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멕시코, 어른과 아이 사이의 2주

작성자 정윤미
멕시코 NAT14-11 · SOCI/KIDS 2014. 06 San Cristobal, Chiapas, Mexico

Ch’ulme’il 2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대학생이면 누구나 한번 쯤 꿈꾸어 보는 '해외 봉사 활동' 저 역시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부터 줄곧 꼭 한번 해보고 싶은 경험 중 하나 였습니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 1년 간 교환 학생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 하기 전, 마침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바로 돌아가기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무언가 의미있는 활동을 찾던 중에 지인의 소개로 '국제위크캠프'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미국 학교에서 스페인어 수업을 통해 알게 된 Mexican American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멕시코 문화를 접할 수 있었고 점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저는 미국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고대 마야 문명과 스페인 식민 문화를 바탕으로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멕시코'를 워크캠프 1지망 국가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참가 전 국제워크캠프 네이버 카페를 통해서 한국인 참가자 두 분을 알게 되었고, 마침 저희 셋 모두가 북아메리카(캐나다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우연의 일치로 인터넷 메신저와 카카오톡을 이용하여 정보를 주고 받으며 사전 준비를 하였습니다. 주된 회의 내용은 홈페이지에 기재된 워크캠프 활동주제 SOCI/KIDS에 맞게 '사회공헌 및 보육'에 관한 것 이었으며, 대상이 12세 미만의 아이들 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놀이'위주로 한국 문화의 시간을 기획 했었습니다. 더불어 저 같은 경우에는 워크캠프 시작 전에 현지사무소에서 연계해 준 어학원에서 '스페인어 수업'을 듣게 되어서 별도의 숙소 생활 및 추가 비용에 대한 준비가 요구되었습니다.

멕시코 워크캠프 NAT14-11은 멕시코에서 가장 가난한 주인 Chiapas의 San Cristobal에 위치한 NATATE(나따떼)라는 현지사무소에서 운영하는 봉사 프로그램 중 하나 입니다. 그곳에는 멕시코 현지인들과 더불어 각국에서 온 다양한 목적을 가진 봉사자들이 있으며 각자가 한 팀을 이루어 봉사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하는 식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국제워크캠프를 통한 저희 팀은 한국인 3명과 멕시코 현지 대학생 2명으로 구성되었으며 주된 업무는 '유치원 내 보수공사 및 페인팅' 이었습니다.

본래 워크캠프가 가지는 장점 중에 하나는 바로 각국의 대학생들이 한데 모여서 2주간 생활하면서 '봉사'라는 공통된 목표 아래 동거동락 하면서 협동심도 기르고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희 팀에 속한 워크캠프 참가국은 멕시코와 한국 단 두 나라 뿐이었으며 참가인원이 고작 5명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솔직히 처음에는 적잖은 실망도 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알고있던 워크캠프 주제와 달리 막상 현지 기관에서는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보수공사 위주의, 까다로운 조건들을 제시하시어, 부족한 인원과 비용으로 이를 충당하려니 굉장한 부담감도 들었습니다. 더불어 2주 동안 생활하게 될 유치원 시설은 굉장히 열악하고 낙후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화장실 같은 경우에는 샤워실도 따로 없고, 뜨거운 물 조차 안나오는, 심지어 변기통 물도 잘 안내려 가는 마당에 유아용 변기에는 좌식 받침대 마저 없어서 '아이들은 어떻게 볼일을 볼까' 싶었습니다.

멕시코에 입국하기 전 워크캠프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환상은 온데간데 없고, 실망 반 걱정 반으로 2014년 6월 7일 토요일 그렇게 저의 워크캠프는 시작되었습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워크캠프 시작 전에 제가 가지고 있던 위와 같은 걱정과 고민들은 한낱 기우에 불과 했습니다. San Cristobal, Ch'ulme'il(츌메이)에서의 2주 간 워크캠프는 저에게 평생 잊지못할 추억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저희 팀의 하루 일정은 아침 8시 부터 오후 3시까지는 봉사시간이었고 저와 현지 멕시코 여학생은 주로 벽화 페인팅을, 캠프리더를 포함한 남자들은 보수공사를 담당하였습니다. 중간에 아침시간과 간식시간 그리고 점심시간이 주어지며 저녁을 제외하고는 담당 선생님께서 직접 요리하시어 멕시코 가정식 메뉴로 식사를 제공해 주시는데 대체로 맛있었습니다. 이러한 식사시간과 중간 휴식 때에는 주로 아이들과 어울리며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는 저희 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스, 벨기에 그리고 멕시코 현지에서 온 봉사자들이 교육, 상담, 리서치 등 각각 다른 목적을 가지고 이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이곳에 온 목적은 각기 달랐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미 한 팀이 되어서 서로를 이해하고 도와주며 국경없는 우정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일이 끝난 오후에는 팀원들과 함께 이곳 San Cristobal을 관광(주로 박물관 및 유적지를 견학)하거나 택시를 타고 근교에 나아가 토착주민 인디오 마을인 Zinacantan(시나깐딴)과 Chamula(챠물라)를 방문하면서, 이곳의 식민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이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저희 워크캠프 당시에 2014 브라질 월드컵이 한창이여서 봉사가 끝나고는 다같이 모여서 앉아 각국을 응원하며 열띤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습니다. 한번은 다른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봉사자들이 주최하는 '하우스파티'에 초대되어 각국에서 온 다양한 봉사자들을 만나기도 하고, 그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서로의 경험과 문화를 주고받는 뜻깊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그후에는 다시 숙소로 돌아와 미리 정해둔 그날의 저녁 당번들이, 정해진 일일 권장량에 맞게 재료를 사용하여 요리를 해서 다같이 식사를 하였습니다. 매일 밤 자기 전에는 동그렇게 모여 앉아 '팀원미팅'을 통해 일에 대한 피드백 및 개선사항 그리고 개인적인 견해들을 털어놓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그리고 유치원 담당자님의 권유로 '팀원일지'를 만들어서 자기이름이 표시된 영역에 그날 그날 자신이 했던 일들과 느낌들을 기록하도록 하였습니다. 더욱이 주말에는 과테말라 국경에 닿아있는 Tzimol(츠몰)이라는 곳에서 캠프리더의 친구를 만나 이색정글탐험 및 수심 몇백미터의 아름다운 호수에서 수영도 하며 휴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매 순간이 저에게는 너무나 특별했던 2주간 이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한국문화의 시간을 맞이하여 아이들에게 젓가락을 선물하고 직접 젓가락 사용법을 가르쳐 준 것과 마지막 날 유치원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준비한 깜짝 송별회 였습니다. 식사 담당 선생님께서는 저희가 먹고 싶은 음식 위주로 최후의 만찬을 만들어 주셨고, 점심 식사 후에는 원장님 지도 하에 아이들과 함께 그동안 생활하고 일했던 흔적들을 일일히 방문하면서 감사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몇년 전(?) 한국워크캠프 참가자들이 가르쳐 준 '올챙이 송'을 기억하고는 다시금 한국어로 율동과 함께 선보여 준 천사들의 합창, 한국의 콩주머니 던지기와 비슷한 멕시코 전통놀이인 Piñata(피냐따)를 함께 체험하고 이를 통해 선물받은 사탕과 과자들 그리고 치아파스 전통 특산물인 호박구슬 목걸이. 그리고 행사를 마치고 이 곳 유치원 원장님께서 들려주셨던 이곳 아이들의 가정사와 열악한 현지의 사정들까지도.

이 모든 것들을 회상하면 보고서를 적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저희는 워크캠프를 준비하면서 그리고 시작 전까지 줄곧 '대다수의 이곳 아이들은 편부모 혹은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경우이기에 이들을 대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내심 어떻게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친해질 수 있을까 고민 고민 하면서 초조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중에, 유치원이 떠나갈 듯한 어느 울음소리가 이내 워크캠프의 첫날 아침 시작을 알려주었습니다. 일하러 가야하는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 대성통곡을 하며 서러움을 토해낸 여자아이는 사실 수줍은 많은 5살 난 마르셀라 입니다. 말도 안통하는데 어떻게 달래주어야 하나 내심 안절부절 못하는 사이, 그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울음을 딱 그치더니 다른 아이들 틈에 끼어서 이만 까르르 웃음보를 터뜨립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서로가 친숙해 질수록, 아이들은 먼저 다가와 손도 잡아주고, 혼자 일하고 있을 때면 몰래 뒤에 숨어 장난도 치고, 그 주변을 맴돌기도 하면서 대화를 시도하는데 그때마다 저는 대꾸할 수 없는 언어(스페인어)의 장벽 때문에 너무나 속상했습니다. 이런 제 마음을 아이들도 알았을까요? 그럼에도 끊임없이 찾아 와서는 저의 스페인어 선생님이 되어 주겠다며 다시금 이것 저것 사물을 가르키며 이름을 알려줍니다. 이렇게 티없이 밝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여느 보통의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영락없는 꼬마들 같다는 생각에 그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까만 상처는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곤 합니다.

캠프기간 내내 아이들의 이러한 천진난만한 모습만을 보고 지내다가 마지막 날 모든 행사를 마치고, 유치원 원장님께서는 조용히 저희 팀원들을 불러 앉히고는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이곳이 허름하고 낙후된 오래된 건물에 불과하지만 이 동네에 살고있는 아이들에게 이 곳은 감히 5성급 호텔 수준 입니다. 그들이 살고있는 가정에는 화장실은 커녕 변변한 수도시설과 식수대가 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이 곳 유치원에 와서 화장실 가는 법, 음식 먹기 전에 손 닦기 등의 기본적인 청결과 사회예절에 대해 배웁니다." 더불어, 부모로 부터 당하는 가정 폭력과 학대로 아이들이 겪고 있는 정신질환과 고통에 대해 이야기 해주시면서 "자기는 매일 같이 그러한 환경에 처해있는 어린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밤잠 설쳐가며 뛰어다니고 있는데, 정부는 이곳에 더 이상의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상태, 결국 올해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기로 했다."며 원장님은 이내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끝으로 말씀하시길, "이곳에서 봉사하는 마지막 봉사자가 된 여러분들은 '행운'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동안 고생하면서 배우고 느낀 것을 토대로 한층 성숙된 모습으로 한국에 돌아가서 멋지게 성공하기를 기원합니다."

누군가 저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봉사를 마치고 나면 나의 것을 기부했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내가 더 얻어가지고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건강한 가정환경 아래 한창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도 모자를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곳 아이들은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성숙함으로 자신의 아픈 상처는 꼭 숨기고는 힘차게 유치원에 와서 또래 아이들과 밝게 사이좋게 지내며 생활합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어른스럽고 대견스러운 반면 스물 네살의 본인은 처음부터 이것 저것 불평, 불만이나 하며 투정부리고 있는 모습이 한 없이 어리고 작게만 느껴졌습니다. 더욱이 이들을 통해서 다시금 내가 '얼마나 행복하고 풍요로운 사람'인지를 실감했으며 '더 많은 것을 바라기 전에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고 소중히 다루어야 겠다'고 다시금 스스로 주변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곳 San Cristobal은 고대 마야 문명의 후손들이 살고있는 인디오 토착문명의 본거지 입니다. 따라서 멕시코에서는 수도 멕시코 시티와 칸쿤을 잇는 세번째로 인기있는 관광지이며 산 아래 시내에는 언제나 관광객들을 위한 저렴하고 풍요로운 서비스와 물품들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곳, 산 아래 소깔로 광장에서 30~40분 정도를 걸어 올라오면 위치해있는 Ch'ulme'il(츌메이). 이 지역은 낮에도 되도록 이면 여러명이서 함께 다니기를 권장, 밤 여섯시가 지나면 절때 혼자 다니지 못하도록 규정, 유치원 교실 안으로 들어오기까지는 총 세개의 철장문을 지나야만 하는, 밤에 잘때도 몇 번의 총성 소리를 들었을 정도로, 대단히 열악한 치한의 위험 지역입니다. 이러한 현지 상황을 워크캠프를 신청하기 전에 알았더라면, 겁에 질려 아마 다른 곳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 꿋꿋하게 살고있는 우리 어린 천사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당장이라도 우리집으로 데리고 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더욱이 이 아이들이 조금 더 나이를 먹어서, 강제로 산 아래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구두닦이나 물품팔이와 같은 노동 착취의 대상이 될까 봐 내심 걱정도 됩니다. 그럼에도 대단히 유감스러운 점은, 아직까지는 대학생의 신분으로써 제가 이들을 위해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곳 원장님의 말씀대로 그동안 워크캠프를 하면서 얻게된 소중한 깨달음을 말미암아, 앞으로는 소외된 이웃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는 멋진 어른이 되어야 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끝으로 누가 저에게 '국내에도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데 굳이 해외에 나가 봉사를 해야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 질문한다면 저는 이렇게 답변해드리고 싶습니다. 국내에도 물론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많은 이웃이 있지만, 이 세상에는 아직까지도 인간 생활의 3요소인 의,식,주 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나라 안 소외 된 이웃들이 대체로 교육이나, 노인복지와 같은 전문적이고 고도의 기술적인 도움을 요한다면, 나라 밖 버림받은 이웃들은 여전히 보다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것에 갈망하고 있습니다. 대학생에게 개도국으로의 해외봉사활동은 과거 미숙했던 우리 사회를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이자, 선조들이 어떻게 변화, 발전 시켰는지에 대한 과정을 몸소 익힐 수 있는 산 교육의 장이 될 것입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훗날 우리 사회로의 환원과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될 것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