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보르도, 3주 만에 얻은 용기와 자신감

작성자 김시헌
프랑스 CONC 005 · RENO 2014. 07 보르도(Bordeaux)

CREPS TALENC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워크캠프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나는 설렘에 부풀었다.
해외여행이라고 한다면, 나에게 있어 첫 해외여행이었고, 평소 국제사회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터라 3주동안 세계각국에서 온 15명의 외국인 친구들과 생활을 한다는 것이 나를 들뜨게 했다. 참가 전에는 이러한 들뜸이 앞서 알차게 계획하거나 준비하지 못했는데, 같은 학교 친구와 우연히 같은 프로그램에 배정되어 출국 몇 주전부터 자주 만나 계획을 세웠다.
먼저 여권을 만들고, 워크캠프 기간동안과 더불어 그 이후에 8일정도 계획한 자유여행동안 쓸 유로를 환전했다. 그리고 항공권을 예약했는데 급하게, 비용을 절감한다고 선택한 저가항공이어서 그런지 왕복기간 내내 차체가 흔들리고 멀미하는 등 조금 힘들었다. (베트남항공이었는데, 입맛에 맞지 않아 기내식이 힘겨웠어요. ㅠㅠ)
또한 사전교육에서 들었던 정보를 바탕으로 친구와 함께 불고기소스와 호떡믹스, 라면 몇봉지를 챙겨넣고 미리 반크사이버외교단에 신청해두었던 홍보자료 또한 짐속에 함께 넣었다. (이 홍보자료는, 캠프리더에게 보여주니 이전 참가자들에게 벌써 여러 장 받았다고 하더군요.)
한 달동안 내가 사용할 세면용품과 옷가지, 생필품을 채워넣고 오전비행기였기 때문에 출국 전날, 친구와 함께 인천공항에서 노숙(?)을 했다. 이날까지도 우리는 수다를 떨며 외국인 친구들과 문화교류도 하고 뭘 할까 또 뭘 할까 신나있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베트남 하노이에 경유했다가 파리 드골 공항에 도착했다. 기차표를 미리 예매해 가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떼제베를 타는 데까지 굉장히 오래 걸렸다. 약속장소인 보르도 생장역에 도착해서 근처 케밥집에 들어가 약속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되어 역앞에 나가자 'CONCORDIA' 팻말을 들고 누군가를 찾는 듯한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혹시 하는 마음에 다가가서 워크캠프가 맞는지 물어보자 환하게 웃으며 우릴 반겨주었다. 우리 팀 친구들도 모두 인상이 좋았고 나의 설레는 마음은 더욱 커졌다! 그렇게 3주동안 우리의 생활터전이 될 똘랑스의 학생임시기숙사(CREPS) 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자기소개를 했다. 화장실과 주방은 깨끗하고 좋았으나 잠을 청할 숙소가 텐트였다. 인포싯에도 나와있지 않은 정보였고 모두들 당황스러워 했다.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캠프리더에게 항의를 했고 리더는 우리에게 사과했다. 강력하게 나서서 자기주장을 펼치며 불만을 말하는 아이들을 보고 놀라면서도 신기했다. 쿠킹팀, 클리닝팀, 워싱팀 이렇게 나뉘어져 조를 짰고 조별로 같이 마트에 장을 보러가고, 바게트샌드위치와 고로케, 샐러드 등을 일상식으로 만들어 먹었다. 어려운 요리는 아니었지만, 어릴 때부터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익숙하다는 아이들의 말을 듣고 '아, 자립심이 이렇게 길러지는구나.' 싶었다. 함께 호수에 수영하러 다녀오고, 콘서트와 마을축제 등 재미난 경험을 많이 했다. 워크캠프 지역이었던 보르도가 쾌적하고 무척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 고향 속초와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트램 무임승차도 해보고 다른 워크캠프 팀과 종종 만나서 얘기도 많이 나누고 재밌는 나날이었다. 다만, 우리 워크캠프는 나와 친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유럽인들로, '프랑스, 이탈리아, 터키, 스페인' 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인근국가들이다 보니, 불어를 모두 쓸 줄 알고 또 그것이 더 편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얘기는 자연스레 심지어 캠프리더들까지도 불어를 주로 사용했다. 우리는 소외되는 느낌을 받았고 불만사항을 토로하며 영어로 번역해 줄것을 부탁했다. 서로 다른 국가에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인지 갈등상황이 많았고 회의도 자주 열었다. 우리는(한국에서) 회의할 때 발언권을 가진 사람의 말이 끝나길 기다리고 그 이후에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보통인데, 워크캠프에선 말을 하는 도중에 끊고 말하고 끼어들기가 다반사였다. 기다린 우리는 제 의견도 표현못하는 바보라는 말도 들어야 했다. 아직 그 문화가 적응되기 전이었고 받아들이고 있는 중인데 우리에게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강요이고, 그들이 오히려 문화를 받아들일 줄 모르는 것 같았다. 이렇게 글로 쓰는 것만으로는 내가 그곳에서 느끼고 경험한 일들을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 같다. 나중에 다른 워크캠프의 한국인 언니오빠를 만나 얘기를 나누다가 알게 되었는데 우리 워크캠프 팀이 유별난 편이었다. 말하자면 에피소드가 밤을 새도 모자를 만큼 끝도 없다. 왜 우리가 이들과 지구 반대편에 사는지 이해가 될 정도였다. 그리고 캠프리더를 제외하고는 참가자 모두 한국을 알지도 못했다. 그들 모두 삼성핸드폰을 쓰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부르는데, 삼성이 한국기업인지 싸이가 한국인인지에 대해서는 알기는 커녕 관심조차 없었다. 여기서 나는 한국을 모르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는 것에 약간 충격을 받았고, 이렇게까지 모르는 이들이 오히려 다른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우월감에 갇힌 이들이라 느껴졌다. 이것이 유럽의 첫인상이었다. 워크캠프가 끝나고 자유여행할 때에는 못느낀 것들이었다. 캠프 기간 3주가 길고도 짧으면서 힘들고 즐거웠다. 그리고 프랑스에 간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곳이 '둔두필레' 라는 곳이다. 모래언덕을 타고 넘어가면 왼쪽은 드넓게 펼쳐진 숲, 오른쪽은 바다인 절경을 볼 수 있다. 너무 황홀했던 이곳의 기억은 워크캠프를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게끔 도와준 것 같다. 우리는 워크캠프가 끝나고나서도 페이스북 친구를 하고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고 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참가가 끝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이전과는 다르게 내가 불만사항이나 내 기분을 바로바로 표현하고 말하는 것이 바뀐 듯하다. 좋은 변화인 것 같으면서도, 한국의 정서와는 좀 달라서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힘들고 서러운 일도 많았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생활한 3주는 나에게 정말 귀한 경험이자 앞으로 뭐든 다 잘 해나갈 수 있는 당찬 자신감을 주었다.
그 곳에 있을 땐, 자유여행이 훨씬 즐겁고 행복하겠다 생각했지만, 뭐든지 시간이 흐르고 나면 좋은 기억만 남는다더니 그 3주간의 경험이야말로 자유여행으로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을 보고 배울 수 있었던 가치있는 시간이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어떤 워크캠프이든 간에 내가 경험한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도전해보고 값진 경험 얻어갔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