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머드 축제, 독일에서 맛본 달콤쌉싸름

작성자 정다혜
독일 ICJA03 · FEST 2014. 06 - 2014. 07 Brunsbüttel

Wattolympiade Brunsbuttel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나는 먹는 것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맛집 블로그를 시작했고 늘 새로운 음식, 디저트, 간식 등을 찾아다닌다. 이처럼 항상 오감을 동원해 살아가는 나에게 이번 워크캠프는 참으로 달콤쌉싸름한 시간이었다.
지난봄,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의 압박 속에서 살았다. 하지만 여행, 봉사활동 등 못해본 것들에 대한 미련이 많았던지라 취업이란 단어가 와 닿지 않았고, 즉흥적인 성격 때문이라 합리화하며 워크캠프를 신청했다. 내가 신청한 워크캠프는 6월 25일부터 2주 동안 진행되는 캠프로, 머드 축제를 지원하는 일이었다. 축제라는 단어만 들어도 신 나는데 '머드'라니. 상상만 해도 즐거웠고 늘 조용하게 살아왔다 믿었던 내 삶에 큰 변화가 일렁일 것 같아 설레었다. 그렇게 몇 달 뒤 나는 워크캠프 사전교육에 참가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독일에 들어와 있었다. 영어 + 바디랭귀지의 힘은 어찌나 대단하던지 함부르크에서 기차를 타고 한 시간, 승용차를 타고 한 시간을 더 들어가야 하는 시골 마을 브룬스부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허름할까 걱정되었던 숙소는 호스텔보다 깨끗하고 시설이 좋았고, 음식은 넘쳐났으며 곳곳에서 우리를 향한 마을 분들의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감동적인 시간도 잠시. 저녁 식사를 마치고 후발대 친구들을 기다리는 시간부터 이상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수많은 후기에서 만난 '일반적인' 워크캠프의 경우 회의를 통해 식사당번을 정하고 각국의 문화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진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어색함을 떨치기 위해 '술'을 마셨다. 워낙 음주를 즐기는 나이기에 처음엔 신이 나서 어울렸지만, 둘째 날도 셋째 날도 술을 마시고 게임을 하는 모습에 조용히 잠을 택했다. 결국, 누군가의 제안으로 캠프 4일째 처음으로 회의했고 우리만의 룰이 생기는 듯했다.
하지만 일주일 내내 아쿠아리움 방문, 함부르크 관광, 수영 등 봉사활동이라기보다는 여행에 가까운 일정 속에서 우리는 목적을 잃은 느낌이었고 넘쳐나는 여유 시간은 너무나도 지루했다. 그래서 술을 마시거나 각 나라의 춤을 배우거나 하는 식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만큼 다들 다양한 음주 문화를 가지고 있었고 매번 다른 술을 배우며 나는 평생 마실 높은 도수의 술을 다 마신 듯한 느낌이었다. (덕분에 지금도 보드카 같은 높은 도수의 술은 피하고 있다.)
방향을 잃은 듯한 느낌에 지쳐있던 시간은 다행스럽게도 캠프 8일째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우리에게 제대로 된 '일'이 주어졌고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이 열심히 일했다. 해마다 열리는 브룬스부틀의 머드 올림픽에는 마을 사람들을 비롯해 주변 도시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가족단위의 방문객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어린아이들도 많이 오게 되고 우리의 임무는 그 아이들을 위한 게임을 만들고 진행하는 거였다. 게임은 기존에 진행되던 것을 그대로 쓰기도 하고 우리가 아이디어를 내서 새로운 게임을 만들기도 했다. 일을 시작하니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그 사이 우리도 마을 지리에 익숙해져 쉬는 시간에 주변 카페도 가고 시내 구경도 했다. 햇살 좋은 날 노천카페에 앉아 먹는 커피와 티라미스는 와이파이가 없어도 우리를 행복하게 했고 별거 아닌 이야기에도 함박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이 워크캠프의 또 다른 특징은 마트에 참 자주 갔다는 거였다. 식사당번이 바뀔 때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장을 보러 갔고 사오는 물건도 참 다양했는데, 그 중 빠지지 않는 것이 과자와 초콜릿이었다. 시리얼과 초코가 도톰하게 발린 라이브니츠 쿠키부터 헤이즐넛이 씹히는 정사각형 모양의 와퍼 하누타까지. 친구들과 온갖 과자를 섭렵하며 먹는 걸로 장난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는 참 비싸게 들어오는 리터스포트 초콜릿이나 하리보 젤리도 독일의 시골 마을에서는 참 저렴해서 캠프가 끝나기 직전, 선물용으로 엄청난 양을 사왔다. 덕분에 초콜릿을 안 먹던 내가 마치 약을 먹듯 하루에 두 개씩 먹기 시작했고 구매대행을 고려할 정도로 독일 과자에 매료되었다. 게다가 캠프 중 마을 분들께서 직접 구워주셨던 코코넛 케이크, 설탕 케이크와 체코 친구가 만든 스트루들은 나를 디저트의 세계로 초대했고 덕분에 올여름 내내 당의 늪에 빠져 살고 있다.
달콤한 초콜릿과 쓰디쓴 술 사이에서 2주는 금방 흘렀고 우리의 최종 목표였던 머드 올림픽도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10시간 동안 땡볕에서 게임을 진행하며 캠프 참가자들은 모두 초콜릿빛 피부를 가지게 되었지만 해맑은 아이들을 보며 피곤한 줄도 몰랐고 오히려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했다. 뒷정리 후 우리는 시체처럼 잠들었고 마지막 브룬스부틀의 풍경을 즐긴 뒤 우리만의 송별회를 했다. 음주 가무를 즐겼던 팀답게 마지막 밤 역시 술과 함께였지만, 싫은 마음보다는 '이게 우리만의 색깔이구나'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워크캠프에 정답은 없다. 수많은 캠프가 존재하고 그보다 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기에 캠프의 내용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건데, 나는 너무 다른 참가자들의 경험에만 갇혀있었다. 속 좁게 행동한 내 모습이 아쉬워서 기회가 된다면 다른 워크캠프에도 또 도전하고 싶다. 그땐 좀 덜 쌉싸름하고 좀 더 달콤한 캠프가 될 수 있도록 내가 먼저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