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작은 캠프, 더 큰 우정을 얻다

작성자 원혜성
독일 NIG01 · FEST/MANU 2014. 05 - 2014. 06 Vogelsang, Germany

Vogelsang I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떠나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는 것처럼 ‘만나야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워크캠프는 그래서 내게 더 소중한 게 아닌가 싶다. 새로운 문화, 마을에 도움을 주면서 얻은 기쁨,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도 물론 의미있지만 사실 이번 워크캠프는 내게 소중한 사람들을 만들어주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특별하다.

우리는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작은 워크캠프였다. 처음부터 많은 인원이 배정된 것은 아니었지만 예상치 못한 사정으로 몇몇 참가자들이 취소를 하게 되었고, 그래서 우린 더 작은 그룹이 되었다. 그런데 그래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섯 명은 서로를 더 잘 알게 되고 서로에게 더 특별해질 수밖에 없는 인원이었기 때문이다.

2주 동안 우리는 낮에는 오래된 성을 쓸고 닦기도 하고 성 내부와 정원을 꾸미거나 울타리에 페인트칠을 하고, 축제 음식 만들면서 축제를 준비했다. 그리고 밤에는 다같이 모여 게임을 하거나 얘기를 하며 보냈다.

축제를 준비하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았다. 청소하고 꾸미는 일 위주라 어렵지 않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일을 하면서 친구들끼리 노래도 부르고 이야기도 하다보니 그저 즐거웠던 것 같다. 일을 하는 시간이 길어질 때면 한 명 한 명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이탈리아 친구 Daniela와는 그래서 특히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던 것 같다. 취업과 장래 이야기, 이성친구나 가족 이야기 등을 하면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에 놀라기도 하고 색다른 문화에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워캠이 끝나고 Dani의 집에 놀러갔었는데, 어머님이 해주신 파스타와 가족들과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우리는 short trips을 생각보다 많이 갔다. 캠프장소인 Vogelsang는 작은 마을이라 주말에 어디를 나가는 건 어렵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베를린과 함부르크를 여행했고, 축제 홍보 겸 해서 host의 사무실이 있는 루스탁에도 잠깐 있었다. 밤늦게 버스를 기다리던 일, 불꽃놀이를 보고 카푸치노를 찾아헤매던 일, 호숫가 근처에 나란히 앉아 백조를 구경하던 일, 값비싸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가슴 졸이던 일 등 아직도 많은 일들이 선하게 기억에 남는다. 특히 루스탁에서 host인 로버트의 어머님의 초대를 받아 tea-time을 가질 때, 우리는 영화 속에 나오는 것 같다며 환호성을 질렀던 것도 그립다.

우리가 준비를 도운 축제의 주제는 STEAMPUNK였다. 멤버 모두 스팀펑크는 처음 접하는 장르라 다들 당황했지만, 2주가 지났을 때 스팀펑크는 우리만의 코드가 되었다. 스팀펑크는 간단히 설명하자면, “발명(과학기술)+빅토리아 시대 때의 유럽(예를 들면 코르셋, 줄시계와 같은 의상, 산업혁명)+공상과학소설”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겠다. 우리는 어디를 가든 이런 느낌이 날 때면, “It’s STEAMPUNK!”라고 외쳤다. 여하튼 우리 역시 코르셋이나 외투를 입고 함께 축제에 참여했는데, 기회가 되면 다른 의상들도 입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축제의 처음 이틀 정도는 스팀펑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주로 모여 패션쇼, 퍼포먼스, 불쇼 등에 참여하고, 클럽이나 파티 등을 하는 일정으로 진행되었고, 마지막 날은 가족들이나 다양한 사람들이 the old castle을 둘러보며 Steampunk에 대해 이야기를 듣거나 대형 체스를 가지고 노는 등 피크닉같은 분위기로 진행이 되었다.

축제를 준비하면서 더 즐거웠던 것은, 축제를 돕는 또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불을 가지고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Revenchild팀과 이들과 함께 홈스테이를 하고 있는 할렌, 그리고 NIG에서 온 시칠리와 타치아나까지. 나와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이라서 그런지 이야기를 하면서 즐겁기도 했지만, 내가 그동안 놓치고 있는 게 많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세상은 얼마든지 즐기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공부나 일이라는 핑계로 게으름을 부렸던 건 아닌지.
축제 마지막날 어쩌다보니 다같이 모여 일광욕을 하게 되었는데,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러시아, 이탈리아에 우리 멤버들까지 정말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일광욕을 하고 있어 뭔가 특별한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멤버들과의 에피소드 중에 한국문화를 알려줬던 일에 대해서도 잠깐 이야기하고 싶다. 사전교육 때 받은 팁을 활용해, 멤버들에게 한국음식을 해주려고 준비해갔었다. 그들에게 해준 것은 ‘닭볶음탕’! 혼자서는 처음 해보는 닭볶음탕이었고, 캠프리더가 사온 닭은 잘라진 닭이 아닌 ‘통’닭이라 난생 처음 내장을 제거하고 닭 손질을 해야했지만... 그래도 결과는 꽤 좋았다. 매워서 잘 못 먹으면 어떡하나 걱정도 조금 했었는데, 식빵을 가져와 냄비에 남은 양념을 싹싹 긁어 먹을 정도로 좋아해주었다. 친구들이 2주동안 먹은 식사 중에 최고였다고 이야기해주었을 때의 감동이란!!! 다른 워크캠프를 가는 사람들에게도 외국인친구들을 위한 한국 요리로, 닭볶음탕을 추천해주고 싶다. 다니엘라는 양념통에 거의 남지 않은 양념조차 식빵에 발라먹을 정도로 좋아해서 다들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난다.

또 한가지는 ‘작은 한글 학교’인데, 교육을 전공해서인지 나에게 특히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우리는 종종 불어나 이탈리아어, 한국어를 가르쳐주곤 했는데, 그 날 밤엔 Anne이 한글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 사명감에 불탄 나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 그리고 간단한 단어들을 가르쳐주었고, 놀랍게도 Anne은 불과 두 세시간만에 한글을 모두 익혀버렸다. 다음날 아침, 내 휴대폰에 뜬 ‘5월 28일 수요일’이라는 글을 읽었을 때, 그 놀라움이란! 한국어로 말하고, 한글을 읽어내는 Anne을 볼 때의 뿌듯함이란!

워크캠프에서 돌아온지 이제 한 달 반 정도 지났다. 이제는 가끔 SNS로밖에 연락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 옆에 있는 느낌이 든다. 지금은 워크캠프에서 다른 친구들을 보며 배우고 싶었던 일이나 바꾸고 싶었던 일을 조금씩 하고 있다. 그들이 내게 좋은 영향을 준 것처럼 나도 그들에게 좋은 기운을 불어주었기를..


Je t'aime!
Ti voglio be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