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이탈리아, 비건 피자 그리고 7개국 친구들

작성자 김현영
이탈리아 CPI 16 · FEST/ENVI 2014. 06 Castell' Azzara, Italy

ECO COMPATIBILMENTE FEST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나는 이번 워크캠프를 참가하며 새롭게 두 가지를 경험했다. 하나는 ‘비건(Vegan)’으로 생활했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7개의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는 것이다. 먼저 비건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사실 참가하기 직전에는 우리 봉사자들까지 cruelty-free food(동물을 죽이는 과정이 없는 음식)를 먹어야 하는지 몰랐었다. 첫날 미국에서 온 Joe가 마트에서 고기를 사왔었는데 이것을 냉장고에 보관해도 되냐 안되냐가 가장 처음 겪었던 갈등이었다. 주방을 담당하는 리더, Daniele는 안된다고 딱 잘라 말했고 이때부터 우리는 캠프기간동안 고기, 생선, 달걀, 치즈, 우유까지 먹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첫날 먹었던 저녁을 잊을 수 가 없다. 아마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일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메뉴의 이름은 ‘pizza’ 였지만 내 접시 위에 놓여져 있었던 것은 두꺼운 도우에 토마토 소스만 발라 오븐에 구워낸 것이었다. 이른바 ‘Vegan pizza’. 같은 이름의 음식 일지라도 비건의 세계에서는 다르게 통용된 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축제의 장소가 될 Villa를 청소하고 장식물을 설치하는 등의 작업을 하는 동시에 비건 푸드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 매일 오전 워크샵을 가졌다. 가장 흥미로웠던것은 ‘seitan’ 이라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밀가루(이것도 비건 밀가루)1kg과 물 0.6kg으로 반죽한 것을 주무르면서 물에 한참동안 씻는다. 씻는 동안 녹말이 떨어져 나가고 흐린물이 투명해질 때즈음에는 손에 글루텐 덩어리만이 남는다. 여기에 간장과 두세가지 향신료를 섞고 스프에 끓이고 나면 갈색의 간(?)처럼 생긴 음식이 완성된다. 구워낸 세이단을 먹었던 첫 순간을 생생히 기억한다. 마치 고기과 같은 쫄깃쫄깃한 식감에 눈이 휘둥그레 졌었다. 비건들은 고기없이 어떻게 단백질은 섭취하나 싶었는데 이런 훌륭한 대체음식이 있었다니. 세이단을 이용해 고기를 쓰지 않고도 그와 비슷한 여러 음식들을 만들수 있다. 축제당일에는 세이단을 주재료로 한 케밥이 메뉴표에 당당히 올라갔고, 다른 어떤 메뉴보다 인기가 많았다.
두번째 새로운 경험은 한국을 포함 7개국의 친구들과 함께 일을 하는 것이었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이건 정말 쉬운듯 하다가도 어려웠다. 초반에 단순히 이거하자, 저거하는게 어떠냐 이런 소통들은 큰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중간에 캠프리더와 몇몇 애들하고 갈등이 생겼을 때였다. 주최 측에서는 인력이 충분치 않아 리더 혼자서 작업을 지시했었고, 통제는 느슨해질 수 밖에 없었다. 식사도 제때 제공되지 못하는 바람에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일부 친구들은 주방에 몰래 들어가 음식을 빼 먹었다. 이런 좋지 않은 흐름이 반복되면서 프랑스 남자애와 리더의 갈등이 두드러졌었고, 급기야 축제가 끝나갈 무렵 방문했던 워크캠프 매니저에게 프랑스 남자애와 핀란드 여자애가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중간에 나서서 중재를 해보려 했지만 감정적으로 변한 사람들과 신중하게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의 발목을 붙잡았다. 영어로 말을 해야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점이었다. 똑같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지만 우리들 각자의 대처방식은 달랐다. 러시아에서 온 친구들은 불만을 가진 친구들을 위로하며 진정시키려 했다. 프랑스 남자애는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권리만을 요구했고, 미국에서 온 친구는 캠프 리더와 소통하려 노력했다. 멕시코친구들은 묵묵히 지켜보았었고, 핀란드 친구들은 불만을 들어줄 상대가 나타나자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영국친구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을 좇아서 했고 일을 마무리하는 책임감이 부족했다. 다른 나라 친구들이 나와 또 다른 한국 참가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각자 다른 반응이 내눈에는 너무나 흥미로웠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야 외국 친구들에 대해 좀 더 깊이 알 수 있었다. 워크캠프에 참여하지 않았었더라면 아마 이런 경험을 해보지 못 했을 것이다. 이 두가지 경험이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 크나큰 도움이 될거라고 믿는다. 더불어 이와 비슷한 상황이 다음번에 닥친다면 더 나은 대처를 할 수 있도록 그때까지 나 자신을 성장시키라고, 스스로에게 숙제를 던지면서 이 글을 끝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