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핀란드, 꿈을 현실로 만든 여름

작성자 우민경
핀란드 ALLI22 · FEST 2014. 08 Jalasjarvi

Aukusti Festival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제목에도 쓰여져 있듯이, 저는 이 전에 이탈리아와 터키로 워크캠프를 다녀왔습니다.
이탈리아로 갔을 때에는 프랑스어 구사자가 너무 많아서 주로 프랑스어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저는 영어 공용어라고 알고 갔고 실제로도 영어 공용어인 워크캠프에서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쓰는 것이 이해도 안되고 일단 프랑스어 실력이 좋지 못해서
조금 소외감을 느꼈습니다. 많은 실망을 하고 난 후에 터키로 워크캠프를 가게 되었는데,
너무나도 좋은 기억을 많이 안고 와서 이번에 기회가 되어 이렇게 핀란드로 워크캠프를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FESTIVAL 이라는 점에서 '재미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핀란드라는 나라를 고르게 된 이유는, 제가 예전부터 너무나도 가보고 싶었던 흔히들 말하는 '꿈의 나라'였기 때문입니다. 신체적으로 힘든 일이 많을 거라고 인포싯에 쓰여져 있었지만, 평소에 신체적으로 힘든 일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았고 음악 페스티벌에 참여를 자주 하기는 하였으나 준비 과정이나 뒷이야기 등은 알지 못하였기 때문에 더더욱 참여해보고 싶었습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일단 워크캠프 멤버로 참여한 사람은 총 8명이었습니다. 한국인인 저, 일본인인 코토미,
스페인인 마리올라와 오리얼, 슬로바키아인 형제 야노와 발로, 터키인 데어르, 체코인 바라. 그 외에도 현지인 리더 미코, 마요, 마리아, 헬퍼로 와준 야니, 크레이그, 마띠, 마누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워크캠프의 숙소 빌홀라에서 지냈습니다. 일 자체는 말그대로 힘들었습니다. 무거운 울타리들을 잔뜩 옮겨서 페스티벌 장 내와 장 외를 구분해야 했는데, 그 지역이 너무 넓어서 많은 울타리를 옮겨야 했고 뿐만 아니라 책상, 의자, 각종 음식, 무거운 돌, 텐트 등을 옮기고 조립하고 만들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하루에 6시간 가량 일을 하고 중간에 틈틈히 쉬는 시간도 주었고, 소규모로 팀을 꾸려서 일을 하도록 해주었기 때문에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라서 즐겁게 일을 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팀이 매일 바뀌어서 더 다양한 멤버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핀란드어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휘바휘바', 또 하나는 '사우나'. 휘바휘바는 모 회사의 껌 광고에 나와서 워낙 유명해진 말이지요. 실제로는 '휘베'라는 발음에 가깝다고 합니다. 뜻은 '좋다'라는 뜻이래요. 핀란드 가서 자일리톨 성분이 들어간 껌을 30통 넘게 샀는데 마트에서 껌을 쓸어담는 제 모습을 보며 멤버들이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또 다른 말인 '사우나'. 우리나라에서도 찜질방 안에 있는 사우나가 매우 대중적이고, 친근한 것인데요. 이 말 자체가 핀란드어라고 합니다. 핀란드 가정에는 대체로 사우나가 구비되어 있고, 여름용 별장(코티지)에도 사우나가 있다고 해요. 워낙 겨울이 긴 나라라서, 사우나를 통해 몸을 따스하게 하고 데워진 몸을 이끌고 차가운 눈이나 호수에 뛰어들었다가 다시 사우나를 하고...하면서 긴 겨울을 난다고 합니다.
리더인 미코가 저희 멤버들과 헬퍼들을 이끌고 사우나가 있는 코티지에 갔던 것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숙소에서 차를 타고 5분 거리에 있는 곳인데, 호수가 엄청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그 안에 한번에 6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사우나가 있어서, 사우나를 하고 호수로 뛰어들었는데 그 때의 기분이란...사실 너무 차가웠습니다만 풍광이 너무 아름답고 같이 호수에서 뛰어노는 사람들이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 것 같아요. 그리고 모닥불을 피워두고 서로 하지 못했던 얘기나 고민 등을 털어놨었는데, 서로 진지하게 얘기하던 것이 기억에 남네요 :)
또한 워크캠프 끝무렵에는 근처의 동물원에도 데려가주었습니다. 핀란드의 동물원, 생각지도 못했던 장소에 얼떨결에 가게 되었는데 확실히 땅이 넓고 나무가 많은 나라라서 그런지 동물원의 부지도 매우 넓고 아름답게 꾸며져 있더라구요. 멤버들과 신나게 동물원을 구경했던 기억이 납니다.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은, 매일매일의 식사에요. 식사 당번은 매일 2명씩 돌아가면서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준비해요. 제가 담당일 때에는 하루는 슬로바키아인 야노, 하루는 스페인인 마리올라와 짝이었는데, 처음에 요리할 때에는 점심으로는 토마토 파스타, 저녁으로는 불고기와 볶음밥, 샐러드를 준비했어요. 한국에서 가져간 불고기 양념으로 나름 야채도 듬뿍 넣고 좋은 소고기를 사서 요리를 했는데, 멤버들과 리더, 헬퍼들이 그릇에 남은 양념까지 싹싹 긁어먹는 것을 보며 너무 즐거웠던 기억이 나요. 일본인인 코토미가 요리할 때에는 오코노미야키와 카레 등 일본식을 요리해주었고, 슬로바키아인 야노와 체코인 바라가 요리할 때에는 체코-슬로바키아 스타일 음식을 요리해주었는데 감자전과 매우 비슷한 요리였어요. 각자 요리를 담당하는 날이 있어서, 각국의 요리를 소개해주고 먹어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일을 하고 난 뒤,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에 오면 멤버들과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고, 게임도 같이 하고 당구도 치고... 제가 일기를 쓰고 있으면 독일인 헬퍼 마누가 와서 우리나라의 경제, 정치,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에 대해 세세하게 물어보곤 했어요. 그리곤 다른 멤버들도 와서 제 일기장을 구경(?) 하고는, 이게 도대체 어떻게 읽는 거냐며 가르쳐달라고 하기도 했지요. 확실히 a,b,c,d 등의 알파벳을 쓰는 유럽권 국가에서는 우리나라의 한글이 매력적이고 신기한 글자인 것 같더라구요.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아무래도 이번 워크캠프에서는 지난 두 워크캠프와는 다르게 한국인이 저밖에 없었어서... 영어를 많이 사용하였기 때문에 영어 듣기 실력이나 말하기 실력이 조금 향상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가 전혀 몰랐던 다른 나라들을 알게되어서 기쁜 것 같아요. 슬로바키아라는 나라는 막연히 제게는 체코 옆에 있는 동유럽권의 어떤 이상한 나라...라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슬로바키아에서 온 형제와 더욱 돈독하게 잘 지내면서 그 나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게 된 것 같아요. 그 친구들도 '한국' 이라는 나라는 막연히 동아시아에 있는, 중국도 아니고 일본도 아닌 분단국인 나라...라는 이미지였을텐데, 조금이라도 한국에 대해서 얘기해주고 알리게 되어서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