요. Surreal. 정말 꿈 같은 아이슬란드 워크캠프였어요. 세상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제 인생의 베스트 프렌드들을 만났고, 한국에서 스트레스 받던 삶에서 완벽한 일탈에 성공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내가 좋은 스펙을 가져야, 얼굴이 이뻐야, 더 날씬해야, 더 똑똑해야 내가 괜찮은 사람이고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항상 아둥바둥하며 살았었어요. 자존감은 점점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얼굴은 웃지만 마음은 항상 공허만 상태였어요. 그런데 아이슬란드에서는 현실에서의 내 조건들 아무것도 필요 없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일 수 있었어서 참 좋았어요. 훌륭하다, 사랑스럽다, 너가 좋다. 매일같이 칭찬 듣다 왔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꿈같고 여기가 천국인가 싶을 만큼 너무너무 행복한 워크캠프였어요. 여러분들도 워크캠프를 통해서 소중한 친구들 만나시고, 행복한 추억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