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외로울까 떠난 프랑스 워크캠프

작성자 전연주
프랑스 JR14/309 · ENVI/RENO 2014. 07 - 2014. 08 Castelnau Magnoac

CASTELNAU MAGNOAC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사실 나에게 워크캠프란 다른 친구들처럼 정말 하고 싶었던 활동,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던 활동이 아니다. 이미 해외봉사활동 경험이 있어 스펙을 높이기 위해 굳이 워크캠프에 참여할 필요도 없었고, 프랑스에 경우 유럽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면서 가본 적 있는 곳이었기에 프랑스라는 나라 자체에 큰 흥미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교환학생을 마친 후 혼자 하는 40여일의 여행에서 행여나 외로울까 매일 반복되는 여행에 지치지는 않을까 등의 우려 때문에 친구로 부터 워크캠프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덜컥 신청해버렸다. 심지어 프로그램도 내가 관심있고 흥미있는 프로그램을 우선하여 선택하기 보다는 빡빡한 여행 일정에 시기상 가장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내가 워크캠프를 하게 될 곳이 프랑스라는 것만 알았지 프랑스 어디에 있는 지역인지 조차 모를만큼 워크캠프 전에는 참 무관심했던 나다. 워크캠프에 임박하여 부랴부랴 파리에서 워크캠프를 했던 지역인 Castelnau Magnoac까지 가는 교통편을 알아보다 생각보다 오래걸리는 시간과 어마어마한 교통비에 워크캠프 신청을 잠시 후회하기까지 했었다.

이탈리아에서 파리로, 파리에서 비행기를 타고 툴루즈로 그리고 거기에서 다시 근처 지역의 작은 기차역으로 또 차를 타고 정말 작은 마을인 Castelnau Magnoac에 우여곡절을 겪으며 도착했다. 텐트에서 잔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지역 럭비팀 스타디움과 마을 회관으로 쓰이는 곳에 숙소가 마련되어있어 취사시설이나 위생시설은 불편하지 않게 잘 되어있었다. 처음엔 서먹서먹하던 다른 참가자들과도 시장님이 사주신 저녁을 함께 먹고 저녁에 있었던 작은 콘서트에서 함께하며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다보니 어색함이 풀렸다.

일은 바로 다음날 아침부터 시작됐다. 우리에게 지역 럭비팀 스타디움 관중석에 페인트칠을 하는 일과 마을에 있는 오래된 분수를 보수하는 일이 주어졌다. 첫 날 일을 해 본 후 다른 친구들과 앞으로의 일정과 목표에대해 상의했다. 주말을 제외하고 주 5회 하루 4시간 씩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이미 한국 기업에서 주관하는 대학생 해외봉사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었는데, 거의 하루 종일 일을 했던 그 때에 비해 낮은 강도의 노동에 조금은 놀랐다. 이름은 워크캠프였지만 일 자체 보다는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면서 지역사회를 알아가는데 중점을 두는 듯 했다. 그렇게 때로는 조금 넘치게, 또 조금은 모자라게 일을 하며 워크캠프가 진행된 이주동안 럭비팀 스타디움을 새단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페인트칠이 생각보다 오래걸리는 바람에 분수 보수작업은 포기해야 했던 점이 아쉽다.

사실 일을 하기 보다는 다른 참가자들과 어울리고 이것저것 활동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돈이 많이 들어 예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활동에 대해서는 만원이 안되는 정도의 개인부담금을 냈지만 주어진 비용으로 저렴하게 승마, 패들, 레프팅, 동굴체험, 피레네산 하이킹 등 한국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레저활동들을 즐겼다. 특히나 시장님께서 편의를 많이 봐 주셔서 더욱 더 다채로운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꼭 돈이 드는 체험 뿐 아니라 근처 호수에서 수영을 즐기거나 산책을 하고 지역 교회에 방문하거나 시장님이 사는 성에 초대를 받는 등 매일매일이 특별하고 신기한 체험의 연속이었다. 매일 점심 저녁 팀을 만들어 각 나라의 음식들을 준비하고 함께 먹는 등의 소소한 일상들 까지도 지금에 와 생각해보면 참 즐거웠다. 만으로 23살인 나보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나이가 어렸지만, 이러한 체험들을 함께하다 보니, 나이나 국적에 상관 없이 이주동안 동고동락하며 가족같이 친해져서 나중에 헤어질 때는 아쉬움에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특히 나는 다른 친구들 모르게 워크캠프를 했던 지역의 엽서를 사서 함께 생활했던 모든 친구들에게 엽서를 쓰고 헤어질 때 나누어 줬는데, 친구들이 생각보다 너무 고마워해서 나까지 감동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워크캠프가 끝난지 한달이 넘게 지난 지금, 내 일상에는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그 당시 이주 간 함께했던 친구들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고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계속 연락을 주고 받고 친분을 유지하고있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변화는 내 자신에게 있다. 활동적이고 열린 마음을 가진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니 짧은 시간이었지만 새로운 사람을 대하는데 스스럼이 없어졌고 다른 나라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졌다. 가령 러시아 여자들은 무뚝뚝할거라는 편견이나 스페인 남자는 모두 정열적일 거라는 편견에 대해서, 항상 꿈을 꾸는 듯 소녀같이 사는 러시아 친구와 과묵하지만 속정이 깊은 스페인 친구를 보며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하고 느끼게 되었다. 또한 열린 마음을 가진 친구들을 보며 나 또한 열린 자세로 다른 사람들을 대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는데, 워크캠프 마지막 날 친구 중 한명이 '워크캠프를 많이 다녀봤지만 너는 내가 이제까지 본 한국인 중 가장 좋은 사람'이라고 말을 해줘서 이주간의 생활이 뿌듯하고 더욱 더 뜻깊어졌다.

비록 시작은 무관심이었지만 이제 나에게 워크캠프는 교환학생을 포함한 지난 7개월 간의 유럽 생활중에서 가장 뜻깊고 의미있는 부분이 되었다. 내가 느낀 것이 워크캠프의 취지에 부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겪은 워크캠프는 전 세계에서 각자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또 다른 지역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뜻깊은 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