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몽골, 푸른 하늘 아래서 다시 태어나다

작성자 손민정
몽골 MCE/09 · KIDS/AGRI 2014. 07 - 2014. 08 몽골

Eco farming-4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휴학생이었던 나는 복학 전 마지막 달을 알차게 채울 만한 일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눈에 띄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몽골 하늘을 수놓은 은하수’. 나는 늘 은하수를 보고 싶었다. 그 즉시 내가 워크캠프로 몽골을 간다면 좀 더 많은 추억을 가지고 매일매일 별을 보다 올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얼른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몽골 워크캠프는 그렇게 순식간에 결정되었다. 그간 모은 돈을 털어 일주일 전에 비행기를 예약하고 출국 하루 전날까지도 계절학기 시험을 치르는 정신없는 일정의 연속이었다. 기대를 품을 새도 없이 도착한 울란바토르의 하늘은 어둡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짐을 줄이려 우산을 빼놓은 나는 새로운 환경에 조금은 압도당한 채 시내를 걸었다. 특기도 없고 성격도 활달하지 않은 내가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하다 문득 날이 밝아져 하늘을 보니 내가 지금껏 본 적 없는 하늘이 벅차게도 푸른색이었다. 왠지 기분이 좋아져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크캠프 숙소는 인터넷에서 열심히 찾아보고 간 덕에 무척 친숙하게 느껴졌다. 워크캠프의 일상에도 금세 익숙해졌다. 매일 두 팀으로 나뉘어서 작업을 했는데, 먼저 Cooking팀은 그 날의 아침, 점심, 저녁을 도맡아 준비하고 식사 후 뒷정리와 설거지를 담당한다. 한편 Working팀은 아침 식사 후 다양한 작업을 수행한다. 가장 많이 했던 것은 Eco-farming으로, 감자밭이나 무밭에서 잡초를 제거했고 그 외에도 발리볼 경기장 건설, fence 고치기, watering, cleaning 등도 가끔 해야 했다. 모든 작업이 끝나는 8시 이후에는 따가운 햇살도 부드러운 빛을 내기 시작하고 담장 너머 초원에 쉼 없이 바람이 분다. 그러면 우리는 함께 산책을 하거나 숙소 안에 모여앉아 게임을 했다.
단체 생활을 한만큼 같이 지냈던 사람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상황에서 가장 많은 것을 나누고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몽골에 도착한 첫날 핸드폰을 도난당했다. 당황했지만 게스트 하우스의 도움을 받아서 보험처리를 하고 차분하게 대처했다고 생각했는데 숙소로 옮긴 뒤 보다 놀랄 일이 생겼다. 내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로그인 되어있는 내 페이스북를 통해 내 아이디를 도용해 내 친구들에게 이상한 메시지를 보내고 나인 척 글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엔 화가 났는데 점점 분하고 속상해져서 나도 모르게 아침을 먹다 눈물이 터져 나왔다. 눈물이 나온 뒤에는 창피하고 민망해서 더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러다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든 것에 대해 겨우 사과를 하자 그 자리에 있던 친구들이 나에게 한마디씩 해주었다. 괜찮냐고 물어봐주며 자신도 그렇게 당한 경험이 있다고 말해주기도하고 얼마든지 자신의 폰을 빌려도 된다고 상냥하게 말해주었다. 나를 어떻게 달래주어야 할지 몰라서 유감이라고 조용히 말하고 간 친구도 있었다. 워크캠프 초기라 아주 친해졌다고는 생각하지 못하던 때여서 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날 이후로 내가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는 사실이 두고두고 민망했지만 동시에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도 계속 기억했다.
그 이후 우리는 점점 친해져서 같이 잡초를 캐다가 갑자기 모국어 교실을 열어 서로에게 각자 나라의 인사말을 알려주고 밤에는 함께 별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한국어로도 잘 꺼내지 않던 주제를 꺼내 유창하지도 않은 영어로 한국과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설명하기도 하고 페미니즘과 동성애에 대해 열심히 토론하기도 했다. 밤만 되면 다들 뛰어 들어와 보드게임을 하고 때로는 별을 보겠다며 침낭을 운동장까지 가지고 나가 다함께 가만히 누워있었다.
몽골에 있던 2주 동안 나에게 의외로 덜 필요했던 것들과 더 필요했던 것을 구분하게 되었다. 남들의 시선에 민감했던 나는 2주 내내 화장을 전혀 하지 않고 다 늘어진 편한 옷으로 활동을 했다. 매끼 특별한 음식을 먹지 않아도 일한 뒤 먹는 음식은 언제나 맛있었다. 조금 불편한 화장실과 샤워 시설에도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했다. 무엇보다도 핸드폰이 없는 자유시간 동안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시간을 보냈다. 한편 보다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한 것이 반드시 더 나은 것은 아니었다. 또 많은 것에 호감을 느낄수록 나는 그만큼 즐거워졌다. 새로운 것에 놀라기 보다는 호감을 가지고 다가가면 어느새 나는 그것에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행복해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아주 중요한 것을 깨달으며 나는 가장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휴학의 마지막 달을 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