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새로운 세상, 용기 내딛다, 브라티슬라바

작성자 지다은
슬로바키아 ISL05 · KIDS 2014. 06 - 2014. 07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PRESPORKOVO FAMILY CENTR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워크캠프의 존재를 알게 된 것도, 참가하기로 결심하게 된 것도 모두 친구의 워크캠프 활동사진들 때문이었다. 사실 나는 해외봉사를 무리 없이 진행할 만큼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봉사정신이 투철한 사람도 아니었기에 참가하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워크캠프 사진들을 보니 과연 그들이 보고 느끼는 새로운 세상과 환경은 어떨지, 무엇이 그리 재미있어서 사진 속에서 항상 환하게 웃고 있는지 궁금했고 호기심이 생겼다.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워크캠프를 참가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어떤 워크캠프에 참가할지 가장 고민을 많이 했는데, 워크캠프 선택에 있어서 가장 많이 고려한 요소는 워크캠프를 진행하는 지역과 활동내용이었다. 일단 캠프가 이루어지는 장소가 큰 도시인 곳을 우선순위에 두었는데 이유는 처음 유럽에 가보는 것이고 처음 미팅 포인트를 잘 찾아가기 위함이었다. 아무래도 유럽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당시의 나로선 워크캠프 장소의 접근성이 굉장히 중요했다. 또한 어떤 봉사활동을 할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는데,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내가 가장 잘 못하는 일을 선택했다. 왜 가장 자신이 없는 부분의 봉사를 신청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워크캠프 자체가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던 만큼 내가 잘하는 것을 하기보단 내가 잘 못하는 일을 봉사하면서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결정하게 된 워크캠프는 슬로바키아의 수도인 ‘브라티슬라바’에서 이루어지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봉사였다.
참가허가를 받은 후 준비과정에서 굉장히 애를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현재 나는 카자흐스탄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워크캠프나 슬로바키아 정보, 필요한 준비물 챙기기 등이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워크캠프 참가 전 가장 필요한 준비물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추억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자신감과 열린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나는 워크캠프 참가 전 필요한 준비물도 다 챙기지 못했고, 슬로바키아에 대한 사전지식도 부족한 채로 캠프로 향했지만, 전혀 걱정할 것은 없었고 오히려 많은 추억들과 경험을 가지고 돌아왔다. 하지만 이런 조언에도 불구하고 워크캠프 참가 전 두려움과 걱정이 앞선다면, 영어를 더 공부해서 가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영어는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이 함께하는 캠프의 공용어이고, 친구들과 소통만 무리 없이 된다면 그 이후에는 대화로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드디어 기다리던 워크캠프의 시작 날, 우리 캠프의 미팅 포인트는 캠프가 진행되는‘Presporkovo family center’ 였다. 브라티슬라바 시내 중심과도 굉장히 가까운 곳이었지만, 지도만 보고서는 찾아가기 힘들었다. 사실 다른 친구들은 쉽게 찾아왔지만 내가 헤맨 이유는 유럽의 길이 익숙지 않고, 긴장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전날 혼자 중얼거리면서 영어로 대화하는 연습을 하곤 했는데 실제로 친구들을 만나고 영어로만 소통하려고 하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대학 입학 후 영어공부를 안한 것이 이렇게 후회되는 순간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던가? 처음에는 친구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못 알아듣던 내가 긴장을 풀고, 편한 마음으로 나의 의견을 자신감 있게 말하려고 노력하고 대화하다보니 학창시절 배웠던 것들이 새록새록 생각나면서 남은 캠프 기간 동안 수월하게 의사소통 할 수 있게 되었다. 캠프 이후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서 유럽여행을 하는 동안에도 어딜 가든 막힘없이 외국인들과 대화하게 되었고 영어공부에 대한 흥미도 생겼다.
내가 참가한 워크캠프는 2주 동안 진행되고 첫 번째 주는 Presporkovo center에 다니는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면서 유치원 선생님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 주는 아이들의 방학기간동안 센터를 청소하고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와 마당을 만드는 것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내가 자신 없는 분야의 봉사를 선택했는데 바로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나에게 너무 어려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동생이 2명이나 있는 나에게 왜 어린 아이들이 두려운 존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을 대하는 것은 나에게 항상 어려웠고, 힘든 일이었다. 캠프가 시작되고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친해지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나는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했는데 오히려 아이들이 내 곁으로 와서 도움을 요청하고, 손을 잡고 걸으면서 나도 아이들에게 굳게 닫혀있던 마음을 열게 되었다. 비록 슬로바키아어를 하나도 할 줄 모르는 한국인 언니이자 누나이지만, 아이들의 환한 웃음과 눈빛을 통해 우리는 소통할 수 있었고 나를 잘 따라주던 아이들에게 지금도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 가득하다. 워크캠프를 통해 아이들을 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고 먼저 다가갈 용기가 생겼고, 확실히 나는 많이 변하게 되었다.
이 뿐만 아니라 워크캠프 참가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현지의 가정에 방문할 기회가 많았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가 생활하는 곳은 유치원 같은 어린이 교육 시설이기 때문에 샤워실이 없었는데 이것이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나에겐 가장 좋은 점으로 다가왔다. 센터 안에 샤워할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매일 저녁 학부모의 집에 가서 샤워를 할 수 있었는데 그때마다 함께 현지 음식을 만들어 저녁식사를 하고, 아이들과 더 친해질 수 있었다. 이런 기회가 아니었다면 과연 내가 언제 슬로바키아의 집에 방문해보고 그들의 가정을 가까운 거리에서 체험할 수 있었을까? 학부모들은 언제나 우리에게 호의적이었고 봉사활동이 없는 날은 다른 도시나 근교로 함께 나가 다양한 슬로바키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저 단순한 아이들을 위한 봉사가 아닌 슬로바키아 문화체험 같은 하루하루 알찬 워크캠프였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마지막으로 워크캠프 후 내게 남겨진 것은 추억과 경험보다는 나의 변화된 생각이었다.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방과 후나 휴일에는 캠프에 함께 참가한 친구들끼리 브라티슬라바에서 가까운 오스트리아 비엔나, 헝가리 부다페스트 혹은 브라티슬라바 중심가를 걸으면서 함께 시간을 보낼 기회가 많았다. 그때마다 우리는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고 다양한 차이와 공통점을 발견하곤 했는데 그들과의 대화가 나에게 굉장히 많은 영향을 주었다. 나는 유럽 국가들은 우리나라보다 더 개방적이고 자유로울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또한 나의 선입견에 불과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들의 대화수준을 보며 배움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변화시키고 중요한 것인지도 깨달았다. 특히 함께 비엔나나 부다페스트로 여행을 갔을 때는 그들이 알고 있는 역사나 예술 문화적 배경지식에 감탄했고, 지식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여름 레포츠를 즐기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여가를 즐기고 바다수영을 할 줄 아는 모습 또한 배움이 삶을 얼마나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직접 느끼게 되었다.
워크캠프 참가를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주저 없이 지원하라는 것이다. 첫째로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함께 하는 2주간의 생활은 매일매일 새로운 에피소드들이 가득하고 즐겁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다양한 생각과 문화적 차이를 몸소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생각의 변환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워크캠프는 참가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 외에도 각자가 참가하는 워크캠프의 종류와 환경에 따라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자신감 있는 나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고, 배움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과 중요성을 내게 일깨워준 워크캠프는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한여름의 아련한 추억이며, 새로운 세상을 향한 나의 첫 발돋움이다.