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바다거북과 함께한 특별한 2주

작성자 한규범
멕시코 NAT14-21 · ENVI 2014. 08 Boca del Cielo

Sea Turtle 3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 참가 동기 : 거북이 워크캠프에 참가한 것은 여행에 대한 나의 열정 덕분이다. 당시 나는 이중 전공을 준비하기 전 휴학을 하고 장기 여행을 통해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고자 했다. 단순히 나만 신 나는 여행이 아니라 모두와 함께 즐거운 여행을 하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보람 있는 여행을 하기 위해 다양한 사이트를 검색하고, 정보를 알아보았다. 그러던 중 발견한 게 바로 이 워크캠프였다. 멸종 위기에 처한 바다거북을 돕고, 지역민, 다른 국가의 청소년들과 함께 봉사한다는 것이 내 마음을 끌었다. 보람찬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록 이 캠프를 가면 지금까지 짠 여행 일정이 다 어그러진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런 귀중한 경험을 포기할 수 없어 워크캠프를 신청했다.

· 참가 전 준비 : 미리 워크캠프 교육을 받고, 내가 하는 워크캠프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조금이나마 알아보아 워크캠프에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정신적인 준비는 완벽했지만, 물리적인 '준비물'은 준비가 조금 어려웠다. 워크캠프 시기에 정확히 맞춰 가는 것이 아니라, 1달 정도의 여행 도중에 참가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난감했던 것은 텐트 준비였다. 한창 멕시코를 여행하던 중 받은, '텐트가 필요하다.'는 메일은 나를 걱정에 빠트렸다. 여행 중이라 텐트를 준비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메일을 보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텐트가 꼭 필요하니 구매하기 바란다는 것이었다. 걱정이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산 크리스토발에서 Natate를 찾아가니 작은 텐트 하나가 보카 델 씨엘로에 하나 있다고 하여 모랫바닥에서 잘뻔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게다가 캠프장에서 키가 큰 나를 위해 자신의 텐트를 양보해준 고마운 친구도 있어 준비물 문제가 해결되었다.

· 워크캠프에 기대했던 점 : 워크캠프에 기대한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함께 일한다는 것, 그리고 바다거북을 직접 보고 그들을 돕는다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예전부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자연을 보호하며 봉사하는 것은 내게 큰 기쁨이었다. 이 때문에 여행을 많이 했고, 봉사단체에 소속되어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 캠프에서도 사람과 자연 모두와 좋은 인연을 맺고 싶었다. 이 기대는 보카 델 씨엘로에서 훌륭하게 충족되었다. 멸종 위기의 바다거북을 돕는다는, 어디서도 해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하면서 자연의 놀라움을 느꼈고,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일하면서 협동하고 소통했다. 이 캠프는 내 기대를 넘어 나의 성장 역시 도운 소중한 경험이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 현지 활동 이야기 : 현지에서 우리가 한 일은 밤마다 3조씩 교대로 바다거북의 둥지를 찾은 것이다. 바다거북은 야행성이기 때문에, 낮에는 휴식을 취하고 밤에는 거북 둥지에서 알을 찾아왔다. 밤에는 캠프 참가자 2명, 현지 직원 1명 총 3인 1조로 활동했다. 이렇게 현지활동을 하며 바다거북이 알을 낳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이미 누군가가 훔쳐가버린 빈 둥지를 발견하기도 하고, 멀리 바다 건너 번개가 치는게 보이는 태평양을 보기도 했다. 낮 시간 동안은 워크캠프에 함께한 친구들과 수영을 하거나 보드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실질적인 일을 하는 밤보다 낮을 보내기가 더 힘들었는데, 30도를 훌쩍 넘는 보카 델 씨엘로의 기온과 가만히 있어도 끈적해지는 습도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모두 함께 더위와 끈적임을 이기고 다가오는 밤을 위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버틸 수 있었다.

· 특별한 에피소드 : 새끼 거북들이 태어나 바다로 간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새끼 거북들이 모래를 파고 나오는 장면에서부터 바다를 향해 가는 장면까지 하나하나 기억이 난다. 거북들이 높이 파도치는 태평양을 향해 엉금엉금 기어나가는 것을 보며 가슴이 벅찼다. 가끔 거센 파도에 뒤집혀 팔다리를 버둥거리기도 했지만,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그 작은 지느러미 같은 팔로 모래사장을 딛고 일어나 다시 기어가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우리가 밤 동안 고생해서 찾은 알이 이렇게 하나의 생명으로 잉태되어 드넓은 바다로 나간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어서 더욱 특별했다.

· 함께한 사람들 : 함께 워크캠프에서 만난 친구들도 좋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그 지역의 직원분이시다. 말이 서로 달라 원활한 의사소통은 어려웠지만, 사전을 들고 짧은 스페인어로나마 말을 하려는 내게 맞춰 이야기를 해주셨기 때문이다. 덕분에 산 크리스토발에서 2주간 급하게 배워간 스페인어 실력이 크게 늘었다. 언어에 상관없이 우리 참가자 모두에게 최선을 다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하는 것이 느껴져서 정말 좋았다. 떠나기 전날 밤, 마지막 일을 나가는 내게 거북이 팔찌를 선물하신 그 마음이 너무 인상 깊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 참가 후 변화 :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언어의 장벽을 넘고 참가자들과 소통했다는 것이다. 이곳의 공식 언어는 기본적으로 영어지만, 실제로 사용되는 언어는 거의 스페인어였다. 참가자 대부분이 멕시코 출신이었고, 프랑스에서 온 친구가 하나 있기는 했지만 8년 동안 스페인어를 배워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자유로웠다. 처음에는 그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워크캠프에 간 동생과 이야기하는 데 썼다. 이틀 정도를 그렇게 지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본래 워크캠프에 온 목적을 생각하면서 참가자들과 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나고 나니 함께 수영하고, 보드게임을 하고, (영어와 스페인어가 섞인)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모두와 어울리게 되었다. 여기에 언어는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언어보다는 서로 소통하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했다. 처음의 나와 워크캠프를 나올 때의 나를 비교하면 크게 성장한 것 같아 뿌듯하다.

· 배우고 느낀 점 :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 활동을 하며 매일 생명의 놀라움과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느꼈다. 게다가 워크캠프를 통해 바다거북에 대한 여러 사실도 배울 수 있었다. 세계에는 총 7종의 바다거북이 있으며, 이 중 4종이 보카 델 씨엘로에 온다는 것, 바다거북을 위협하는 것은 사람, 야생동물, 무차별적 포획, 주식인 해파리를 닮은 비닐봉지가 있다는 점, 바다거북 알은 암시장에서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비싸게 팔리지만 실상 달걀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7배 정도 높아 건강에 나쁘다는 점, 거북이의 알은 탁구공 같고 껍질이 단단하지 않고 살짝 말랑하다는 점, 새끼 거북들은 3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배에 있는 영양분만으로 견딘다는 점 등...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 하고 싶은 이야기 : 이 워크캠프는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꼭 워크캠프를 추천하고 싶고, 가능하다면 다시 한 번 참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