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스무살, 이탈리아에서 던진 카르페디엠

작성자 이유림
이탈리아 Leg12 · CULT 2014. 06 - 2014. 07 이탈리아 노바라 피에몬테

Novara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20살의 첫 방학
나는 ‘20살이 되어서 가장 능동적으로 할수있는 일이 무엇일까?’ 2014년이 되고나서, 대학생활을 시작하고 난후 계속해서 생각해왔다. 수동적이었던 고등학생때처럼 나의 대학생활을 망치고싶지 않았다. 그러던후 워크캠프를 친구를 통해 알게되었고 나는 ‘외국인과 함께하는 봉사라니! 바로 이거다!’ 싶어 바로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기다리는동안 설렘에 휩싸여 언니와 함께 자유여행 계획도 짜고 합격이 떨어지자마자 비행기표를 구매했다. 대학교의 방학은 충분히 길었고 성인으로써 우리가 할수있는 일도 많았다. 물론, 처음 겪을 일들이 걱정도 되고 불안하기도 했지만 내가 자주 생각하는 ‘카르페디엠(될대로 되라)’ 처럼 우리는 무작정 떠났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친구들
언니와 내가 갈곳은 밀라노 옆 작은 마을인 NOVARA였다. 밀라노 말펜사 공항에 내려서 우리는 너무 당황했다. 인천공항정도 생각했던 나는 말펜사 공항이 너무 작고 붐볐으며 심지어 사람들은 영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를 구사하며 대화하고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말펜사 공항에서 NOVARA행 버스를타고 리더와 미팅장소인 NOVARA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 버스 안에서 내가 참가한 워크캠프와 같이 지낼 첫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우린 서로 어색하게 리더를 함께 기다렸고 리더는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러 나왔다. 하루전에 도착하는 바람에 우리만 있는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저녁을 먹으러 가니 먼저온 친구가 3명이 더 있었다. 우리는 저녁을 먹으며 자기소개를 했고 우린 서슴없이 금방 친해질수 있었다.
원래 만나기로 했던날인 6월30일이되자 다른 친구들도 하나 둘씩 우리 숙소에 도착했고 리더와 우리 까지 합해서 총 9개국(러시아,멕시코,대만,세르비아,스페인,프랑스,터키,대한민국,이탈리아) 12명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게되었다.

너무나 넓은 CASA BOSSI
우리는 NOVARA PIEMONTE지역에 있는 CASA BOSSI라는 궁전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일을 했다. 리더가 처음 말하길 자신은 매년 워크캠프를 개최해왔는데 올해는 어떤일을 할까 고민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옛건물인 CASA BOSSI가 생각났다고 했다. 마을시청에서는 이 궁전이 지금은 아무도 쓰지않고 먼지가 많고 오래되어 비효율적이므로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짓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리더와 다른 마을사람들은 이건물이 어릴적부터 좋아하던 건물이고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키고 싶어서 깨끗하게 관리하고 정리하고 싶어서 2014워크캠프장소로 정하게 됬다고 말했다.
CASA BOSSI는 신고전주의 궁전으로 굉장히 넓고 오랫동안 사용하지않은 집이라 먼지가 엄청났다. 일을 시작하려 하는데 하나둘씩 새로운 친구들이 같이 일을 하길래 누구냐고 리더에게 물었더니 novara에 살고있는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워크캠프에 참가한 친구들은 모두 나보다 나이가 많았는데 novara에서 지원한 친구들은 나보다 어리거나 내친구들이었다. 그래서 더 쉽게 공감하고 더많은 수다를 떨었다. 우리는 주로 벽에 있는 못 빼기, 창틀먼지를 제거하기, 바닥을 쓸고 물걸레질하기, 지하에 있는 나무와 돌 옮기기까지 많은일을 했다. 방을 청소할 때 엄청난 먼지와 거미들 그리고 벌레들 때문에 힘들때도 있었지만 그럴때마다 친구들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귀엽다고 말하면서 나대신 벌레들을 밖으로 쫒아주었다. 일할때마다 스페인친구가 신나는 노래를 크게 틀고 그노래를 부르며 춤추면서 일하고 웃기도하고 장난도치며 친구들 모두 싫은 기색없이 즐겁게 웃으면서 일해서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기억이 안난다. 우리나라에서 일할때는 쉬는시간에도 모두 앉아만있거나 다들 힘들어하는데 이탈리아에서의 쉬는시간은 많이 달랐다. 구석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있으면 누군가 와서 “COFFEE TIME!” 하고 모두를 불러서 커피와 간식을 먹으며 쉬고 피곤한사람은 안쪽에있는 쇼파에가서 잠을자기도 했다. 다들 자유분방하게 하고싶은걸 하면서 쉬었다. 마음껏 쉬고싶은대로 쉬다가 일어나서 일을 전처럼 효율있게 한다는게 쉽지 않을꺼라고 생각했었는데 친구들은 자신이 쉰만큼 더 열심히 일을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쉬고싶을때 쉬고 놀고싶을때 놀며 편하게 일했다.

우리의 자유시간
우리는 일주일에 2번 또는 3번정도 쉬며 놀러다녔는데 리더와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자전거를타고 ORTA호수에 놀러가기도 하고 또는 맛있는 젤라또를 먹거나 리더 친구집에서 함께 영화를 보기도했다.
우리는 리더없이 친구들과 옆마을인 TORINO에 놀러가기도 했다. 토리노행 기차를 타러가던 길에 우리는 시간계산을 잘못해서 출발 3분전에 기차표를 뽑고 기차로 달려가 오르자마자 기차가 출발했던게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난다. 우리는 토리노로 가서 영화박물관도 가고 토리노의 전경이 다 보이는 곳에서 단체사진도 찍었다. 우리는 토리노 중심가 카를로 광장 근처에있는 황소를 찾았다. 황소는 토리노의 상징인데 광장근처 바닥에 새겨져있는 황소를 찾아 황소 중요부위에 발을 대고 한바퀴를 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해서 우린 다같이 소원을 빌었다.

INTERNATIONAL FAMILY
이렇게 많은 외국 친구들과 만난건 처음이라 내가 아직 어리둥절하고 낯설어하고 있던 첫날 다같이 친해질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워크캠프 친구들과 함께 만난지 이틀이 됬을때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우리의 일터인 카사보시에서 일을하고 자전거는 카사보시에 둔뒤 시내구경을 하루종일한다음 해질녘이되었을때 카사보시로 돌아와 자전거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게 우리의 목표였다. 우리가 시내구경을 끝내갈즈음에 비가 추적추적 오기시작하더니 결국은 폭우가 쏟아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카사보시에 계속 남아 있을수 없어서 자전거를 타고 숙소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나는 자전거를 비오는날 타는것도 처음이고 그렇게 앞이 안보일정도의 비를 우산없이 다닌것도 처음이었다. 자전거를타고 숙소로 갈 때 분명 비에 맞아 기분이 안좋을 꺼라고 생각했었는데 다들 웃으며 숙소로 돌아가는걸 보니 괜스레 나도 웃음이 나고 신나졌다. 숙소에 도착한 우리들은 모두 다 젖은채 다들 웃었다. 나중에 일을 하는 도중에도 조용하다 싶으면 친구들 중 한명이 그때 얘기를 꺼내며 다함께 웃으며 함께 수다를 떨었다.
워크캠프 사전교육에서 다른 봉사자들과 싸웠을땐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교육을 받았는데, 워크캠프에 도착하고 나서는 그런 교육을 왜받았는지 의문이 들정도로 우리는 너무친하고 가깝게 2주를 지냈다. 유쾌하고 재밌었던 말타(멕시코)는 조용할 틈없이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고 알렉산드라(세르비아)는 리더처럼 우리를 잘 이끌어주고 포용해주며 일을할 때 역할분담을 해주기도 했었다. 우리는 그녀를 또다른 리더라고 불렀다. 차아이(대만)는 아시아에 살고있는 친구답게 한류에 대해 물어보고 한국에 대해서도 많이 물어봐서 금세 친해질수 있었다.
우리는 5시즈음에 일이 끝나고 나면 숙소로 돌아와 루이(프랑스),드미트리(러시아)는 기타를 치고 부락(터키)는 바이올린을 켜며 저녁을 먹으러 갈때까지 같이 노래부르며 함께 놀았다. 부락의 바이올린 솜씨는 수준급이었는데 노래를 처음듣고 바로 바이올린을 켰다. 저녁을 먹고나서는 술과 함께 밤늦게까지 노래를 부르고 수다를 떨고 재밌게 놀았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는건 힘들었지만 그순간순간을 놓지고 싶지 않아서 매일 친구들과 어울렸다. 우리 워크캠프가 끝나갈 즈음에 말타는 '우리는 사고도 없이 지금까지 너무 잘지냈고 마치 international family 같았어‘ 라고 말할 때 정말 공감했다.

여유와 뻔뻔함
누구나 그럴지 모르지만 나는 낯선 환경이나 낯선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그 분위기를 잘 깨지 못한다. 위크캠프에서 친구들과 지낼때는 어색함이라는걸 전혀 느낄수가 없었다. 먼저말을걸면 누구나 즐겁게 받아쳐주고 재미있는 농담도 하면서 지냈기 때문이다. 또 모르는사람과 말도 해보면서 서슴없이 다가갈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대할때도 너무 겁먹거나 뻣뻣한 자세가 아니라 좀더 뻔뻔하게 유연하게 반응할수 있게되었다. 나는 앞으로 20살 여름방학의 기억으로 적어도 몇 년은 살아갈수 있을것같다. 말타(멕시코)와 약속했던것처럼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는 멕시코로 워크캠프를 참가해 친구도 만나고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