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말은 안 통해도 마음은 통하는 곳, Lohmen

작성자 최지호
독일 NIG09 · ENVI 2014. 07 Lohmen

Upahl- Lenzen I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나는 유럽여행이 무척이나 가고 싶었다. 누구나 한번쯤 꿈꾸던 유럽여행. 이번 방학엔 내 꿈을 기필코 건드려 깨어보고 싶었고 그 꿈은 더 이상 꿈이 아닌 곧 현실이 되었다. 사실 해외경험이 남들보다 많은 나로서는 외국인과의 생활이 별로 설레게 하지는 못했지만, 하루하루 같은 생활의 낡은 반복으로부터 떠나, 낯선 곳에서의 생활은 나를 설레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반드시 후회는 없을 거라는 생각만 가지고 떠났다.
워크캠프를 유럽여행 중간에 넣었기 때문에 출국날짜까지 많은 것을 준비하기에 시간상 꽤 촉박했다. 틈틈이 워크캠프홈페이지에 들어가 이전 참가자들의 보고서를 많이 읽었던 게 도움이 많이 되었고 주위에 워크캠프를 다녀온 지인들이 많아서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Info sheet 을 참고하여 준비하면 조금 더 순탄한 워크캠프가 될 것이다. (사실 Info sheet 을 독일 도착 후 읽어봐서 독일에서 조금 ‘멘붕’ 상태였다.)
워크캠프에 기대했던 점이라면 낯선 곳에서 당황하지도 주눅들지도 않고 힘들어도 좋으니 그저 행복하기를. 이게 다였다. 새로 만나게 되는 친구들과 행복한 2주생활을 보낼 수 있게, 그리고 2주 뒤 헤어질 때는 정말 많이 아쉽기를 그리고 슬프기를.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내가 이번에 참가하게 된 워크캠프는 Environment 환경이었다. Lohmen이라는 지도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었던 아주 작은 시골마을 이었다. 환경에는 아주 적합한 장소였다. 숙소는 폐교를 개조하여 만든 곳이었고 보기보다 실내는 꽤 괜찮아서 생활하는데 큰 불편함은 못 느꼈다. 첫날은 서먹서먹 어색한 기운만 맴돌고 눈치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게임 하나를 제안해 쉽게 친해 질 수 있었다. 내가 만난 친구들을 잠시 한글로(한글로 쓰면 귀여운 이름들이다.) 소개해 보자면 매니저는 독일인 ‘헨드릭’ , 벨기에 ‘비딸’, 프랑스 ‘폴린’ , ’아만딘’, 체코 ’수산나’ 러시아, ’스타니스라바’, 대만 ‘이옌핑’, ‘후훼이환’ 그리고 한국 ’임세원’ 이렇게 나까지 총 10명 이었다. 첫날 한국인 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조금 당황했었다. 한국인은 한명 뿐이기를 기대했었는데 그렇지 못해서 실망했지만 생활을 하면서 오히려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하나보단 둘이 낫다. 혼자서는 문화나 다른 것 들을 설명하고 보여주기엔 내 의견이 많이 들어가 자칫 잘못하면 편협한 사고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둘이라면 충분히 서로 물어보고 절충하여 보다 확실한 답변을 해줄 수 있었다. 또 요리도 세원이가 정말 잘했기 때문에 참 많이 편했고 고마웠다.
총 10명의 친구들이 한 장소에서 같은 일을 하고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잤다. 우리가 2주간 했던 일은 큰 농업용 포크로 지푸라기를 모아 숲 속에 버리기였다. 영어로는 Raking이라고 부르는 이 무시무시하고 고된 일을 2주간 했다. 덕분에 나는 순식간에 섹시한 구릿빛 피부를 갖게 되었다. 매니저 말로는 가장 어려운 일중에 하나란다. 그래서인지 매번 너무 힘들었고 심지어 no more Raking give me ice cream 이라는 말만 계속 했었다. 비가 내리길 함께 기도하며 너무 힘들었던 지푸라기 치우기. 일이 너무 힘들어서였는지는 몰라도 서로 쉽게 친해졌다. 서로 의지하고 도와주며 함께 일을 해나갔다.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힘든 일을 해나갔다. 일이 끝나고는 곧장 근처 호수에 가서 수영을 했다. 한국에서는 쉽게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외국친구들은 호수에서 수영을 마치 동네 수영장에서 수영하듯 즐겼다. 수영을 하고 숙소로 돌아와 돌아가며 저녁준비를 했다. 아침은 다같이 빵을 먹었고 점심은 샌드위치를 먹었다. (독일에 가면 어쩔 수 없이 빵이 입에서 물리 또 물린다.) 저녁은 각자 자기가 준비해온 음식을 요리 했었고 그렇게 안에서는 저녁을 준비할 때 밖에서는 함께 게임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그림도 그리며 많은 재미있는 일들을 했었다. 그 중 가장 기억이 남는 흥미로웠던 일은 벨기에 친구 ‘비탈’이 즉석에서 만든 멜로디로 나는 휘파람을 부르고 다른 친구들은 돌아가며 자기나라 언어로 가사를 만들어 부른 것이다. 우리만의 노래라서 그런지 정말 새로웠고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묘한 기분도 들었었다. 저녁에는 독일맥주를 원 없이 마셨고 러시아 친구 덕에 보드카 빼놓을 수 없었다. 거의 매일 밤 취했던 것 같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매트리스를 가지고 나와 밖에서 다같이 잤다. 작은 시골 마을이라 그런지 정말 하늘에 별이 많았고 별똥별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주말에는 Lohmen 근처 큰 도시들을 매니저가 여행시켜 주어서 친구들과 자전거도 타고 쇼핑도하고 이곳 저곳 많이 구경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아쉬워했다. 차라리 3주였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었고 서로 나중에 꼭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연락처도 주고받았다. 시골마을이라서 인터넷을 전혀 할 수 없었던 게 처음에는 독 이였으나 나중에는 독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행복했던 2주간의 Lohmen 워크캠프를 끝냈다.
정말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장소에서 많은 행복한 에피소드를 갖게 되어 너무 기쁘다.
끼도 많고 웃음도 많고 정도 많았던 워크캠프 친구들 너무 보고 싶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고 친해지고 소통하는 것 에는 꼭 말이 통하지 않아도 충분히 서로 공감하며 감정을 공유 할 수 있다. 몸짓을 봐도 알 수 있고 눈빛을 보면 느낄 수 있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서로 사랑 할 수 없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심심하고 지루한 일상이 되지도 않았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들도 많았고 웃지 못할 사건들도 너무 많았다. 그로 인해 우리는 더욱더 친해졌고 행복했고 슬퍼했다. 아쉽다. 한번 더 기회가 온다면 꼭 다시 가고 싶다.
워크캠프를 마치고 나는 한달 간 유럽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이곳 저곳 정말 좋은 곳을 다녔고 많은 것을 보았다. 하지만 혼자 돌아다니며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다. 내가 생각하기에 행복을 느끼기에 사실상 내가 어디에 있고 무엇을 보고 있느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누구랑 함께 있느냐 이다. 함께하면 행복하다. 행복했으니 나는 이번 워크캠프는 나에게 너무나도 값진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