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프랑스 남부, 20대 청춘을 만나다

작성자 김다은
프랑스 SJ42 · ENVI 2014. 07 - 2014. 08 프랑스 남부 (Espinas, heart of Cevennes National Park)

SENTIER DE LA CHATAIGN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나에게 여행은, 특히 유럽여행은 항상 꿈같은 일이었다. 언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부모님이 걱정하신다는 이유로 매번 미뤄왔었다. 마지막 학년을 들어서며 드는 생각이 학교생활은 후회 없이 충실했지만 20대의 청춘에만 해볼 수 있는 것들을 해보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마지막 1년은 ‘나를 위한 시간’으로 만들겠다고.. 하고 싶은 것은 용기 내어 도전하리라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도전의 의지를 활활 태우고 있을 무렵 알게 된 것이 워크캠프였다. 해외여행과 봉사활동 그리고 여러 나라 친구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 생각만 해도 설레기 시작했다. 그렇게 도전의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워크캠프가 확정되고 가장 먼저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그리고 워크캠프 지역으로 가는 기차표도 예매했다. 기차표는 SNCF라는 프랑스 철도청에서 직접 예매했는데 영어로도 예매할 수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또 프랑스 기차표는 남은 좌석에 따라, 시간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나는 보름정도 가격비교를 하다가 좌석이 많이 남아 할인이 될때 구입해서 많은 돈을 아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인포싯을 받고 나서는 침낭, 라이트 등 생활용품 등을 차근차근 준비해나갔다. 외국 친구들에게 한국 음식을 맛보여 주고싶어 불고기양념, 고추장, 김 등도 준비했다. 그리고 선물로 젓가락과 복주머니도 준비해갔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내가 참여하게 된 캠프의 Meeting Point는 Genolhac이라는 프랑스 남부의 작은 역이었다. 워낙 작은 역이어서 하루에 움직이는 기차 수가 몇 되지 않는 역이었다. 그래서인지 Nimes역에서 경유할 때 같이 탔던 기차 한 칸에 워크캠프로 가는 친구들이 옹기종기 무려 다섯 명이나 있었다. 서로 얼굴도 모르고 아무 정보도 없던 터라 얼굴만 마주보고 앉아 말없이 향했는데 알고 보니 3주 동안 같이 지낼 친구들이었다. 나중에는 이 이야기를 하며 ‘그땐 몰랐지’라며 웃으며 얘기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모인 워크캠프에는 한국 2명, 프랑스 4명, 터키 2명, 러시아 1명, 스페인 1명, 네덜란드 1명, 방글라데시 1명 그리고 리더 2명을 포함해 총 15명이 지내게 되었다.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하고 이름도 잘 외워지지 않아 당황했지만 조금씩 대화도 나누고 게임도 하며 친해질 수 있었다.
이렇게 15명이서 워크캠프를 하게 된 지역은 프랑스 남부의 세벤느 국립공원 내의 Espinas라는 작은 마을이었다. 사실 마을이라기보다는 깊은 산속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나에게 주어진 숙소는 텐트 안의 작은 침낭이었고 친구들과의 생활은 주방이 있는 작은 오두막과 테이블 몇 개에서 이루어졌다. 화장실은 Dry Toilet이라고 불리는 물 대신 톱밥을 이용하는 친환경 화장실이었다. 다행히도 걸어서 2~3분 거리에 공용화장실이 있었고 Dry Toilet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사실 첫날에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해본 적이 없는 캠핑생활이라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지내다보니 오히려 자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이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그곳에서 지낸 침낭 속이 가끔 그리워지기도 할 정도로 기억에 남는 생활이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친환경적인 길을 만드는 작업을 맡았다. 최대한 자연적으로 만들기 위해 죽은 나무, 잔가지들을 이용하여 길과 계단 만들고 주변의 남은 자재들을 활용하여 벤치와 다리 등을 만들었다. 실제로 지역주민이기도 한 테크닉 리더 트래버의 지휘 하에 삽질, 레이크질, 톱질, 망치질, 도끼질 등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들 열심히 작업을 하였다. 나도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벤치도 직접 만들고 Stick도 직접 만들어 박으며 새로운 경험들을 해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매번 새로운 작업들을 해보고 매일매일 완성 된 모습을 보면 굉장히 뿌듯했다. 특히 마지막 날 Goodbye Party를 할 때에 주민들이 직접 그 길을 걸으며 둘러보았는데 그분들의 입가에 진 미소와 밝은 표정을 보는데 말할 수 없이 기뻤다.
일은 오전 8시에 시작해 중간에 30분의 Tea Break를 가지고 오후 1시까지, 약 5~6시간 정도로 이루어졌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다양한 Activity들이 이루어졌다. 주로 가까운 마을에 방문하거나 트래킹을 가기도 하고 강가에 가서 수영도 자주 했다. 가끔은 박물관에 가기도 하고 인도어 클라임밍을 경험해보기도 했다. 어떤 날은 주민들이 초대해주셔서 가정집으로 놀러가기도 했고, Dance Party나 Concert등이 열리면 찾아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매일매일 색다른 Activity로 친구들과 함께 멋진 오후를 보냈다. 한 주말에는 다른 지역으로 캠핑을 가기도 했다. Florac이라는 마을에서 구경도 하고 콘서트도 보고 그 지역의 청소년 회관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그다음 날은 Mont Lozere의 절경인 Cliff를 찾아갔다. 동화 속에서나 볼법한 정말 멋진 절경이었다.
그 외에도 시간이 남을 때면 둘러앉아 게임을 했다. 보드게임, 카드게임도 하고 각자 나라의 재밌는 게임들도 알려주는 등 즐거운 시간이었다. 섬세함을 요구하는 프랑스의 나무막대기 게임도 네덜란드 친구가 알려준 카드게임도 모두 재밌었다. 나도 친구들에게 주변의 돌멩이들을 주워 공기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유럽 친구들은 손으로만 하는 게임이 신기한지 잘하는 방법을 알려달라며 관심을 보였다. 관심을 가지고 즐겁게 게임을 해주어서 가르쳐주는 나도 기분이 좋았다.
특히 International Day에는 지역주민들 모두 모인 곳에서 윷놀이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일할 때 남은 나뭇가지를 이용해 윷을 만들고 윷놀이판도 직접 그렸다. 주민들이 팀을 나누어 즐겁게 윷놀이를 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뿌듯했다. International Day에는 윷놀이 외에 한복도 소개하고 직접 가져간 불고기 양념으로 불고기도 만들어 선보였다. 소고기를 이용한 불고기와 Vegetarian들을 위한 볶음밥 총 두 냄비를 만들었는데 두 냄비 모두 금방 동이 났다. 친구들과 주민들 모두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웠고 정말 맛있었다며 칭찬도 아끼지 않아 정말 기뻤다.
Welcome Party, Goodbye Party는 물론 International Day에도 모두 모여 우리를 반겨주신 주민들은 정말 기억에 남는다. 사실 이 지역은 프랑스에서도 유일하게 사람들이 사는 국립공원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유대감은 인상 깊을 정도로 끈끈해보였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손수 만든 와인과 맥주, 밤쨈, 밤케익 등 다양한 음식들을 가지고 모여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 지역의 전통 춤도 알려주시고 밤나무 숲이 우거진 이 지역의 명물인 Chataigne (Chessnut, 밤)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해주셨다. 무엇보다 우리를 이방인이 아닌 진짜 지역사람처럼 안부도 묻고 대화도 나누며 친절히 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사실 가장 걱정했던 언어 문제는 생각보다 큰 문제가 아니었다. 공용어인 영어와 불어가 모두 사용되었는데 리더들이나 프랑스에서 5년째 유학중인 방글라데시 친구 Arif가 도움을 많이 주었다. 때문에 큰 문제없이 프랑스 친구들과도 게임도 하며 즐겁게 보낼 수 있었고, 서로서로 쉽게 설명도 해주고 몸짓, 손짓으로 의사소통하며 즐거워했다.
물론 8개국의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이 모여 함께 해야 하는 시간들이기 때문에 약간의 불편함은 있었다. 약간의 새로운 문화를 경험했던 것은 채식식사였다. 몇몇 친구들이 Vegetarian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식사는 Vegetarian식으로 이루어졌다. 각자 지양하는 음식들이 달라 메뉴 선택에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고기를 제외한 치즈, 면, 밥 등은 모두 좋아해서 특별히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나도 처음에는 채식이 낯설었지만 지내다보니 익숙해지고 몸도 가벼운 느낌이 들어 좋은 경험이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누군가 나에게 워크캠프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바로 강력하게 추천해줄 것이다. 워크캠프 기간 당시에는 힘들고 어려울 수도 있지만 정말 그 몇 주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을 정도로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들이기 때문이다. 몇 가지 조언을 해준다면 캠프기간 중 안전벨트는 정말 필수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우리 워크캠프에서도 약간의 차사고가 있었지만 모두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기 때문에 차를 타고있던 네명 모두 단순 타박상으로 그칠 수 있었다. 그때는 정말 아찔했지만 그 와중 정말 다행일 수 있었던 이유는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워크캠프 기간 외의 개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워크캠프 이후로 계획하라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다. 워크캠프 이후에 여행을 한다면 친구들을 한번이라도 더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나는 전에 여행을 하고 워크캠프를 했기 때문에 바로 한국으로 떠나와서 몇 배로 아쉬움이 컸다.
지금도 늘 보고 싶은 친구들.. 언제 다시 만날지 기약 없는 시간이지만 SNS로 나누는 몇마디 그리고 사진 속 친구들의 밝은 모습이 3주 동안의 시간들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가끔은 3주간의 생활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머릿속에 드라마속의 한 장면처럼 그 순간의 상황, 그 순간의 공기까지도 떠오르곤 한다. 그렇게 한동안 추억에 잠기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또 도전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기회가 된다면, 아니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또다시 워크캠프를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