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핀란드 기차역 노숙, 그리고 운명적인 만남

작성자 이봉학
핀란드 ALLI14 · RENO 2014. 07 - 2014. 08 Rantakyla in Vimpeli

The World in Villages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워크캠프 시작일 이틀 전에 나는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 도착했다. 헬싱키에서 하룻밤 숙박을 한 후 워크캠프 근처 도시인 "세이나요키" 로 기차를 타고 향했다. 원래 계획은 세이나요키에 도착 후 하룻밤 숙박을 하고 다음날 여유롭게 워크캠프 미팅포인트로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세이나요키 마을에는 호스텔이 한 군데도 없었다. 역무원한테 물어보니 역은 24시이고 안전하다고 하여 하는 수 없이 기차역에서 노숙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불편하게 잠을 자고 다음날 오후가 되어 미팅포인트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있으니, 배낭에 캐나다 국기를 꽂은 금발의 어떤 여자가 내 앞자리에 배낭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화장실 쪽으로 걸어갔는데, 남자화장실 쪽으로 가길래 "그쪽은 남자화장실 이에요" 라고 말했더니 "여자화장실이 고장 나서 어쩔 수 없어요" 하며 그대로 남자화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이것이 2주간 나와 함께 워크캠프를 했던 친구들 중 한명인 마리와의 첫 만남이었다. 우리는 시간이 지나고 이 첫만남을 이야기하며 웃곤 했었다.

버스시간이 되자 어디선가 하나, 둘씩 배낭을 맨 내 또래 친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태리와 카랠, 다니엘, 마리 그리고 나는 버스 정류장에서 먼저 만났다. 우리는 서로 같은 목적지로 가는 것을 알았고, 서로 간단히 소개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미팅포인트에 안심하는 마음으로 도착 한 후 담당자를 만났고 나머지 친구들은 먼저 숙소에 가 있다고 하여 숙소에서 만나 인사를 나눴다. 터키커플인 오스와 엘리프, 체코커플인 태리와 카랠, 스페인에서 온 다니엘과 파브로, 그리고 캐나다에서 온 마리, 러시아에서 온 올가, 타이완에서 온 이바, 핀란드 헬싱키에서 온 가리나 그리고 나 까지 총 11명이었고 8개 서로 다른 국가에서 온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우리는 "란타큘라" 라는 작은 시골마을 학교에서 생활하였는데 굉장히 깔끔하고 집처럼 좋았다. 2주간 지내면서 한 일은 학교건물 페인트 작업이었다. 서로 각자 파트를 나눠 페인트 작업을 했는데, 담당자가 너무 열심히 할 필요 없다고 말할 정도로 다들 책임감을 갖고 일했다. 페인트 작업은 쉬웠고 우리는 음악을 듣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일했다.

워크캠프 시작 후 며칠 뒤 우리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핀란드식 야구를 배웠다. 이 곳 마을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고 우리에게 호의적이고 개방적이었다. 야구는 5살 어린아이부터 나이 지긋한 아저씨 까지 다 함께 야구를 하였는데, 누가 이기고 지느냐가 아닌 정말 즐겁게 웃으며 즐기는 야구경기였다. 이렇게 야구를 배우고 경기를 하면서 마을사람들, 그리고 어린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또한, 이 마을에 외국인으로써는 우리가 처음으로 온 것이어서 마을신문기자가 우리를 취재하러 왔었다. 페인트작업을 하는 모습, 함께 야구를 하는 모습, 요리를 하는 모습 등을 찍고 파블로와 이바는 인터뷰까지 하였다. 다음날 우리는 마을 신문에 실렸고 이 신문을 보며 다들 유명인사가 된 것 같다며 좋아했었다.

일은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에 끝이 난다. 이 마을은 굉장히 아름다운 호수를 끼고 있는데 매일 오후 4시가 되면 우리는 호수에 수영을 하러 갔다. 그림 같은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물장난을 치며 놀았고 호수가 어찌나 맑던지 수면 위에서 물 밑의 발이 다 보일 정도였다. 우리는 호수의 매력에 흠뻑 빠져 틈만 나면 수영을 하러 왔으며 나중에는 담당자와 마을사람들 덕분에 사우나까지 즐길 수 있었다.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나서는 비치발리볼을 했다. 처음엔 다들 익숙지 않아서 발리볼이 이어지지가 않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다들 실력이 늘어 나중엔 경기다운 경기도 할 수 있었다. 또 일광욕을 하거나 호수 근처에 다같이 둘러앉아 게임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리는 매일 2명이 담당했고, 설거지도 다른 2명이 담당했다. 요리를 맡은 2명의 친구들은 성심 성의껏 자기 나라의 음식을 만들었으며, 덕분에 여러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나는 다니엘과 요리파트너가 되었는데 한국 요리로 참치볶음밥을 했다. 참치 볶음밥을 만드는 중 양파를 깎는 과정에서 눈물이 흘렀고, 옆에서 당근을 썰던 다니엘도 눈물을 흘렸다. 서로 울지 말라며 장난을 치며 웃다가 결국 나와 다니엘은 선글라스를 끼고 요리를 했다. 이 모습이 웃겼는지 다른 친구들은 우리 사진을 찍고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다들 요리담당이 되면 굉장히 열심히 준비를 했기에 나 역시도 집에서 만들어 보았던 기억을 떠올리고, 인터넷을 찾아보며 최선을 다했다. 11인분 참치볶음밥은 다행히 만족스러웠으며, 다들 맛있게 먹어주어서 고마웠다.

우리의 담당자인 마리타는 우리를 위해 많은 것을 준비 해 주었다. 근처 빔패리 마을에 관광도 하러 가고, 서바이벌 게임도 하고, 낚시도 했으며, 야구장에 경기도 보러 갔었다. 빔패리 마을은 란타큘라 마을에서 4km 정도 떨어진 마을이다. 이곳은 야구로 핀란드 넘버2라고 한다. 우리가 야구경기를 보러 갔을 때, 방송에서 우리를 환영한다는 방송도 했으며, 끝나고 야구선수들과 사진도 찍고 사인까지 받았다! 정말 이런 곳이 또 어디 있을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이 곳 사람들은 참 인간적이고 자연적으로 산다고 항상 느꼈다.

우리가 떠나기 전날, 마을사람들과 우리모두는 학교에 모였다. 마지막으로 저녁을 함께 먹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을사람들과 담당자는 우리를 위해 선물을 준비 해 주었다.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며 특징과 추억을 이야기하며 선물을 주었다. 마을 티셔츠, 각 자의 특색이 있는 머그컵, 그리고 사진과 편지였다. 우리가 떠나는 날 까지 모두가 아침부터 마중을 나와 주었으며, 부둥켜 안고 울기도 하고 마지막 사진도 찍으며 버스 정류장까지 함께 와 주었다.

서로 헤어짐에 너무나 아쉬웠고, 페이스 북 그룹을 만들고, 연락처와 이메일, 페이스북 ID 까지 주고 받고 계속 연락할 것을 알면서도 그 날 서로에게서 멀어진다는 게 슬펐고 2주간 함께 한 시간들이 우리를 이렇게 만든 것에 참 신기했다. 정말 감사 드린다. 워크캠프를 하는 내내 나는 참 행복했고 이 기억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들 중 하나로 영원히 기억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